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있는 서이초등학교에서 신입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운데, 허지웅 작가가 뼈있는 말을 남겼다.

20일 허지웅은 자신의 개인 소셜미디어네트워크에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어느 젊은 교사의 삶이 자신이 가르치던 교실에서 영원히 멈추어 섰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허지웅은 다른 무엇보다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장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며 "그곳이 아니면 개인적인 사유로 취급되거나 묻힐거라 여긴 겁니다." 라며 고인의 아픈 마음을 대변했다.

그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지난 시간 그 수많은 징후를 목격하는 동안 우리가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고 말할 수 있느냐"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뉴스에서는 교권 추락이라고 한다. 학생들의 인권이 올라간 탓에 교사들의 인권이 떨어졌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허지웅은 이에 대해 "틀린말이다. 교권이라는 말 자체에 문제가 있다. 누군가의 인권을 되찾는 일이 다른 누군가의 인권을 위협했다면 그건 애초에 인권의 문제가 아니었던 거다"라며 소신발언을 이어갔다.

또한 "교권이라는 말은 교실에서 학생의 권리와 교사의 권리가 따로 존재하고 상생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전제한다. 아니다. 인권은 나눌 수 없다. 땅 따먹기가 아니다. 그런 잘못된 말의 쓰림과 인플레가 문제를 더 해결하기 어렵게 만든다"면서 지적했다.

'정서가 원칙보다 가깝냐' 추모행렬 이어져...

사진=허지웅 인스타그램

허지웅은 일부 학생과 부모가 인간의 의무를 방종하고도 아무런 견제를 받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놨다며 그걸 인권의 회복이라 자랑한 정치인이 있다면, 그는 인권에 대한 아무 생각도 감각도 관심도 없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현실이 교실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는 허지웅은 "과거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당했던 폭력과 부조리를 정상으로 애써 돌려놓았다면, 그간 악습으로 위태롭게 눌러왔던 것들을 원칙과 절차를 통해 규제할 수 있는 엄정한 도구 또한 함께 고민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서가 원칙보다 죽음에 더 가깝냐. 보나마나 서로 탓을 돌리는 정치권과 진영의 공방이 이어질거다. 저는 남탓 하기보단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결과물을 가지고 나올 쪽에 서겠다"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20일 오후 서울 서이초등학교 앞에는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하얀색 국화를 든 동료교사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학교 담장을 빙 둘러가며 교문에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고 국화를 내려놓으며 동료 교사들은 고인을 추모했다.

멀리서 왔다는 한 교사는 "나약한 교사 개인의 죽음이 아니다. 이 일에 교사들이 동참하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나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라며 현 시대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아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