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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평 봄이라는 이미지의 풍연(风鸢)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5.09일 11:04
조원의 수필 ‘바람이 불면 연을 날리고싶다’

  독고혁

  (흑룡강신문=하얼빈) 바람, 몸, 꽃, 연…

  조원의 수필은 첫 시작부터 난삽한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그의 표현을 빌면 떨어지는 벚꽃처럼 ‘난분분 난분분’ 내리는 이미지들…

  현란한 그 이미지들이 다소 넘친다싶은 감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문장이 매끄럽고 속도감이 있다. 재빠르게 바뀌는 이미지의 파편들을 통괄하여 보여주는 봄의 정경과 관찰자의 다각적인 시선들이 부담스럽지는 않고 그나마 도렷이 안겨온다.

  ‘유독 봄이여야만 바람이 쓸어가는것과 바람에 실려오는것이 보이게 된다’고 화자는 작품의, 봄의 들머리에서 말한다.

  바람과 꽃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는 매우 사실적이다. 이러한 디테일의 사실성은 수필의 내러티브적인 성격을 이끌어낸다.

  식상한 일상의 공허해질수밖에 없는 관념적이나 추상적인것들이 작품속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적인 모습들과 포개짐으로서 봄날이라는 현실성을 획득하고 작품은 상이한 매력을 발산한다.

  봄날에 새라운 시선으로 바라본 이미지는 봄의 들머리에서 그동안 동면했던 정신적 감각에 호소함으로써 ‘타인을 바라보는 모순된 시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이 꽃순처럼 현실성을 감싸안으면서 벙그레 만개하는것은 바로 ‘마음의 세부들에서 고요하게 일어서는 경이로운’ 치유의 힘이다.

  미국시인 에즈라 파운드는 ‘이미지란 지적, 정서적 복합체를 일순간에 보여주는것’이라 하였다. 좋은 수필의 생명력 창조는 이미지의 형상화 구축과 직결된다. 하나의 수필작품을 내놓을 때 소재가 되는 사물을 단순히 묘사하거나 이야기로 풀어내서는 아니 되고 내면의 눈을 통해 일상적 사유를 뛰여넘는 자기만의 특화된 이미지를 그려내야 하기때문이다. 그런 수필이여야만 독자들의 안목에서 반듯한 이미지로 생생하게 살아 숨쉬며 ‘잘 쓴 작품’이라는 생명력을 갖게 된다. 때문에 이미지가 집중되면서 정서를 강하게 환기하는 작품이 오래 기억되는것은 당연하다.

  이 작품에서 계절의 미세한 움직임을 디테일하게 묘파한 구절을 보면 마치 작가가 붓대가 아니라 초고속 촬영기로 촬영한 이미지를 보는것과도 같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결’, ‘말라터진 입술’, ‘물기를 갖고자 하는 손’… 화자의 이미지는 이렇게 신체의 일부에서부터 ‘가슴에 숨겨둔 상처’, 보이지 않는 내면의 이미지에 까지 이른다. 봄에 대한 작가의 심상을 이미지로 형상화함으로서 감정이입을 유도하여 작가와 동일한 흠상에 다다르게 하고 있다. 그렇게 화자의 심중에 동면했던 이미지의 기원은 ‘그리움’이다.

  그 그리움이 봄날의 꽃비에 떠밀려 독자에게 지각되면서 그리움의 정서를 공유하고자 한다. 그리고 ‘외로워서 그리워서 함께 하고저 만나는 공간’인 위챗에서 “무시와 랭소, 눈치와 소외, 인맥과 허세, 질투와 의심 등등의 엇갈림’으로 곤혼스럽던 현대인의 통병을 추슬리고 ‘꽃의 슬픔을 사랑하듯 타인의 슬픔도 사랑’하기로 한다.

  수필은 봄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시의적절하게 선택하여 정서적 효과를 더했다. 계절의 화사한 정경과 화자의 심리적 변화가 잘 버무려진 글이다. 서두와 내용전개도 좋지만 결미가 멋지다.

  조원은 수필의 말미에 뜬금없이 연을 날린다. 그리고 비로서 날리기로 한 마음의 연의 얼레줄에 많은 이미지를 감았다가 풀어 놓는다.

  글의 행간에 깊숙히 감추었던 연을 그제야 들추어낸것은 이제 차거운 시각으로만 보았던 계절이 버겁지 않고 봄바람에 편승한 새로운 비상을 꿈꾼다는 암시일것이다.

  흔히 시나 수필들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는 정태적인것이라기보다는 동태적이며 그 약동은 하나의 주제를 위한 장치가 되는수가 많다. 조원이 실사해낸 이미지는 ‘머리칼을 들추는 바람’, ‘망울 터지는 목련’ ‘비속에 지는 벚꽃’, ‘파란 하늘을 나는 연’ 등 동태적인 이미지의 련쇄적인 방영이다. 그 이미지들은 자아성찰을 통해 봄날같이 변화많은 삶의 일단(一端)을 고스란히 내비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미지의 련쇄를 통해서 날리는것은 ‘골목골목 바람 부는’ 세상의 하늘을 가로지는 산뜻한 풍연같은 희망의 메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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