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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主播)선생님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20.10.13일 16:17
목릉시조선족학교 리미순

  새해 벽두부터 심상치가 않은 2020년은 교원생활 8년철을 잡은 나한테도 너무나 인상깊고 배우는 것도 많은 한해이다.

  이 범상치 않은 한해에 나에게는이쁜 칭호가 하나 달라붙게 되였는데 나는 이 칭호를 영광으로 생각하며 한학기의 온라인수업을 애써 마무리짓게 되였다.

  2월 24일 아침, 여느 때 같으면 사무실에서 수업준비를 다그쳐야 할 때인데 학교령도로부터 한달간 온라인수업을 준비하라는 통지가 내려왔다. 잇따라 온라인수업에 관한 각종강좌가 라이브생방송으로 긴장히 진행되였다.

  사실 난 그때까지만 해도 온라인수업이 무엇인지 오리무중에 빠져있었고 강좌내용도 통 알아듣지 못해서돌이켜보기를 반복적으로 했어야만 했다. 일단 지시에 따라 딩딩(钉钉)을다운받아 놓고 생방송효과부터 체크해 봐야 했다. 그래서 집에 있는 컴퓨터 세대를 몽땅 동원시켜 큰 과학탐구라도 할 듯한 기세를 부리면서 난전을 벌리기도 했다.

  애와 남편이 달콤한 꿈나라에 빠진 한밤중에“안녕하세요. 이번 시간에는 제1과‘부족함의 아름다움’을학습하겠습니다...”고 생방송을 하자그 소리에 잠을 깬 남편이 애가 깬다며 소리를 낮추라고 야단치기도 했었다.그래도 머리를 부둥켜안고 밤낮으로 연구했더니 온라인수업에 대해 얼마간 미립이 트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애들과의 일체 교류가 결여된 온라인수업에 꼭 필요한 PPT제작이또 다른 하나의 과제로 나서게 되였다. 한시간 내용을 직관적이면서도 일목료연하게 학생들한테 전수할 수 있는 PPT를 만들어내야만 했던 것이다.사실 고중조선어문 교학을 처음 맡은 나로서는 교과서연구에 교수설계를 짜는 일만 해도 힘에 부쳤지만 이젠 또 평소보다 더 간결하면서도 묵직한 내용이 담긴 PPT까지 만들어내야 한다니 정말 너무 버거웠었다.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건 3월1일첫수업은 고중단계의 마지막 수필 단원의 첫 과문 으로 시작을 떼야 했기에 먼저 마음을 가라앉히고 교수안부터 짜기 시작했다.

  이미 배운 수필들을 돌이켜보면서수필에 대한 분류를 똑똑히 알고 지나가게끔 지식점들을 정리했고 의론성수필과 론설문의 구별점을 비롯한 학생들이 혼돈하기 쉬운 문체지식들도될수록 통속적인 언어를 쓰면서 정리해봤다.

  교수안을 알심들여 짠 후 정식으로 PPT제작에 착수한 나는 그다지숙련되지 못한 제작기술로 과문제목,학습목표로부터 시작하여 과문내용 초보적인 리해에 이르기까지의 지식점들을 틀린 철자 하나 있을 세라 정신을 가다듬고 환등편에 한글자 한글자 박아넣었다. 또한 고중학생들의 심미특징에 맞으면서도 될수록 따분하지 않게 환등편장식에도 세세히 신경 썼었다. 마지막 환등편에 숙제까지 남기고 나니 새날이 밝아왔다.첫 온라인수업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밤잠을 자지 못했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아침 5시부터 컴퓨터 앞에 대기상태로 앉아서 세시간뒤에야 있을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나다.

  저절로 목소리빛갈을 조절하면서 인사말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숙제포치까지 아마 련습을 수십번은 한 것 같다. 그러나 정작 수업이 시작되자 긴장했던 나는“선생님 목소리 들리세요?”로 인사말을 훌쩍 대신해버리고말았다.

  그래도 학생들이 댓글창에 남긴‘목소리 잘 들립니다. 선생님 강의 시작해주세요’라는 문자가 보여서 가까스로 긴장감을 억누르면서 수업을 진행하게 되였다.

  차츰 적응이 되자 나는 자기도 모르게 온라인수업에 푹 빠져들어 언제부터인가는 손짓, 몸짓까지 보태가며강의를 하고 있었다.

  나의 강의가 꽤 재미있었던지 어느날 강의가 끝나갈 무렵 장난기가 전혀 가시지 않은 한 남학생은 댓글창에‘앵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스스럼없이 인사말까지 보내왔었다.나의 학생애가 불러 준‘앵커’라는 이 한마디는 온라인수업을 위해며칠간 밤을 새며 교수안을 짜고 딩딩생방송준비를 한 나에 대한 믿음이였고 큰 원동력으로 되였었다.

  돌이켜보면 온라인수업을 시작해서부터 난 단 하루밤도 밤 열두시전에자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낮에는 다섯살 난 딸애의 성화에 컴퓨터는 열지도 못하였고 딸애가 깊은 잠에 든 조용한 저녁이면 컴퓨터앞에서 PPT제작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면서 한학기를 보냈었다.

  필수 4의 제3과‘깨달음’의 수업준비를 할 때 어떻게 하면 과문내용도쉽게 리해하고 학습목표에도 도달할지를 고민하던 끝에 교수안을 짜고PPT까지 만들고보니 시침은 새벽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 얼마나힘들었으면 대학입시때 밖에 흘려보지 못했던 코피까지 찾아와 날 괴롭혔을가. 하지만 온밤 뜬눈으로 새고도 제시간에 아침준비까지 하면서 지쳐 쓰러지지 않았던 것은 온라인수업이라는 성스런 교단이 날 기다리고있었기 때문이였다.

  소설의 시대배경 하나라도 정확하게 전수하기 위해 나는 밤을 패며 자료수집을 했고 론리학지식을 될수록투철하게 강의하기 위해 내가 아는모든 환등편제작기술을 동원하여 문제풀이과정을 PPT에 담느라고 진땀을뺐었다. 또 련습문제집의 모든 문제심지어 구체적인 매 선택항들에 모두 구체적인 해석까지 상세하게 곁들여 PPT를 제작하느라 두눈을 집어뜯으며 보낸 밤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던 나날들이였다.

  또 특수한 시기였던것 만큼 잊을수 없는 에피소드들도 많았던 한학기였다.

  엄마의 강의에 지장이 될세라 태블릿 하나로 작은 방에 갇혀 조용히 만화영상만 보던 딸애가 어느날 부터인가 지겨운 나머지 그만‘탈옥’하기시작했었다. 갑자기 나한테 달려와 머리목마를 타기도 했고 집이 떠나가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었다. 한번은한창 수업중인데 그만 애가“응가”를 하겠단다. 학생들한테 량해를 구하고 애시중 들수 밖에 없었던 웃을 수도 울수도 없었던 일..때론 인터넷상황이 리상적이 못되여 하루 수업이나 혼자 관중이 없는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듯 하던 날도 있었는데 그런날이면 금싸락같이 귀한 한시간을 그냥 잃을세라 나중에 시간을 쟁취하여 꼭 보충수업을 진행하고야 나는시름을 놓군 하였었다.

  학기말이 다 될 무렵에는 감기몸살에 저열이 한주일간 내리지 않았었다.나는 목이 아파 밥도 넘길수 없는 상황에서도 학생들의 기말복습문제를PPT에 한글자한글자 타자하여 지식경색형식으로 복습을 진행했었다.비록 눈코뜰새 없이 바쁘고 힘들었던 한학기였지만 학생애들이‘앵커선생님’이라 정답게 불러주는 그 순간부터 모든 노력이 보람있게 느껴졌던 나였다. 이 부름이야말로 나를 포함한 특수한 시기에 특수한 방식으로 학생들에 대한 가르침을 단 하루도 게을리하지 않은 우리 모든 교원들에 대한 가장 따뜻한 긍정과 격려와 힘이 되지 않았을가?!

  이미 정상적인 수업을 시작한 오늘이지만‘앵커’로서의 다섯달은 나의8년 교원생애에 빛나는 한획을 그은다섯달로 남을것이다. 나는 특수한 시기에‘앵커’선생님으로서 지녔던 그열정을 교원생활에 종지부를 찍는그 날, 그 시각까지 꼭 그대로 간직하고 나의 사랑스런 학생들에게 몰부으리라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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