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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아가씨들이 선호하는 전문직 – 장사꾼

[기타] | 발행시간: 2013.03.29일 14:09
북한에서 요즘 유행하는 우스갯소리.

북한의 어느 탁아소. 5세반(班)에 한 아이가 전학을 왔다. ’ 아이들이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새로 온 어린이 주변에 우르르 몰려들었다.

한 아이가 작은 입을 오물오물하며 물었다.

“너네 엄만 뭐하니?”

“공업품.”

“돈 좀 빠지니?”

“그냥 그렇다.”

‘공업품’이란 말은 장마당에서 공업품 장사를 한다는 의미다. ‘돈 좀 빠지니’는 ‘돈을 좀 버니’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이 우스갯소리는 엄마들이 하루 종일 장사 이야기만 하다보니 아이들이 주워듣는 대화도 장사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풍자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장마당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이제 장마당과 북한 주민 사이의 관계는 그 어떤 강제력도 뗄 수 없는 그런 관계가 돼버렸다.

북한의 장마당 이야기는 남한에도 많이 알려져왔다. 그러나 북한에서 장마당은 죽어있는 존재가 아니다. 장마당은 매일 매순간 북한 주민의 희망과 절망, 웃음과 눈물을 먹고살면서 꿈틀거리는 생명체다. 장마당은 지금도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이 글에는 그 꿈틀거림, 변화와 진화를 담으려고 했다. 이미 알려진 북한 장마당에 대한 일반적인 풍속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야기, 변화 움직임을 중심으로 담으려 노력했다. 이 글에는 몇 달에 거쳐 인터뷰한 북한 주민 여러 명의 생생한 목소리가 녹아 있다.

———————————————————

북한의 고등중학교 졸업연령은 만 16~17세다. 요즘 고등중 여학생은 졸업하면 장마당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살 것이라는 목표를 미리 다 세우고 있다고 한다. 특히 도시가

그렇다.

졸업 시즌이 다가오면 여학생들이 모여앉아 “나는 중기(가전제품) 장사할 거야” “나는 식료품할거야” “나는 낙지 달리기(오징어 장사)할 거야”하는 식의 대화를 나누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

이들에게 장마당은 평생직장처럼 인식된다. 이미 그들의 부모는 그렇게 살고 있다. 여학생은 장마당을 제외하고는 꿈을 펼칠 곳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학생은 졸업 후 꿈을 말할 때 일반적으로 권력 지향적이다. 노동당이나 보위부의 간부, 군관 또는 기업 사장이 된다든지 하는 식이다.

북한에선 ‘권력=돈’이기 때문에 이는 권력과 돈을 함께 얻는 방식이기도 하다. 물론 출세에 필수적인 출신성분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돈만 벌겠다는 남학생도 적지 않다.

남학생과비교하면 여학생은 권력에서 소외됐다. 북한에서 여성의 권리가 그만큼 취약하기 때문이다. 결국 여학생에게 남은 선택은 돈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장마당을 떠날 수 없다. 장마당은 앞으로 취직해야 할 일터며, 장사 품목은 그들의 직종이다. 이는 남한 여학생이 대학에 가서 무엇을 전공 할 것이며

어떤 회사에 취직하겠다는 꿈을 가지는 것과 똑같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남한에서는 시장경제 질서 안에서 경쟁이 이뤄진다면 북한에선 장마당이라는 공간에서 경쟁이 이뤄지는 것이다.

남한에서 전문직 출신여성은 결혼해도 취득한 자격증이 유효하듯이 북한에서 장마당 장사 역시 결혼과 상관없이 유효한 전문직이다.

북한에서 취직해 생활을 꾸려나가는 시대는 지났다. 현재 제대로 가동되는 공장 기업소를 찾아보기 어렵고, 설사 취직해도 안 하느니보다 훨씬 못하다. 쌀 1~2㎏의 월급에 배급이 아예 없는 직장이 태반이다.

취직하게 되면 조직생활로 갖은 통제를 받는데다 여기저기 노력동원을 다녀야 하며 각종 명목으로 걷어가는 것이 또한 엄청 많아진다.

직장 근로자는 직장에서 받는 월급과 배급보다는 직장에 내는 것이 훨씬 많다. 직장 생활로 흑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적자를 보는 셈이다.

그렇지만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직장에 다녀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에 대한 통제는 매우 엄격해 만일 국가가 알선한 직장에 이유 없이 무단결근하게 되면 행정처벌이 따른다. 심한 경우 감옥행이다.

여성도 이런 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에서 여성에 대한 처벌은 남성에 견주어 볼 때 매우 경미하다. 특히 결혼했을 경우에는 처벌 강도가 더욱 낮아진다.

여성이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자유가 남성에 비해 매우 크다보니 북한 장마당은 여성의 힘으로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마당에선 여성파워가 남성을 압도한다.

과거 여학생도 조국을 위해 군대에 간다거나, 좋은 회사에 취직한다는 꿈을 꾸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군대에 가면 자기만 손해고, 좋은 외화벌이 회사라고 해도 결국은 자기 손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을 누구나 점차 깨닫고 있다.

장마당에 대한 동경은 어려서부터 길러진다. 요즘 북한 학교는 온갖 물품을 바치도록 학생들을 끝없이 쥐어짠다. 선생도 학부형에게서 뇌물을 받지 않으면 생계유지가 곤란하다.

그러니 돈이 있고 권세 있는 집 자녀가 선생에게 뇌물을 바치고 학생 간부 자리를 자연스럽게 꿰찬다. 돈이 없으면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내라는 것을 잘 낼 수 없고, 교사와 ‘사업’이 안 되기 때문에 돈 많은 집 자제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독재권력하에서 살아온 북한 주민은 권력에 약하다. 그러나 사회주의 평등교육과 반(反)자본주의적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돈이 있다고 허세를 부리는 것을 참기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북한에서 돈이 있는 사람은 권력을 가진 간부나 장마당에서 치부를 한 사람이다. 간부 자식은 신분이 다르니 그렇거니 하지만 어제까지 같은 신분이던 집 자식이 장마당에서 돈 좀 벌어 자기보다 나은 삶을 살면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의미다.

만약 그런 현실이 눈앞에 다가오면 “나는 꼭 돈을 많이 벌어 너를 뛰어 넘을 것”이라는 각오가 굳어질 수밖에 없다.

부가 학생 간부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쓰는 모든 학용품도 잘사는 집 자식과 못사는 집 자식의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내준다.

과거 북한에 사회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때는 학용품, 책가방 등을 똑같은 것으로 골고루 나눠주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이런 공급제도는 완전히 붕괴됐다. 실례로 교복을 들 수 있다. 과거에는 학교에 갈 때 똑같은 교복과 책가방, 심지어 신발까지 같은 것을 신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 공급이 끊어졌기 때문에 교복도 학생이 스스로 만들어 입는다.

언뜻 보면 교복이 서로 비슷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천의 재질이 다 다르다. 잘사는 집 자식은 고급천인 ‘사지천’으로 교복을 해 입지만 못사는 집 자식은 남이 입던 옷을 물려받아 누더기 같은 것을 입고 다닌다.

신발도 잘사는 집 아이는 수만원씩 하는 외국산 신발을 신지만 못사는 집 아이는 천 신발도 없어서 못 신는다. 외양부터 빈부 격차가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에 아이들은 학생 때부터 빈부격차를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요즘엔 교과서도 학교에서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장마당에서 사야 한다. 부잣집 아이는 교과서를 살 수 있지만 가난한 집 자녀는 교과서도 없이 공부한다.

이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이러니 어려서부터 돈을 벌어야겠다는 결심이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다. 원래 북한은 가부장적인 유교사상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집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높았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초반기에도 남자는 돈 한 푼 벌어오지 못해 여성이 장사해서 벌어온 것으로 먹고살면서도 집안에서 큰소리를 치면서 살았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풍속도 점차 바뀌고 있다. 여성이 가정 생계를 도맡으면서 목소리가 점차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장마당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시집가서도 발언권을 키우는 길이 된 것이다.

풍속 변화는 여성이 선호하는 남편감의 변화에서도 나타난다. 과거에는 제대군인에 당원인 남자를 선호했지만 이제는 돈을 많이 버는지가 더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요즘 북한에선 “염소는 산으로 갔나”, “유모차는 튼튼한가”라는 은어가 퍼지고 있다. 이는 결혼 적령기의 여성이 남자를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여기서 염소는 담배를 피우는 시아버지를 의미한다. 염소가 산으로 갔느냐는 말은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느냐를 묻는 말이다. 시아버지는 대접만 받을 줄 알고 밥만 축내지 생활에 아무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없는 것이 훨씬 낫다는 의미다.

유모차는

시어머니를 의미한다. ‘튼튼한 유모차’는 앓지도 않고 건강해서 아이도 잘 봐주고,

며느리가 장사를 다니면 집안 살림도 책임져주며, 물건을 함께 들고 장마당에도 같이

나갈 수 있는 시어머니다.

남자도 당연히 현실적으로 바뀌었다. 여자의 출신성분 같은 것은 따지지 않고 이제는 돈을 많이 버는 여성이 1등 아내감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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