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에 이어 김병현까지.'
두산이 공교롭게도 올시즌 해외파 복귀 형님들의 한국무대 첫승 '제물'이 또 되고 말았다.김병현은 지난 20일 잠실 두산전에서 선발 5경기만에 6이닝 4안타 2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뛰던 2007년 9월 28일 뉴욕메츠전 이후 5년만의 승리였다. 그에 앞서 박찬호는 지난 4월 12일 올시즌 첫 선발등판이었던 대전 두산전에서 6.1이닝 4안타 5삼진 2실점으로 첫승을 장식했다.
박찬호도, 김병현도, 그리 썩 좋은 구위를 장착하지 못한 상태였으나, 둘다 '곰'을 만나 위력을 되찾은 셈이다. 특히 김병현은 이날 경기전까지 4번의 선발경기동안 20.1이닝 15실점으로 2패만 기록한채 부진했다. 박찬호 역시 시범경기에서 호되게 난타를 당하며 방어율 12.96을 기록했으나 두산타자들 앞에서만큼은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두산타자들이 해외파들의 복귀 첫승의 본의아니게 도와준 이유는 새로운 투수에 대한 낯가림이 심한 성향때문이다. 이날 김병현의 공을 처음 상대했던 곰들은 언더핸드스로 특유의 떨어지지 않고 솟아오르는 빠른 공에 당황했다. 또한, 스트라이크존에서 매우 큰 각도로 휘어져 들어오는 변화구도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스타일이라 공략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또한, 변화구 공략에 다소 약한 편이다. 그래서 박찬호 때도 그의 '팔색조' 구질에 번번이 당했다. 그가 던지는 변화구는 너무 다양해서 전력분석원들조차 무슨 공을 던지는지 정확히 잡아낼 수 없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 박찬호도 김병현도 낮은 코스로 찔러 넣어 철저한 땅볼 유도로 효과적인 피칭을 한 것이 승인이었다.
박찬호 첫승 경기에서 19개 아웃카운트 가운데 내야땅볼이 11개였고, 김병현 첫승 경기에서도 아웃카운트 18개 중 내야땅볼이 11개였다. 박찬호는 커브, 커터, 투심, 컷패스트볼을 노련하게 섞어 던지며 두산타선을 요리했다. 김병현은 솟구쳐 움직이는 직구가 몰리지 않았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잘 먹혀 두산타자들의 방망이가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사사구 5개를 허용하긴 했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집중타를 피하는 노련미까지, 산전수전 겪은 해외파 투수에게 곰은 또한번 고개를 숙였다.
- 스포츠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