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길어지자 결혼식을 알뜰하게 치르려는 ‘자린고비’ 예비부부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예물과 예단을 과감히 생략하고, 웨딩 촬영도 스스로 하며 결혼비용을 줄이고 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결혼을 앞둔 미혼 직장인 155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불황으로 인해 결혼 비용을 줄였다’는 직장인이 전체 응답자의 88.3%에 달했다고 12일 밝혔다. 비용 축소 항목으로는 ‘예단·예물비’가 68.9%(복수응답)로 가장 높았다. ‘혼수 준비비’(48.3%) ‘웨딩촬영 등 예식비’(28.9%) ‘상견례 준비비’(24.9%)가 뒤를 이었다.
결혼을 두 달여 앞둔 회계사 한모(32)씨는 예비신부 조모(32)씨와 양가 부모를 설득해 예단 없는 결혼을 하기로 했다. 한씨는 “부모님들께서도 허례허식보다는 우리가 잘사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며 허락하셨다”고 말했다. 다음달 결혼하는 예비신부 심모(29)씨는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친구에게 부탁해 셀프웨딩 촬영을 했다. 심씨는 “스튜디오 촬영에 수십만∼수백만원을 내는 대신 친구에게 밥 한끼 사주는 걸로 촬영비를 대신했다”고 말했다.
예비부부들 사이에선 실용적인 주얼리도 각광받고 있다. 서울 청담동에서 예물숍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신혼부부들이 비싼 다이아몬드 세트보다 부담이 없는 커플링 제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결혼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적은 돈을 아끼려는 ‘소액 알뜰족’도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취업에 성공한 이유리(24·여)씨는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한 ‘자린고비족’ 카페를 자주 이용한다. 이 카페 회원들은 너도나도 “사회 초년생 때부터 푼돈을 아껴야 목돈을 모을 수 있다”며 지혜를 공유하고 있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아 문자를 많이 쓰지 않는 젊은 세대들은 남는 문자를 음료 등 쿠폰으로 교환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 이 밖에도 은행 출금 수수료를 절약하는 방법, 텀블러를 이용해서 커피전문점에서 할인받는 방법 등 소액 알뜰비법이 넘쳐난다.
국민일보 이사야 김유나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