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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바람이 불면 연을 날리고싶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5.09일 11:06
 (목단강) 조원

  (흑룡강신문=하얼빈)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은 봄에만 있는듯하다. 유독 봄이여야만 바람이 쓸어가는것과 바람에 실려오는것이 보이게 된다. 그래서 봄이면 바람 탓에 바람을 탄다. 봄을 탄다.

  바람이 불어오면 대개 바빠진다. 패션 감각을 살리려고 당겨서 올리지 않았던 지퍼도, 잠그지 않았던 단추도 만져볼수 있다. 잘 정돈된 머리결은 바람에 흩날리면서 손빗이 한번쯤 더 가게 된다. 입술은 그동안 잊혀져서 외면당했던 시간들을 보상받고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말라가면서 터지려고 한다. 왼손과 오른손도 서로를 부비면서 알맞게 갖고저 하는 물기를 그리워한다. 이렇게 봄에 바람이 불어오면 바깥 세계에 드러난 몸의 일부들은 상처를 두려워한다. 누구든 가슴에 숨겨둔 상처 하나쯤은 있겠지만 입술에, 눈섭 사이에, 이마에, 코밑에, 손등에, 목과 가슴 사이에,종아리와 복사뼈에 내보여지는 상처는 누구든 싫어한다. 상처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숨겨야 하지만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낯선 사람들에게조차도 례의가 있어야 할듯싶다. 그래서 은근히 봄이면 잊고 살았던 자신을 찾아가듯 마냥 바쁘기만 하다.



  바람이 불어오면 길을 걷다가 멈추어 서서 물 오르는 나무가지 사이에 걸려있는 파란 하늘을 문득 보게 된다. 그런 하늘이라면 다른 누구의것도 될수 없는 온전히 자신만이 갖고 있을 하늘이였었다는 만족을 느낀다. 봄나무의 가지 가지에서 막 터지려는 망울진 목련의 서두름을 보면서 천. 천. 히. 천. 천. 히. 하고 곱씹으면서 피여나는 순간을 볼수 없음에 안타까워 한다. 그리고 부피가 엷어져서 한결 가볍게 마주오는 사람들이 옷깃을 여미는 몸짓과 스쳐지나는 옷자락에 집중하게 된다. 바람은 미처 몰랐던, 아니면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주위의 세부들과 자신의 몸의 세부들, 마음의 세부들에서 고요하게 일어서는 경이로움을 발견하게 한다. 여태 자신이 아닌 오로지 타인을 향해 있던 목마름을 거두어들인다.

  일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삶을 절정의 한순간이다싶게, 세계 말일이 코앞이다싶게 작열하듯 매일 매 순간마다 화려하게, 집요하게, 섬뜩하게, 비루하게, 끈적하게, 비릿하게 이어진다. 티비에서의 이미지들, 컴 화면의 요란한 세상사들, 폰에서의 속속 정보들… 세상을 알대로 알게 할만큼의 세상이지만 가까이 있는듯하면서 아득히 멀어져 있는듯, 세상의 존재의 일부가 되였던듯 이방인이 되였던듯, 현실과 부재의 공간을 거듭하면서도 마침내는 속이 빈 허수아비는 아니여서 다행이라는 아이러니도 있다. 그러면서 타인의 기쁨이든 슬픔이든간에 무감각해진다.

  타인의 슬픔이란… 지진과 화산, 테러와 전쟁, 사고와 충돌의 이미지들로 가득 메워지는 아침 뉴스는 꼬박꼬박 챙겨먹는 아침식사와 함께 하는 고정 메뉴 따위로 된다. 멀쩡한 건물의 폭격의 장면을 보면서 할리우드 영화처럼 느껴져요 하고 쉽게 말할수 있다. 서서히 침몰해가는 선체, 추락되여 박살나버린 비행기의 잔해들을 보면서도 무심해진다. 허기와 갈증에 허덕이는 소년이 카메라를 응시하고있는 얼굴을 보면서 자신들의 얼굴을 바라볼수 있어서 련민이 생긴다. 련민의 끝에 따른는것은 다행이라는 안도감. 심지어 촬영사가 소년에게 연필이랑 사탕이랑 돈이랑 주면서 포즈를 취해보라고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타인의 슬픔도 번복되고 재탕되면 식상해져 버린다.

  식상해지기 쉽게 하는 빠른 세상이다. 세상사를 다 함께 공유하는듯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서 멀어져 간다. 요즘 류행하는 위챗의 모멘트도 위험한듯 하다. 외로워서 그리워서 함께 하고저 만나는 공간이지만 무시와 랭소, 눈치와 소외, 인맥과 허세, 질투와 의심 등등의 엇갈림으로 곤혼스럽게 하지만 쉽게 로그아웃 시키지 못한다. 은근히 즐겨가고 있고 이미 중독되여 있다. 위챗 모멘트에 따르는 곤혹은 타인의 기쁨을 바라보는 모순된 시각이다.

  이 봄에, 벚꽃이 막 지려고 하는 무렵에 마침 비가 내렸고 마침 먼데서 친구가 왔다. 간밤의 숙취에 얼떠름한 이른 아침에 남자들의 벚꽃 구경은 환상이였다. 물안개가 사라져가는 공원 거리에 벚꽃이 꽃비가 되여 내리고 있었다. 그 꽃, 지는 꽃을 보면서 친구를 안아버릴번 했다. ‘사쿠라꽃 피면 녀자 생각난다. 이것은 불가피하다. 사쿠라꽃 피면 녀자 생각에 쩔쩔맨다.’(소설가 김훈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사쿠라라는 표현은 별로이다.) 아마도 소설가가 느꼈던대로 녀자 생각이 났었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가가 말하고저 하는 녀자는 단지 성적으로 구별짓는 녀자가 아닌 간절하게 그리워지는 사람들이라고 고집해본다. 꽃에게도 슬픔이 있을가. 난분분 난분분 떨어지는 벚꽃 잎을 보면서 나무와 벚꽃이 같이 아파할거라고, 기어이 꽃의 슬픔이라고 우기고 보니 그리움이 생긴거다. 리유도 없이 상대도 없이 밀려오는 막무가내의 그리움. 꽃의 슬픔을 사랑하듯 타인의 슬픔도 사랑하기로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작정하고 나서 사랑을 시작하면 실패한다. 누구든 외롭다고 생각될 때 사랑이 시작된다.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는 누군가의 스치는 몸짓에서 그리움이 묻어난다면 사랑할 때인듯싶다.

  봄이면, 바람이 불면 연을 날리고싶다. 바람을 등지고 하늘 높이로 연을 띄워 올리고싶다. 타인의 슬픔을 대체 알면 얼마나 알지싶지만 아픈 사람이 저기 연이 날리네 하면서 파란 하늘을 잠간이라도 볼수 있게 연을 날리고싶다. 봄이면 바람이 분다. 골목 골목에서 비집고 터져나오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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