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출국 전 창조경제 구상 청와대에 전달했다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 개발 포함
새 장관 후보로 김창경 등 추천도
허태열 주재 국정현안 토론회선
윤종록 '이스라엘 창조경제' 특강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5일 미국으로 떠나기 전 '창조경제'에 관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담은 계획서를 청와대에 건네고 후임자도 추천하고 떠났다고 핵심 관계자가 10일 밝혔다.
익명을 원한 청와대 고위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전 후보자가 출국 전 최순홍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비서관에게 창조경제 계획을 담은 자료를 줬다”고 밝혔다. 김 전 후보자는 지난 4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직을 사퇴하기 직전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에 관한 구상에 몰두했다. 청와대가 넘겨받은 자료에는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 개발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이 핵심적인 내용이었다고 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미래부는 KT·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통신업체에 대한 관할권을 갖게 된다. 미래부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차세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기술 개발을 통해 창조경제를 이끌어가는 방식이다. 2005년 벨 연구소 사장이 된 김 전 후보자는 2009년 한국 지사를 설립한 이후 차세대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킹 기술 개발, 차세대 스마트 그리드 환경 개발 프로젝트 등을 국내 기업·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해 왔다.
또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활성화 ▶ICT 분야의 글로벌 인재 유치 방안 등이 포함됐다고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밝혔다. 김 전 후보자가 출국 전 박근혜 대통령에게 새 장관 후보자를 추천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미래부 발족을 함께 준비하면서 손발을 맞춘 김창경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석·박사를 딴 뒤 벨 연구소에서 28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03년 귀국한 박용관 씨 등을 추천했다는 내용이다.
김 전 후보자의 '창조경제' 안은 이스라엘 언론인 사울 싱어와 미국 외교 관료 출신인 댄 세노르가 2010년 공동으로 펴낸 『창업국가』의 내용을 한국 현실에 맞게 바꾼 것이라고 한다. 창업국가는 이스라엘이 과학기술에 기반한 두뇌강국으로 성장한 비결을 추적한 내용으로, 이 책을 번역·소개한 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교육과학분과 전문위원을 지낸 윤종록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소 교수다. KT 부사장을 지낸 윤 교수는 2009년 벨 연구소 특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김 전 후보자와 인연을 맺었다. 윤 교수 또한 미래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도 10일 윤 교수에게 이스라엘의 창조경제 모델을 배웠다.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로 진행한 이날 국정현안 토론회에서 윤 교수는 15분간 창조경제론을 강의했다. 윤 교수는 ▶융자 중심에서 투자 중심의 창업 ▶융합기술로 틈새시장 발굴 ▶연구개발과 상상개발의 병행을 통한 전 국민의 상상력 지식재산화 등을 제안했다.
중앙일보 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