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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차이나타운이 펼쳐지는 그곳,서울 대림중앙시장

[기타] | 발행시간: 2015.12.21일 07:56

거리를 걷는 내내 중국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코끝을 맴돈다. 대화에서 오가는 언어는 한국말이 아닌 중국말이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던 거대한 크기의 찐빵, 돼지 코와 오리 발, 중국에선 유명하다는데 한국에선 들어본 적도 없는 생선이 가판대에 널려 있다. 살에 닿는 공기 외에는 모두 한국의 것이 아닌 것 같은 그 이국적인 분위기에 끌려 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중국인의 희로애락이 묻어 있는 곳, 대림동

'진짜' 차이나타운이 펼쳐지는 그곳 대림중앙시장 이미지 2



대림역 12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중국어로 된 간판들이 휘황찬란하게 펼쳐진다. 한발 내딛자마자 아주머니 한 분이 전단지를 하나 내민다. 무심코 받아들자 “무슨 일로 여기 오셨어요? 혹시 한국 분이세요?”라는 말이 뒤따라온다. 그 억양이 연변에 가깝다. “네. 한국 사람이에요”라고 답하자 이내 쫓아오던 걸음을 멈춘다. 그제야 받은 전단지를 펼쳐보니 재외 동포 사증인 ‘F4 비자’를 받기 위한 방법들이 자격증부터 결혼까지 쭉 나열돼 있다. 인천과 부산의 차이나타운에서는 겪지 못한 일이었다. 이곳은 ‘진짜’ 차이나타운이었다.

대림동은 서울에서 중국인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동네 중 하나다. 그들의 일터부터 거처까지 모두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관광지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인천의 차이나타운과는 확연히 다르다. 중국인의 주 거주지인 만큼 생활 전반이 중국인에게 맞춰져 있다. 대부분의 안내문이 한자인 것은 물론 그들을 위한 환전소, 직업소개소, 여행사가 가득하다. 음식도 중국인 입맛에 맞게 요리돼 나온다. 대림동 한가운데에 서 있으면 마치 한국인이 이방인인 것 같다.

'진짜' 차이나타운이 펼쳐지는 그곳 대림중앙시장 이미지 3



처음부터 대림동에 중국인이 모여 살았던 것은 아니다. 대림동 옆 가리봉동이 중국인들이 처음 서울 내 자리를 잡았던 원조 차이나타운이다. 원래 이곳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에 구로공단 노동자들이 거주하던 소위 ‘벌집촌’이었다. 그러다 1990년대 말부터 중국인이 하나둘 정착하기 시작했다. 임대료가 싸고 건설 일용직 시장이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 가리봉동에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그들의 주거지는 대림동으로까지 넓혀졌다. 대림동은 가리봉동보다 주거 환경이 쾌적하고 교통이 편리하며 일자리가 있는 구로공단과도 멀지 않아 중국인의 새로운 주거 중심축이 되기에 충분했다. 기존에 형성돼 있던 상업 시장을 기반으로 중국인의 상업 지구가 만들어지면서 더욱 더 많은 중국인이 모여들었다.

현재 대림동에 거주하는 중국계 인구는 2만 명을 넘어섰다. 1990년대 후반 이곳에 살던 중국인이 100명 조금 넘던 것에 비하면 그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영등포구청과 동사무소에서는 내국인과 중국인의 화합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에는 ‘커다란 숲’이라는 사랑방을 만들어 내국인과 중국인이 함께 모여 뜨개질을 하며 한국 생활의 어려움이나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도 눈에 보이지 않는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의 벽은 높기만 하다. 많은 한국인이 은연중에 중국인을 비하하며 ‘짱꼴라’라고 표현하고, 중국인은 냄새가 난다는 편견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중국인이 이런 차별을 감내하면서도 한국이란 나라가 좋아서 계속 살겠다고 말한다. 이젠 우리가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그리고 중국인에 대해서 제대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진짜' 차이나타운이 펼쳐지는 그곳 대림중앙시장 이미지 4



대림중앙시장은 계절이나 경기를 많이 타지 않아 꾸준히 장사가 잘된다. 그래서 이곳에 자리 잡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서울 중심지에 위치한 만큼 임대료가 비싸다. 어렵게 시장에 발을 담근 만큼 사람들은 매일 성실히 일한다. 시장에 들어서자 먼 타국에서 이곳에 들어와 정착해 살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새로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대림중앙시장 사람들

'진짜' 차이나타운이 펼쳐지는 그곳 대림중앙시장 이미지 5



중국 선양瀋陽에서 어느 한 부부가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들은 늘 한국의 발전된 미용 기술을 배우고 싶었다. 2011년 어느 날, 부부는 10년 동안 동고동락한 미용실 문을 닫고, 한국 봉천동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매일 강남을 오가면서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월급을 받으며 열심히 미용 기술을 배웠다. 마침내 부부는 대림중앙시장에 그들만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중국 음식 행렬이 끊어지자 휴대폰 가게와 마트, 미용실들이 또 다른 길을 채우고 있었다. 수많은 가게들 틈 속에서 유난히 새것 같아 보이는 미용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손님의 머리를 다듬고 있는 남녀 미용사의 행복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부부였다. 류잉창 씨 부부는 중국 선양에서 10년 넘게 미용실을 운영하다가 좀 더 전문적으로 미용을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 그때가 2011년 가을이었다. 그런데 일하고 미용 공부를 하면서 아예 한국에 발붙이게 됐다. “아내가 한국에서 임신을 하게 됐어요. 그때 아기를 키우기에는 의료보험 제도나 치안, 식품 문제 같은 면에서 중국보다는 한국의 환경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이곳에 터전을 잡게 됐습니다.”

봉천동에 임대주택을 얻고 일을 하면서 열심히 돈을 모았다. 그리고 마침내 류잉창 씨 부부는 올 7월, 대림중앙시장에 ‘복성헤어’라는 가게를 열었다. 대림동에 문을 연 것은 언어 때문이었다. 류잉창 씨는 한국말을 어느 정도 알아듣긴 하지만 직접 말을 하는 것은 아직 서툴다. 그래도 그의 아내가 중국 교포라 한국 손님이 와도 큰 문제는 없다. 찾아오는 손님의 80%는 중국 사람이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 저희 미용실을 자주 찾아요. 한국말이 서툴러서 그런지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용실 가는 걸 망설이더라고요. 그래도 머리는 한국 스타일을 선호해요.”(웃음)

한국에서 기억에 남는 일도 많이 있었다. ‘복성헤어’를 개업하기 하루 전날, 한국 할머니 한 분이 찾아오셨다. 영업 시작 전이었지만 그냥 머리를 정리해드리면서 내일 개업한다고 말씀 드렸단다. 그랬더니 머리를 자르고 나간 할머니가 대박을 기원한다면서 손에 전이며 커피며 세제등을 바리바리 사가지고 다시 오셨다. “정말 감사했죠. 머리 잘라드린 값을 배로 돌려받는 기분이었어요. 그뿐만이 아니었죠. 주변에 휴대폰 가게 사장님과 다른 가게 사장님들이 다들 개업 선물을 주시더라고요. 주변 가게들과 사이가 좋은 것이 또 하나의 기쁨이에요.”

기쁜 일이 많았던 만큼 한국에서의 삶이 힘들었던 적도 많다. 단연 언어의 문제가 컸다. 그리고 아내가 임신했을 때는 그나마 적게 받던 월급도 한 사람만 벌게 되어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그 힘든 시기도 지나고 지금은 중국에서 10년 동안 미용실을 운영했던 경력과 지난 4년 동안 강남에서 배운 미용 기술 덕에 남부럽지 않은 실력을 갖추게 됐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가위 끝 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매섭기까지 하다. 아이도 건강하게 자라고, 가게도 서서히 자리 잡아가는 중이라고 말하는 류잉창 씨 부부의 얼굴에는 미소만 가득하다. “대림중앙시장에는 장사하려는 중국인이 많아 어렵게 들어왔어요. 개업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어렵게 들어온 만큼 열심히 해서 번창했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차이나타운이 펼쳐지는 그곳 대림중앙시장 이미지 6



한국과 함께한 세월이 벌써 20년이 다 돼간다.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보니 까마득하다. 아무것도 없던 시절부터 현재 대림중앙시장에 들어오기까지 말도 못할 고생을 했다. 그 고생 속에서도 한국에 계속 머물러 있었던 건 가족을 위해서였다.

시장 골목을 통과하는 내내 수많은 중국 음식이 시각과 후각을 자극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 가게가 스치던 발길을 멈춰 서게 한다. 돌아와 보니 난생처음 보는 오리발이 가판대에 얹어져 있다. ‘닭발도 아니고 이건 뭐지?’ 하는 생각도 잠시, 먹음직스러운 때깔과 그 향에 시선이 머물렀다. 그러자 가게 안쪽에서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 한 분이 “어떤 거 찾으세요?” 하면서 나온다. 맛을 보여주겠다며 오리고기 한 점을 뜯어주는데, 짭조름하면서도 끝 맛이 담백한 게 맥주 한 잔이 절로 생각난다.

‘바삭한 오리구이’ 가게의 사장 신순금 씨가 한국에 처음 온 건 1996년이었다. 중국에서 다니던 회사에서 한국으로 발령을 받아 온 것이 계기였다. 4년 동안 회사를 다녔고, 그다음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불법 체류자로 한국에 있으면서 식당에서 온갖 일을 도맡아 했다. 교포 3세였던 순금 씨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학교 교육을 통해 한국말을 배워 다행히 한국 사람과의 의사소통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회사를 나온 뒤에는 잠을 잘 곳도 없고, 전화기도 없었다. 공중전화로 일자리를 찾아가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았다. “그때 정말 몸 고생, 마음고생 많이 했죠. 하지만 그래도 중국보다 한국이 벌이가 낫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 계속 머물기로 결심했어요.”

합법적으로 한국에 거주하기 위해 순금 씨는 굳은 결심을 하고 중국 베이징으로 다시 건너갔다. 당시 한국에서는 오리구이를 제대로 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면 베이징식 숯불오리구이 장사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베이징에 있는 동안 오리구이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했다. 정식으로 한국 거주 허가를 받고 다시 한국으로 건너왔지만 가게를 내려면 돈을 벌어야 했기에 또다시 식당과 회사 일을 병행하며 몇 년을 보냈다. 남편도 일용직 일을 하며 함께 자금을 모았다. 그리고 5개월 전, 그렇게 모은 돈으로 당당히 대림중앙시장에 ‘바삭한 오리구이’ 간판을 내걸었다. 주 종목은 숯불오리구이. 이외에도 오리 발, 닭 날개, 닭똥집 등을 함께 팔고 있다.

이곳은 국내에 있는 다른 오리구이 가게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면서도, 수십 가지에 이르는 한방 재료와 비타민까지 넣어 담백하면서도 베이징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오리구이를 만든다. 이런 점들 때문에 한 번 사먹으면 또 사러 오는 손님들이 많다. 특히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중국인에게 이곳은 발길을 끊을 수 없는 마력을 지녔다. “다른 데는 못 가겠다며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은 편이에요. 베이징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애쓴 보람이 있죠.”

이제는 대림동에 집도 가게도 모두 갖게 되었다. 순금 씨는 앞으로의 긴 세월도 한국에서 살 것 같다고 한다. “여기서 아들 장가도 보내고 하겠죠? 가게가 좀 더 자리 잡고 나면 가족 여행을 한 번 가고 싶어요. 지금까지 일만 하느라 한국에서 제대로 여행도 못했거든요. 생각해둔 여행지가 있는데…. 제주도에 꼭 가보고 싶네요.”

글 김여름/사진 박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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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료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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