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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잃는 아픔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11.14일 08:22
작성자: 김인섭

  (흑룡강신문=하얼빈) 내 고향 마을이 개발의 물결에 휘말려 통째로 도시 밑층에 깔려 들어간다. 부모님들이 적성으로 가꿔오시고 내가 태어나자란 고토가 아주 자취를 감춘다는 소식에 이름할 수 없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된다.고향이 <오뉴월 장마 속의 토담 무너지듯> 하는데 힘없는 누구는 찍소리도 야무지게 못하고 완벽한 실향자가 되고 있다.

  지난 세기 30년대 우리 부모님들이 조선반도를 탈출하여 중국의 어느 산골에 정착하시면서 우리 가족의 력사 장막을 올리셨다.새 중국의 건립 직후 아버님께서는 철부지 아이들을 보며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랬다>란 생활철학을 주장하시며 시내로 오신 것이 내 고향의 발단이다.그 후 부모님들은 이 땅에서 토지개혁、호조조、합작사、3폭붉은기 이벤트(총로선,대약진,인민공사)、<문화대혁명>、개혁개방 등 격변의 나날을 맞이하시고 인간의 모든 고초를 경험하시며 지나온 것이다.혹시 한가하여 그 나날들을 되새길 때면 기근과 추위와 생명의 위협이 도사리고 형극으로 꽉 막혔던 세월의 터널을 부모님들이 어떻게 헤치고 나오셨는지 불가사의하다.열애의 마음을 쏟아붇고 자식들의 미래를 심어주던 이 땅에는 부모님들이 력사를 창조하는 인민 대렬을 따라가시며 남겨놓으신 영욕、희비와 고난에 찬 피어린 사적(史跡)의 편린(片鳞)들이 산적(山积)하여 있다.그 시기 부모님과 수천만 로동인민들의 가슴 속에서 타오르던 행복의 열망이 개혁개방의 장엄한 서막을 열었으리라.

  내가 태어나 청춘을 보낸 안태고향(安胎故乡). 내 유소년 시절에 <서발 막대에 걸릴 것 없는> 우리 초가집에서 부모님들이 가족의 생계와 집단사업을 위하여 분주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그대로 남아있다.보릿고개 춘궁기때면 영양 실조로 얼굴이 프러누렇게 변색하시고 추위가 몰려오면 온몸을 웅크리고 다니셨는데 부모님들의 지친 그 육신에서 그 힘이 어떻게 나왔는지 실로 신비한 생명현상이다. 형님 누나들이 앉을 자리가 모자라 베개를 걸상으로 무릎을 책상으로 공부에 정진하던 희한한 장면도 눈앞에 삼삼하다.더 넓은 세상을 만들어 가려고 지혜와 생산성이 무시된 무식한 집단로동의 나날은 얼마였고 청운의 꿈을 휘날리며 주경야독(昼耕夜读)으로 지새운 밤은 얼마였던가.바로 이 력사의 땅이 깨끗하게 사라진다.그래도 조석으로 바라보던 고향 산맥이 예전같이 의연하고 부모님의 핏물과 눈물과 땀물을 바다로 실어보내던 고향 하천이 예와 같이 흘러흐르기에 고향 산천이 남았다는 위안이 남아있다.

  타향살이의 허구한 날 무시로 고향을 건너보며 <가고파라 가고파, 보고파라 보고파, 그리워라 그리워>를 얼마나 들먹였는지 모른다.초가지붕에 박넝쿨이 매달리고 울바자에서 나팔꽃풀들이 꽃을 피운 봄날이면 늘찬 제비들이 처마밑에 둥지를 틀고 애기를 키우다 강남으로 가는 광경을 상상하기도 했다.혹시 나들이로 갔다가 고향의 옛모습이 콘크리트숲 밑으로 퇴각하는 장면을 보며 개발자들의 현대화 블도저(推土机)가 미워도 어지간히 미웠다.인간의 과거사와 추억을 산산히 지우는 행동을 감행할 때 한 쪼각의 용서의 마음을 가지고 하나쯤의 유적이라도 남기려는 문화적 아량이 있다면 과거와 미래를 조화롭게 연결되는 고향 도시가 되리라는 푸념도 쏟아냈다.

  경세(警世)의 명인도, 명품도, 명물도, 명승지도 없는 촌락에 뭔가 남겨달라 애걸한다면 가소롭지만 력사와 현대가 어울려야 현대화 도시라는 누구의 리론을 실제에 결부시킨다면 일부러 찾아서라도 뭔가를 남기는 것이 리치일 것이다.물론 기획자는 개발 발전의 당연성을 들고 개발자는 매매 성립의 당위성을 핵무기처럼 들고 을러메며 어느 민초가 애절한 향수(乡愁)를 누리도록 놓아두지 않을 것이다.다만 팽배하는 돈의 힘 앞에서 실향의 못된 아픔이 있다고 무력하게 호소할 뿐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인간의 문화 본성이고 고향을 동경하고 그 유전자를 차세대에 전승하려는 희망도 인류의 본능이다.이런 리유로 과거,오늘과 력사를 상생시키면서 선배의 발자취를 현시대 속에서 이어간다면 이는 금상첨화가 아닐가 생각하니 몸부림도 나갔다. 외형적인 멋진 변화와 육욕의 포만감을 위하여 문화와 력사가 걸레로 취급되는 이른바 발전은 발전이 아니고 발전에 대한 조롱이고 오만이라는 비평도 하고 싶다.

  고향 땅에서 고고성을 울리고 륙십갑자를 한 바퀴 돌고오니 내 인생의 정원에 가을이 왔다. 나이와 실향의 아픔은 정비례라 말한다.그러나 발전하는 세월이 사람들께 남기는 영원한 아픔은 <자체 고향 상실의 아픔이요,원체 사상 상실의 아픔이며,본체 자아 상실의 아픔>이라 하였으니 이 아픔은 마땅한 아픔이고 잊어야 할 아픔이겠다.그래도 실향의 상흔은 만지면 아픔이 묻어나며 아프지 않을 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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