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차이나 혁신 기업을 가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2위 징둥닷컴
"오전 11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배송"…24시간 서비스로 상거래 혁명
진품·정품만 팔아 소비자 신뢰…텐센트 제휴 후 모바일쇼핑 79% 급증
[한국경제신문 ㅣ 김현석 기자] “중국인 두 명 중 한 명은 스마트폰을 징둥닷컴에서 삽니다.”
중국 베이징 남쪽의 이좡경제개발구에 있는 징둥닷컴(JD.com) 본사. 추왕 전략총괄이사의 말이 끝나자 동행한 중국인 기자, 통역 등 6명 중 4명이 손을 들었다. 정말 자신의 스마트폰을 징둥닷컴에서 샀다는 것이다. 추 이사는 웃으며 “우리는 알리바바와 달리 진품, 정품만 팔고 오전 11시 이전까지 주문하면 당일 배송해준다”며 “4억명에 달하는 중국 중산층이 우리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징둥닷컴은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2위 기업이다. 하지만 1위 알리바바를 무섭게 쫓고 있는 2위다. 2004년 온라인 쇼핑에 뛰어든 징둥은 올해 포브스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에 뽑혔고,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과 함께 세계 톱 10 인터넷기업으로 선정됐다.
알리바바가 기업간 거래(B2B),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운영체제 등 다양한 사업으로 확대하는 사이 징둥은 한우물만 파고 있다. 2011년 거래 규모가 327억위안(약 5조5361억원)에서 지난해 4627억위안(약 78조3351억원)으로 초고속 성장하고 있다.
500만명 이상 70개 도시 당일 배송
지난 2분기 기준 징둥의 고객 수는 1억8800만명, 주문량 3억7300만건이다. 거래 규모는 1604억위안(약 27조1380억원), 매출은 652억위안(11조311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47%, 42% 늘었다. 매년 20% 커지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징둥의 성장률은 시장 성장률의 두 배에 이르고 있다.
성공 비결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진품, 정품만 판다는 것이다.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티몰 등에선 짝퉁이 범람한다. 타오바오에서 팔리는 제품의 67%가 모방품이라는 추정(중국 공상총국이 2015년 1월 발표한 연구보고서)도 있다. 이런 중국에서 징둥닷컴은 직접 삼성전자 P&G 레노버 샘소나이트 등 글로벌 1000여개 기업에서 구매해 판매한다. 특히 품질 보증을 통해 ‘짝퉁’을 팔았을 때 엄청난 보상금을 준다.
추 이사는 “짝퉁 등의 이유로 중국 내 전자상거래 모델은 점차 개인간 거래(C2C)에서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타오바오처럼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소상인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게 아니라 징둥처럼 직구매해 파는 모델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 미국에서도 이베이보다 아마존의 성장이 빠르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두 번째는 당일배송 시스템이다. 징둥은 인구 500만명 이상의 70여개 중국 1, 2선 도시에서 오전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 그 이후 주문한 건 다음날 배송해준다. 추가 요금을 내면 2시간 만에 배달해주기도 한다. 이를 땅 크기가 비슷한 미국과 비교하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아마존은 프라임고객(연간 회비 99달러)에게만 사흘 내 배송해주고, 일반 고객에겐 통상 1주일 넘게 걸린다. 추 이사는 “이런 배송은 중국에서 유일무이하고 세계적으로 유일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징둥은 전국에 124개 물류센터와 2100개 배송센터를 구축해 놓고 이를 스마트물류 시스템으로 연결했다. 정직원 11만여명 중 6만여명이 택배원이다. 쿠팡이 하고 있는 ‘로켓배송’의 원조인 셈이다. 주요 타깃인 고급아파트 등엔 아예 건설할 때부터 자체 자금으로 전용 택배함을 설치한다.
이런 시스템은 올해 11월11일 광군제(光棍節·중국 독신자의 날) 때도 빛을 발했다. 수십억건의 주문이 이날 하루에 발생하면서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은 배송하는 데 최대 열흘까지 걸리지만 징둥닷컴은 이틀 안에 배송을 끝냈다.
징둥은 올해 X사업팀을 꾸려 드론(무인항공기) 배송, 로봇 배송 등을 개발 중이다. 추 이사는 “드론 시험배송은 이미 성공리에 마쳤다”며 “언제 시행할지 정해지진 않았지만 향후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텐센트를 대주주로
세 번째는 전략적 제휴의 성공이다. 징둥의 1대 주주는 창업자 류창둥 회장이 아니다. 중국 4대 기업의 하나로 불리는 텐센트다. 류 회장이 2014년 급성장하는 모바일 쇼핑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중국인 8억명이 쓰는 메신저 위챗을 보유한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에 자신이 보유한 것보다 더 많은 20% 이상의 지분을 넘긴 것. 그 결과 2014년 전체 주문량의 24%였던 모바일 주문은 지난 2분기 79%까지 높아졌다. 추 이사는 “징둥은 위챗의 쇼핑채널을 독점한다”며 “8억명의 위챗 사용자가 잠재적 고객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징둥은 올해 월마트에도 지분 10%를 넘겼다. 중국 내 월마트를 통해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판매, 배송해주기 위해서다. 일종의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 서비스를 결합해 더 빠른 택배와 더 좋은 상품을 제공하려는 시도다. 추 이사는 “우리는 알리바바와 다르다”며 “전자상거래 한 개 분야를 집중적, 심층적으로 발전시키는 게 우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자체 전자제품 브랜드도 만들어
징둥은 핵심 사업인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관련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금융과 기술사업이다. 금융업엔 2013년 자회사 JD파이낸스를 세워 진출했다. 온라인 결제, 온라인 구매 보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또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 신용도를 파악한 뒤 이들에게 소액 소비자금융을 제공한다. 신용도에 따라 1000위안(약 16만9000원)~3000위안(약 50만8000원)까지 짧은 시간 안에 대출해준다.
기술사업을 통해선 냉장고 세탁기 등 각종 가전을 포함한 전자제품을 JD스마트(가전브랜드)란 자체 브랜드로 개발, 판매하고 있다. 아마존이 자체 상품인 킨들과 파이어폰, 에코 등을 만들어 파는 것과 비슷하다. 징둥은 급성장하는 조직 관리를 위해 인재를 키우고 있다. 2013년부터 유명 경영대학원 출신을 연간 100명씩 ‘관리자 양성요원 제도’를 통해 뽑고 있다. 1년간 교육을 거쳐 능력이 확인되면 고급관리자로 바로 쓴다.
류창둥 징둥닷컴 회장은…
대학 졸업 후 식당을 차렸다가 몇 달 만에 망했다. 기업에 잠시 취직해 빚을 갚고 업무를 익혔다. 1998년 스물다섯 살 때 다시 3.3㎡(약 1평) 남짓한 크기의 전자제품 판매점을 차렸다. 이 회사는 지금 시가총액 381억달러(미국 나스닥, 11월30일 기준) 규모의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이 됐다.
징둥닷컴의 창업자 류창둥(劉强東) 회장 얘기다. 그는 여러 번 실패를 딛고 일어선 중국의 ‘굴기 기업인’으로 꼽힌다. 그는 1974년 중국 장쑤성 쑤첸시에서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인민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지만 컴퓨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식당이 망해 지게 된 빚을 급여가 많은 일본생명에서 일하며 갚았다.
2년 만에 빚을 갚고 1998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에 자본금 1만2000위안(약 210만원)으로 전자제품 판매 회사 ‘징둥공사’를 창립했다. 대학 친구, 교수 모두가 변변한 전자 제품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걸 보고 잠재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징둥공사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출발했지만 2003년 온라인 유통에 뛰어들었다. 2002년 중국에 불어닥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문이었다. 당시 중국인은 외출을 꺼렸다. 아예 오프라인 매장을 닫고 2004년 온라인 유통 사이트를 개설했다. 류 회장은 “사스가 아니었다면 전자상거래에 진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류 회장은 JD닷컴이 취급하는 제품을 전자제품에서 의류, 화장품 등으로 차차 넓혔다. 그러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배송이 느리고 믿을 수 없다는 소비자의 원성이 빗발쳤다. 내친김에 그는 2007년 물류와 배달에 직접 뛰어들었다.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빠르고 정확한 택배를 시작했다. 밤 7~10시 배달 나이트타임 택배, 24-7(24시간, 7일) 배송서비스 등 중국 전자상거래의 혁명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