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tvN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명품 연기'란 바로 이런 거다. '시그널' 속 김혜수와 조진웅은 세월까지 연기한다.
방송 4회만에 '역대급 웰메이드 드라마의 탄생'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tvN 월화극 '시그널'은 기존에 봐왔던 범죄 수사 드라마와는 다르다. 2016년의 형사와 1989년의 형사가 무전기를 통해 연결돼 미제의 사건을 파헤치는 판타지 요소까지 더해졌기 때문. 시간의 흐름이 왔다갔다 하는 복잡한 스토리 전개 속에서도 과거와 현재를 연기하는 김혜수와 조진웅의 연기는 가히 압권이다.
현재를 사는 이제훈(박해영 역)과 과거를 사는 조진웅(이재한 역)과 달리 김혜수는 과거와 현재에 모두 등장하는 인물이다. 김혜수가 연기하는 차수현은 2016년 현재에서는 현장에 살고 현장에 죽는 15년차 형사다.
사건 수사에 파묻혀 사는 워커홀릭이자 어지간한 일로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베테랑으로 카리스마 넘치고 냉정한 표정으로 팀을 진두지휘하고 불합리한 조건에 대항해 강직하게 상사와 맞선다. 범인을 몰아붙일 때는 김혜수 특유의 강한 카리스마가 내뿜어져 나온다.
tvN '시그널'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내려가 과거 그가 초짜 순경이었을 때 모습은 2016년의 모습과는 180도 다르다. 어깨에는 긴장감이 역력히 베어있고 표정에는 어색하고 불편한 어린 여순경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첫 회 방송에서 선배인 이재한 형사에게 우물쭈물 말을 거는 모습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베테랑 차수현 형사의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지난 30일 방송에서는 죽은 사람을 처음 보고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담겼다. 앞서 이제훈을 향해 앞으로 이런 시체를 보게 될테니 익숙해 져라라며 덤덤히 말하던 차수현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여린 모습. 큰 눈망울에 눈물을 한가득 담고 있는 순경 차수현만 있을 뿐이었다.
tvN '시그널'
조진웅이 연기하는 이재한은 과거에만 등장하는 인물. 하지만 그 속에서도 초짜 순경 시절부터 경력 형사 시절까지 완벽히 다르게 연기해내 놀라움을 자아낸다. 선배들의 불호령에 움찔움찔하고 짝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1989년도 이재한에게서는 풋풋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눈물을 흘리는 초짜 순경 차수현에게 조언을 건낼 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1989년보다 굵어지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도드라지는 큰 시간의 흐름이 아닌 짧은 시간의 흐름조차 세심한 디테일의 변화로 표현해내는 조진웅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세월의 변화까지 연기하는' 김혜수와 조진웅에게 시청자의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스피디한 스토리 전개와 영화를 보는 듯한 디테일과 연출, 여기에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더해진 '시그널'에 더욱 기대가 쏠린다.
한편, '시그널'은 매주 금, 토요일 오후 8시 3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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