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문화/생활 > 기상천외
  • 작게
  • 원본
  • 크게

92세 시작… 100세에 '육상 퀸' 된 할머니

[기타] | 발행시간: 2016.08.31일 08:01
[아메리카 마스터스 대회 100m 70세 이상 부문서 1등한 카우르]

창·포환 던지기도 金, 3관왕

지금까지 딴 메달 스무개 넘어 "건강 비결은 규칙적인 운동"


'땅.'

총성이 울렸고 노인(老人)은 달리기 시작했다. 팔은 앞뒤로 힘차게 흔들었고 입은 꼭 다물었다. 전속력으로 100m 트랙을 통과한 기록은 1분21초.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였다면 같은 거리를 8번은 갈 시간이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그녀는 물을 벌컥 들이켰다. 턱 끝까지 숨이 차올라 말을 하기도 어려웠지만 이내 두 손을 번쩍 들어 환하게 웃었다.

1916년생, 올해 100세를 맞은 인도의 만 카우르씨는 30일(한국 시각) 아메리카 마스터스 게임(캐나다 밴쿠버)에서 육상 여자부(70세 이상 부문) 100m 우승을 차지했다. 70세 이상 여성 출전자는 그녀뿐이었기에 완주만으로도 금메달을 걸 수 있었다. 앞서 창던지기와 포환던지기에서도 정상에 오른 카우르씨는 이 대회 '3관왕'이 됐다. 이번 대회 홍보 대사를 맡은 1984 LA올림픽 은메달리스트(여자 1600m 계주) 샤메인 크룩스(캐나다)는 "그녀는 젊은이와 나이 든 이들에게 모두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이보다 잘 맞을 순 없다. 인도의 만 카우르 할머니가 30일(한국 시각) 아메리카 마스터스 육상 경기 100m에 출전해 ‘역주’하는 모습. 100세 노인을 향해 사람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AP 연합뉴스

우승 직후 카우르씨의 곁엔 통역을 맡은 아들 구르데브 싱(78)씨가 있었다. 아들은 "어머니는 항상 승리에 목말라 있다. 고향에 돌아가서 이웃들에게 '내가 금메달을 따고 왔다'고 자랑할 것"이라고 했다.

카우르씨가 육상 대회에 출전한 건 처음이 아니다. '상수(上壽·100세를 뜻함)' 나이에 중국과 미국 등 세계 각지를 돌며 목에 건 메달만 스무 개가 넘는다. 100m 최고 기록은 59초다.

슬하에 네 자녀를 둔 평범한 주부였던 카우르씨에게 장남인 싱씨가 8년 전 운동을 처음 권유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열린 한 마스터스 대회에서 90세 노인이 열성적으로 뛰는 모습을 봤는데 참 인상적이었다"며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무릎도, 심장도 건강하니 달리실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카우르씨의 느리지만 꾸준한 훈련이 시작됐다. 주로 저녁 시간에 집 근처 공원에서 혼자 달리기 연습을 했다. 다섯 번 이상 전력 질주를 하고는 집에 돌아와 우유와 제철 과일 주스로 체력을 보충했다. 노모(老母)의 열정에 자녀들도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형제들은 매번 국제대회가 있을 때마다 돈을 모아 체류 비용을 댄다. 맏아들 싱씨가 언제나 어머니와 동행하며 응원한다.

규칙적인 생활도 고령인 카우르씨가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간단한 스트레칭과 샤워를 마치고 나서 하루를 시작한다. 아직도 일흔이 넘은 아들의 밥을 차려줄 정도로 정정하다. 매 대회가 도전의 연속인 카우르씨는 이날 우승 후 이렇게 말했다. "나 같은 사람도 뛸 수 있어요. 건강 비결요? 당연히 운동이지요."

4년마다 열리는 세계 마스터스 게임에 앞서 아메리카 지역에서 열린 이번 대회엔 30세 이상만 참가할 수 있다. 대회는 오는 4일까지 이어진다.

[이순흥 기자 shlee@chosun.com]

조선일보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60%
10대 0%
20대 20%
30대 0%
40대 40%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40%
10대 0%
20대 0%
30대 20%
40대 2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영원한 '오빠', 그리고 '가황' 나훈아가 가수 생활 은퇴를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27일, 인천 연수구 송도컴벤션시아에서 나훈아는 데뷔 58년 생활을 마무리하는 단독 공연을 펼쳤다. 그는 이날 "이제 진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오후 3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빙설의 꿈, 하나로 잇는 아시아'... 2024년 할빈시조선족중소학생 랑독대회 개최

'빙설의 꿈, 하나로 잇는 아시아'... 2024년 할빈시조선족중소학생 랑독대회 개최

도리조선족학교 초중부 김가영, 소학부 하의연 학생 특등상 아성조중 두사기, 오상시조선족실험소학교 강봉혁 학생 1등상 2025년 제9차동계아시안게임과 할빈빙설문화의 풍채 및 2024년 세계독서의 날을 맞아 최근 할빈시조선민족예술관, 할빈시교육연구원민족교연부,

중국 의학계, 인재 육성∙AI 접목한 교육 강화에 박차

중국 의학계, 인재 육성∙AI 접목한 교육 강화에 박차

"현대의학은 단일 질병에서 동반 질환으로, 질병에 대한 관심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즉각적 효과에서 장기적 효과로, 개체에서 단체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의료 업무는 '질병 치료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더 나아가 '사람과 인류 중심'으로 전환돼야 합니다.

중국 로동절 련휴 겨냥, 소비 진작 위한 다양한 활동 전개

중국 로동절 련휴 겨냥, 소비 진작 위한 다양한 활동 전개

지난 21일 하북성 석가장시 정정(正定)현의 한 야시장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모습을 드론 사진에 담았다. (사진/신화통신) 중국 정부가 로동절(5월 1일) 련휴를 앞두고 소비 진작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하아동(何亞東)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5일 상무부 정례브리핑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