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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한국에 퍼진 저주 '충격'

[CCTV 한국어방송] | 발행시간: 2012.07.26일 02:35

외환위기 전이니 지난 1990년대 중반쯤 될 것 같다. 대학 은사님의 집을 취재 겸 해서 방문했는데 사시는 아파트가 꽤 컸다. 대학시절 검소하게 사셨던 분인지라 조금 놀랐던 기억이 있다. 4인 가족이 살기에는 좀 크다 싶어 "집을 줄이고 대신 그 돈을 굴리는 것이 낫지 않나요"라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재테크에 재주에 있는 것도 아니고… 두 아들이 결혼할 때마다 줄여갈 걸세."

부친으로부터 상속 받은 아파트와 자신이 살던 아파트를 판 돈에다 이리저리 변통해 구입한 집이라고 했다. 은사님은 그때 한 말처럼 몇 차례 이사를 하셨고 은퇴한 뒤에는 용인에서 사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우스푸어가 넘치는 지금의 잣대에서 본다면 대단한 재테크이지만 그 또래의 해방둥이 세대만하더라도 내 집 마련에 이은 큰 집 갈아타기는 가장 보편적이고 안전한 자산 불리기였다.

중산층의 꿈인 내 집 마련이 저주가 되는 시대가 찾아온 것인가. 조금은 무리해 일단 질러놓고 봐야 한다는 앞선 세대의 가르침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무책임한 조언이 되고 말았다. 부동산 불패 신화를 믿고 빚을 내 쪽박 찬 가련한 인생은 또 얼마나 많은가. 주택 빚 갚느라 신 빈곤층으로 전락한 이들은 족히 500만명에 이른다. 집을 팔아도 빚도 못 갚는 깡통주택과 그곳에 세를 살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의 등장은 하우스푸어 신드롬의 한 단면이다.

무분별한 투자를 했으니 죗값을 치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야 하나. 이건 너무 가혹한 일이다. 내 집에 대한 집착이 유별난 게 우리네 세상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를 조장하는 데는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전체의 책임 또한 크다. 불나방식 주식투자로 깡통을 찬 사람들과는 또 다른 문제다. 집을 팔아 빚을 갚으면 그만 아닌가 할 수 있지만 급매물이 나오는 마당에 근저당이 설정된 집에 구매자의 눈길이 갈 리가 없다. 도적적 해이 방지 차원에서 구제는 안 된다고 하기에는 사안 자체도 여간 심각하지 않다.

하우스푸어 신드롬은 우리나라도 세계적 자산 디플레이션의 무풍지대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자산 디플레이션은 비단 집값 하락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준 은행은 부실 채권을 떠안게 되고 이는 금융권의 신용경색으로 이어진다. 자산가치의 하락은 '역(逆) 부의 효과'로 소비를 얼어붙게 만든다. 기업이 제대로 굴러갈 턱이 없다. 자산 투매에 따른 빚 갚기가 외려 실질 빚 부담을 더 늘리는 부채 디플레이션까지 빠지면 최악의 시나리오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이 그랬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것은 집값 급락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믿음을 시장에 주는 일이다. 지금 시장에는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자산 디플레이션 심리가 팽배해 있다. 이런 부정적 심리가 확산되는 것부터 잡아야 하는 것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와 세 감면 조치가 은행과 건설회사 배만 불린다는 논리와 집 부자 특혜라는 시각은 편협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하우스푸어의 고통 경감에는 공감하면서도 집 부자 특혜라는 말만 나오면 고개를 가로젓는 정치권의 행태는 이율배반이다.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다룰 사안인데도 '부동산 활성화=경제민주화의 역행'이라는 등식만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재무의 재조정이다. 만기 연장과 저금리 전환은 윈윈 효과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폭탄 세일의 외통수로 몰아서는 안 된다.

경기가 장기간 부진한 가운데 대외발 악재까지 쌓인 상황에서 자산 디플레이션의 가속화는 우리 경제에 커다란 위협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대출한도를 제한하고 채권의 증권화가 미미하다는 것만으로 잃어버린 10년의 일본이나 서브프라임 사태의 미국과 다르다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금융위기로 5백만가구가 내 집을 잃었고 지금도 비슷한 수의 주택이 경매 처분될 위기에 놓여 있다.

-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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