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인지 게스트콘서트인지.'
KBS 2TV '개그콘서트'. 지난 1999년 방송된 후 올해까지 햇수로 14년째 방송 중인 장수 예능프로다. '개그콘서트'는 자타공인 지상파 대표 공개개그프로그램으로서 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시청률은 매회 20%를 넘고 있고 출연 개그맨들은 각종 CF에 얼굴을 비추며 인기를 끌고 있다. '개그콘서트' 유행어 하나 모르면 사회생활에 지장 받을 정도로 그 영향력은 크다.
하지만 그런 '개그콘서트'가 최근 들어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매회 2~3명에 달하는 게스트가 등장하면서 '개그콘서트'인지 '게스트콘서트'인지 시청자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된 '개그콘서트'에도 역시나 게스트는 출연했다. 게스트 출연 코너로 이제는 굳어진 '생활의 발견'에는 가수 하춘화가 출연했고, '갑을컴퍼니'에 리키김이 게스트로 나왔다. 이들 게스트들은 나름 최선을 다해 자신들의 예능감각을 잘 살렸다. 하지만 '개그콘서트' 본연의 기획의도를 보자면 과연 이들 게스트들의 출연이 프로그램의 의도를 잘 살리고 있는지는, 게스트들의 예능감각을 떠나, 의문이다.
'생활의 발견' 코너는 연인인 두 남녀가 엉뚱한 장소에서 뜬금없이 결별을 선언하면서 '공감 개그'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게스트들을 출연시키며 '게스트발'로 코너 명맥을 잇고 있다. 다들 안 된다는 '거지 개그'로 코미디 새장을 연 '거지의 품격'이나 개그우먼들이 전면에 나서 눈길을 끈 '희극여배우들' 코너도 게스트 출연이 이제는 당연시 되고 있다.
물론 게스트 출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가수나 배우 게스트들의 출연이 색다른 재미를 안길 수도 있다. 문제는 최근 '개그콘서트'의 게스트 출연은 코너 자체가 게스트에 의한, 게스트를 위한 코너로 진행되고 있다.
'생활의 발견' 코너를 예를 들면, 장소만 다를 뿐이지 송준근이나 신보라가 "나 새로운 애인이 생겼어"라고 말한 뒤 게스트가 등장하고, 이들 게스트들이 개그 연기를 펼치고, 김기리가 "손님 여기서 그러시면 안됩니다"고 하고, 김준현이 등장, 게스트 흉내를 내거나 가끔 여자 게스트가 출연하면 입맞춤을 시도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게스트'라는 존재와 장소를 빼고는 달라지는 게 없다. 현장의 관객이나 시청자들은 개그맨들의 개그 연기를 보는 게 아니라 게스트를 구경하는 것뿐이다. 게스트의 홍보성 발언이 이어지면서 '홍보의 발견'이란 비난도 받고 있다.
20%가 넘는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고 안주할 게 아니다. 한때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지금의 '개그콘서트' 못지않은 인기를 끌 때가 있었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은 '유행어 제조기'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큰 인기와, 영향력을 미쳤다. 그런데 그 장점이 어느 순간 시청자들의 식상함을 불러일으켰고, 지금은 이름조차 사라졌다. SBS는 이후 공개개그프로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한번 떠나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는 쉽지 않다.
'개그콘서트'는 늘 변화하고 있다고 제작진은 말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기대와 어긋나는 변화는 자기만족일 뿐이다. 시청자들이 "그건 아니다"고 하는, 시청자들의 바람이 녹아든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스타뉴스 문완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