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해리슨의 엔터~뷰 (Enter-View)] 그래미(Grammy) 트로피의 주인공을 선정하는 “전 미국레코드과학예술아카데미(NARAS: National Academy Of Recording Arts And Science)” 소속 회원들은 천정부지의 인기를 자랑하는 싸이를 시샘이라도 한 것일까? 한국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 발표된 55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싸이는 아쉽게도 단 한 개 부문에도 후보로 지명되지 못했다.
뮤직 비디오로 2012년 전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모은 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음악성과 작품성을 수상 기준으로 삼는 전통과 권위의 “그래미 상” 후보에 오르게 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앞서 거행된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 AMA)에서 특별상인 “뉴 미디어”부문 수상과 함께 시상식 피날레 공연을 너무도 화려하게 펼친 것이 그래미 회원들의 눈 밖에 난 것이 아닐까? 물론 ‘강남 스타일’ 단 한 곡 -그것도 우리말 노래 으로 미국 음악 시장에서 보여준 파괴력과 인기 열풍은 엄청났지만, 한 아티스트의 앨범 전체를 평가 잣대로 하는 그래미 상 회원들에게는 어필하기에는 좀 부족한 면도 있었을 것이라 추측이 된다.
필자는 이미 이전 컬럼에서 싸이가 내년 그래미 상 후보에 지명된다 하더라도 본상 4개 부문(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에는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는데, EP이상의 앨범을 발표하지 않은 이상 후보 선정위원들을 납득시키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스트 댄스 레코딩, 베스트 단편 뮤직비디오, 베스트 랩 퍼포먼스 등 분야에서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탈락한 것은 왠지 석연치 않다. 지난해 AMA 올해의 아티스트 등 3개 부문을 석권했던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와 유럽 뮤직 어워즈(Europe Music Awards, 이하 EMA)의 다관왕 원디렉션(One Direction)등 아이돌 가수 역시 그래미에서는 철저히 배제된 점에 비추어 볼 때, 수준 높은 랩/일렉트로니카 사운드로 만들어진 ‘강남 스타일’의 음악과 뮤직 비디오를 심사 위원들이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나 의문을 품게 된다.
한편 앞서 소개한 2개 시상식(AMA, EMA)에서 빈손으로 돌아가야만 했던 펀(Fun)과 고티예(Gotye)가 주요 부문에 올라 그래미의 영웅이 되기 위한 시동을 걸었고, 신예 R&B 뮤지션 프랭크 오션 역시 주목 받는 신인으로 그래미상 무대에서 펀, 고티예와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또한 영국 락 밴드 멈포드&선즈(Mumford & Sons), 힙합 뮤지션 제이-지(Jay-Z)와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가 6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되었고 미국 남부 락 밴드 블랙 키즈(The Black Keys)도 다 관왕에 도전하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 2월 10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 센터 무대에서 트로피의 주인공이 가려질 예정이다.
싸이가 후보로 모르지 못한 2013년 그래미 어워즈. 예년과 다르게 ‘김빠진 맥주’와 같이 느껴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지금은 최고의 음악 시상식 무대에 서있는 ‘국제가수’ 싸이의 모습을 그저 보고 싶을 뿐이다.
[해리슨/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