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갈수록 만연하는 입점 업체들의 매출 조작 행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이들이 허위 주문을 내 매출을 부풀리는 것은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자리를 배치받아 향후 더 많은 매출을 유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중국에서 연중 최대의 온라인 쇼핑 시즌인 지난 11일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때는 매출을 조작하는 이른바 '슈아단'(刷單)이 더욱 극성을 부려 당국의 엄중 단속 의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광군제에 즈음해 올아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 접속, 상품을 주문하려 했던 한 중국 여성의 사례를 통해 슈아단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소개했다.
충칭에 거주하는 이 여성은 당초 2개의 상품만을 구입하려 했으나 마이페이지를 살펴본 결과, 무려 80개의 상품을 주문한 것으로 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그녀의 아이디로 접속해 불과 1분 만에 91위안짜리 스케이트보드, 1천200위안짜리 우클레레, 1만8천900위안짜리 오크목 침대 프레임 등을 마구 주문해놓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주문만 했을 뿐 결제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범인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도 남겨져 있었다. 주문 말미에 "우리는 전문 홍보업자입니다. 상점 순위와 주문 건수, 사업 발전을 도울 수 있으니 연락을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덧붙여져 있었던 것이다.
중국에서는 전문적으로 매출을 조작해주는 업자를 가리켜 '인터넷수군(水軍)'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봇(bot)이나 해커들을 활용해 허위 주문을 넣는 수법을 쓴다.
12일 중국 광둥성 선전의 대형 전광판에 알리바바의 '광군제' 일일 판매액이 표시된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관계 당국이 광군제를 앞두고 철저한 단속을 호언했으나 성과는 신통치 못했다. 한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검색 결과에서 상위에 오르는 것과 하위권으로 떨어지는 것은 천양지차여서 슈아단은 대단한 유혹"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슈아단이 활개를 치면서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알리바바에도 불똥이 떨어지고 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이 회사의 광군제 당일 매출이 천문학적인 숫자를 기록하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가 올해 광군제에서 24시간 만에 거둔 매출은 178억 달러로 브라질의 연간 전자상거래 규모를 능가하는 것이었다. 지난해의 광군제와 비교하면 무려 32%가 증가한 액수다.
지난 5월 미국 SEC로부터 자료 제출을 요구받자 알리바바는 국제적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를 고용해 감사를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슈아단 단속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알리바바를 비롯한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데도 입점 업체들은 이를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슈아단을 탐지하는 알고리즘을 피하기 위해 타사의 제품을 서로 주문해주고 결제를 한 뒤 이를 취소하거나 서로 빈 박스를 보내주는 수법을 사용하고 아예 전문업자들에게 맡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