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맥북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것이라는 예측 보도가 나왔을 때 신빙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배터리 소모가 커지는데 노트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두 번째는 노트북 크기가 아무리 커봐야 15인치가 될텐데 이 정도 크기에서 풀HD(1980x1080) 이상 해상도가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마지막으로는 과연 15인치 크기의 레티나 디스플레이 패널이 탑재될 경우 제조원가가 지나치게 올라가 상품성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다.


그러나 애플은 지난달 12일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2012)에서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맥북 프로(이하 레티나 맥북)를 선보였다. 기존 맥북 프로보다는 얇고 맥북 에어보다는 두꺼웠으며 15.4인치 크기의 화면에 무려 2880x1800 해상도를 구현하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앞선 우려는 기술력으로 멋지게 극복해냈다.


레티나 맥북의 발표와 함께 국내도 동시 출시됐지만 시중에서 제품을 구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높은 가격으로 인해 수요도 대중적이지 않았고 초도물량도 그리 많지 않아 국내 시장까지 제품이 전달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실제 입수해 사용해 본 레티나 맥북의 첫 인상은 그야말로 잘 깎은 하나의 공예품같았다. 그간 애플이 자랑해온 금형 기술이 총 집결된 역작이라는 느낌이다. 외관은 물론 자료 사진으로 본 내부 모습까지도 빈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단단했다.


■ DSLR과 찰떡궁합 "눈이 즐거워"

아이폰3GS와 아이폰4S의 차이점에 대해 말해보라고 한다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하드웨어 성능으로 귀결된다. 같은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만큼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같다. 애플 특유의 방식이다.


레티나 맥북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OSX 라이언을 사용하는 만큼 할 수 있는일은 거의 같다. 다만 맥북 프로를 뛰어넘는 최고의 하드웨어 성능을 발휘한다. 그중에서도 디스플레이의 비약적인 향상이 이뤄졌다.


2880x1800의 해상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만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풀HD 해상도의 영화를 보는데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과분하다. 게임 역시 디아블로3 등 일부 최신 게임은 고해상도를 지원하지만 전체적인 균형을 감안하면 역시 풀HD가 적당해 보인다.

결국 남은 것은 사진 뿐이다. 촬영된 사진을 보정하고 관리하는데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최고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사진을 굳이 확대하지 않아도 마치 고해상도 인쇄물을 보는 듯 매우 선명하고 세밀하다. 높은 해상도는 큰 캔버스와도 같다. 따라서 여러장의 사진을 동시에 올려놓고 작업을 하기에도 편리할 뿐만 아니라, 사진의 편리한 관리를 위해 보여주는 썸네일 이미지 조차 너무 세밀하게 표현돼 굳이 사진을 열어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작업 시간을 단축 시킨다.


레티나 맥북과 궁합을 이루며 사진 작업을 보다 편리하게 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바로 애퍼처(Aperture)다. 국내서는 불법 복제의 영향으로 일반인들도 쓸 정도로 포토샵이 대중화돼 있지만 사실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는 애퍼처가 보다 사용자 친화적이고 저렴하다. 애퍼처는 레티나 맥북 출시와 함께 업데이트가 이뤄져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처리해줄 뿐만 아니라 강력한 자동 보정 기능을 갖추고 있다.


■풀HD 동영상 9개를 동시에 편집

사진 다음으로 레티나 맥북을 활용하기 좋은 용도가 바로 영상 편집이다. 애플의 ‘파이널컷프로’는 최근 가장 각광받는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이다. 특히 사용이 간편하다는 이유로 영상을 신속하게 만들어야 하는 보도영상 편집 등에 많이 활용된다.


레티나 맥북에서 파이널컷프로는 그야말로 날개를 단 듯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는 인텔 3세대 코어프로세스와 케플러 기반의 엔비디아 지포스 GT650M 그리고 빠른 속도의 SSD 등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다.


가령 인기 TV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편집한다고 가정하자. 일반적으로 전체 화면을 찍는 카메라 1대와 등장 인물별로 전담 카메라가 1대씩 존재한다. 여기에 빠른 움직임을 따라잡거나 혹은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야 할 때 카메라가 계속 추가된다. 결국 한번 촬영마다 적게는 8~9대에서 많게는 10대 이상의 카메라가 동원되는 셈이다.

이를 편집하기 위해서는 모든 촬영분을 PC에 저장한 다음 필요한 장면을 찾아 이어붙인다. 이러한 작업은 매우 복잡할 뿐 아니라 손이 많이 간다. PD가 밤을 새서 편집하는 이유다. 레티나 맥북은 파이널컷 프로에서 풀HD급 영상 9개를 동시에 재생하면서 이를 생중계하듯 실시간으로 교차 편집할 수 있을 정도의 막강한 하드웨어 성능을 과시한다.


무엇보다 레티나 맥북은 2kg 남짓한 무게에 따른 뛰어난 휴대성으로 언제 어디서나 편집을 할 수 있는 점도 뛰어난 강점 중 하나다. 그야말로 어느 것 하나 빠질 것이 없는 최고의 영상편집 기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입을 신중히 고려해야 하는 몇 가지 이유

레티나 맥북은 여러모로 완전무결을 추구하는 애플의 편집증적인 성향이 잘 반영된 걸작이지만 일반 이용자들이 구입하기에는 몇 가지 신중하게 고려해야할 부분이 있다.


우선 DSLR이나 적어도 미리러스 카메라 등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100%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인들이 평생 풀HD로 된 영상 여러개를 동시에 편집할 일도 그리 많지 않다. 굳이 이러한 전문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눈이 즐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단지 그 이유로 100만원을 지불하기에는 여러모로 아깝다.

론 차기 운영체제인 OSX 마운틴라이언과 함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여러 가지 애플리케이션이 나온다면 좀 더 구입할만한 이유가 생길지는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이 마저도 확실치 않다. 차라리 더 가벼운 맥북 에어를 사거나, 비슷한 성능에 가격이 좀 더 저렴한 맥북 프로가 합리적인 선택이다.


전문가들에게도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빠른 속도와 얇은 두께를 위해 SSD를 채택했지만 그로 인해 저장공간이 너무 적다. RAW 포맷의 사진이나 풀HD 동영상은 차지하는 용량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256GB로는 지나치게 비좁다.


레티나 맥북은 최대 768GB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100만원 이상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 애플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두 개의 썬더볼트 포트와 한 개의 USB 3.0 포트를 지원하지만 아직까지 썬더볼트 지원 외장 저장장치가 비싸고 구하기도 어렵다. 또한 USB 3.0은 속도면에서 2% 부족하다.


결국 잘 만들어진 레티나 맥북이 풀어야 할 숙제는 가격으로 귀결된다. 물론 다른 제품에는 없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만큼 과연 가격이 비싸다 혹은 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게다가 전문가들에게 가격은 구매에 있어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그러나 최저 289만원이나 하는 이 제품은 일반 PC 이용자들에게 확실히 부담되는 가격이다.


따라서 당장 명확한 활용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맥북에어나 프로가 보다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레티나급 해상도를 지원하는 콘텐츠가 확대되고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SSD의 가격이 보다 저렴해져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 지디넷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