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노엘(오른쪽)이 자신이 입양한 침팬지 토마스의 사체 곁에 앉아 풀줄기로 이빨을 닦아주고 있다. 세인트앤드류스대 연구팀
침팬지가 죽은 동료의 이빨을 닦아주는 장면이 처음으로 관찰됐다. 죽음을 대하는 인간 관습의 진화론적 기원을 살피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대중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16일(현지시간) 잠비아 야생 침팬지 고아원에서 암컷 침팬지 노엘이 죽은 수컷 침팬지 토마스의 이빨을 단단한 풀줄기로 닦아 찌꺼기를 제거하는 광경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침팬지 고아원은 야생에서 혼자 살수 없는 새끼 침팬지를 성체 침팬지에 맡겨 보살필 수 있게 하는 곳이다. 노엘은 고아원에 맡겨진 토마스를 입양한 어미였다.
침팬지 노엘의 행동을 관찰한 영국 세인트앤드류스대 연구팀은 침팬지 사이에 유대감이 오래도록 쌓이면 사후에도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논문 대표저자인 진화생물학자 에드윈 판 레이우엔 박사는 “우리 논문은 동정심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컷 침팬지 토마스의 사체를 둘러싼 침팬지들. 어미 침팬지 노엘이 풀줄기를 꺾어 토마스의 이빨을 닦아주고 있다. 뉴사이언티스트
또다른 연구자는 “확실히 흥미로운 사례”라면서 “무리 안에서 독특한 행동을 보이는 침팬지의 또다른 사례”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침팬지 6~7마리가 토마스의 사체 주위에 둘러앉아 코를 킁킁거리며 사체를 관찰한다. 훌쩍 뛰어올라 토마스의 사체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등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침팬지도 있다. 이빨을 닦아주는 건 토마스를 입양했던 암컷 침팬지 노엘 뿐이다. 노엘은 다른 침팬지들이 떠난 뒤에도 동료 1마리와 함께 자리를 지켰다. 주위에 난 풀 가운데 단단한 줄기를 골라 정성스럽게 토마스의 이빨을 닦았다. 뉴사이언티스트는 고릴라나 코끼리, 돌고래 사회에서도 죽은 동료를 애도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되곤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노엘의 행동을 두고 침팬지가 죽음을 이해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스위스 제네바대 티보 그루버 박사는 “침팬지가 죽음을 얼마나 이해하는 지는 알 수 없다”면서 “노엘의 행동도 단순히 사체를 청소하는 것인지 사회적 의미가 있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