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스피디30. [중앙포토]
세계에서 루이비통 핸드백이 가장 싼 나라가 어디일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영국이 그 주인공이다.
12일(현지시간) BBC가 보도한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와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루이비통의 인기 모델인 '스피디30'의 가격은 런던에서 802달러(약 90만5000원)다.
같은 제품이 프랑스 파리에서 850달러(약 95만9000원), 미국 뉴욕에서 970달러(약 109만5000원), 중국에서 1115달러(약 125만8000원)에 팔리는 것에 비해 눈에 띄게 싸다.
루이비통 뿐 아니라 전체 명품 브랜드 제품의 64%가 영국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발렌시아가 풀라르 프린지 드레스의 영국 가격은 미국보다 400달러 정도 낮게 형성됐다. 프랑스에서 942달러(약 106만2000원), 미국에서 995달러(약 112만2000원)에 팔리는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남성용 캐시미어 스웨터는 영국에서 843달러(약 95만원)에 판매된다.
지난 6월 국민투표로 브렉시트가 결정된 이후 달러 대비 파운드화의 가치가 17% 이상 폭락했기 때문이다.
딜로이트 연구원 닉 포프는 "떨어진 파운드화의 가치는 영국 명품 시장 전반의 가격을 낮춰 여행객들의 구매력을 높이고 소비를 촉진하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추세는 영국을 방문한 여행객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7월 한 달 동안 380만 명의 외국인이 영국을 찾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증가한 수치다. 이들이 영국에서 쓴 돈은 25억유로(약3조1024억)다.
그러나 이미 몇몇 명품 브랜드는 서서히 가격을 올리고 있는 등 상황이 달라질거란 전망이 나온다.
포프는 "명품 브랜드가 소비자를 잃을까봐 두려워서 당장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파운드화는 '새로운 균형'(new normal) 상태에 접어들게 될 것"이라며 "수익의 압력을 받는 명품 브랜드는 가격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