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연 기자]지난 5월 기아자동차가 새롭게 내놓은 럭셔리 세단 K9이 초반 흥행몰이를 지속하지 못하고 최근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 수입차를 겨냥하고 있지만 정작 집안 라이벌인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와도 힘겹게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거꾸로 현대차의 신형 SUV 싼타페DM의 경우엔 오랜만에 국내 중형 SUV 시장 2년 연속 1위인 기아차 쏘렌토를 오랜만에 제치고 지난달 판매 1위로 올라섰으나, 내달 신차 수준으로 탈바꿈한 뉴 쏘렌토R의 복귀가 예정돼 있어 좌불안석인 상황이다.
21일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보통 광고비를 신차 런칭 당월에 대부분을 투여하고. 다음달 부터는 3분의 2가량으로 줄인다”면서도 “그러나 K9은 상징성이 워낙 커 광고비를 계속 첫 달 수준으로 집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아차가 이처럼 K9 판촉을 강화하는 것은 전반적인 판매가 기대에 다소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수입차와 경쟁하겠다”는 기존 방침과 달리 수입차의 판매량을 뺏어오기는 커녕 급기야 최근에는 제네시스와 경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달초 상품성을 대폭 개선한 현대차 ‘제네시스 2013’ 출시와 맞물려 집안내에서 제네시스, K9, 에쿠스 순으로 가는 분위기”라며 “경기 불황으로 전체 내수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특히 프리미엄 세단의 판매는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아차가 K9의 첫달 판매(1500대), 사전계약 대수(4900여대)를 공개한 후 추가적인 판매현황을 밝히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가격(5290만원~8640만원)이 제네시스(4239만원~7718만원) 보다 높은데다 썬루프 하자 문제로 일부 출고가 지연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싼타페DM도 집안 라이벌과 1위 자리를 다퉈야 한다. 지난 4월 출시된 싼타페는 본격 판매가 시작된 5월 무려 7809대(구형 포함)가 팔렸다. 올해 들어 월평균 1600대 안팎으로 팔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판매 증가이다. 싼타페의 선전으로 평소 기아차의 절반 수준인 현대차 SUV의 월별 판매량은 지난달 1만921대로 기아차(1만87대)를 눌렀다. 그러나 다음달에는 연비를 개선하고 첨단 신기술을 탑재해 성능과 경제성,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킨 뉴 쏘렌토R이 돌아온다. 2009년 첫 출시된 쏘렌토R은 2010년 4만 2480대, 지난해 4만 602대가 팔리며 국내 중형 SUV 시장에서 2년 연속 판매 1위를 달성했다. 국산차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올해 유일한 국산 신차인 K9과 싼타페DM이 외부의 경쟁자 보다 더 어려운 내부의 경쟁자와 싸우고 있다”며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점에서 결과가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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