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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파의 속도차 0.001초까지 보완하는 게 하이엔드 오디오

[기타] | 발행시간: 2013.04.05일 03:34

스위스 고급 오디오 '골드문트' 회장 미셸 르베숑

스피커 한 쌍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하는 오디오가 있다. 보통 사람에게 이런 물건은, 가격만 보자면 그저 어처구니없이 비싼 제품일 뿐이다.하지만 어마어마한 가격에도 아랑곳없이 이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최상의 소리'를 찾는 '하이엔드 오디오(high end audio)' 고객들이다. 지난해 말, 미국의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는 뉴욕 맨해튼에 사는 변호사 마크 로젠이 갖고 있는 오디오를 소개했다. 한 세트 100만 달러(약 11억원)짜리였다. '2012년 최고 상품:멋진 백만 달러'란 제하의 기사에서다. 이 언론이 '값어치 있는 물건'이라 평한 로젠의 오디오는 스위스 회사 '골드문트'에서 나온 '에필로그'였다. 아직은 '아는 사람만 아는', 하이엔드 오디오란 뭘까. week&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달 말 스위스로 갔다. '하이엔드 오디오의 개척자'라 불리는 미셸 르베숑(68) 골드문트 회장을 만나 최고급 오디오에 대해 알아 봤다.

1 에이도스 레퍼런스 블루MkII 블루레이 플레이어. 2 스위스 제네바 골드문트 본사에서 스피커를 조립하는 모습. 3 골드문트의 르베숑 회장이 자신이 만든 스피커 앞에 앉아 있다.

제네바 외곽 남서쪽, 플랑레우아트 지역에 골드문트 본사가 있다. 플랑레우아트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정밀기계 공업의 중심 산업단지다. 제네바 주변 지역인 라코토페·노이샤텔·랴쇼드퐁 등지에 '스위스 메이드'를 자랑하는 고급 시계 브랜드 제작소가 즐비하지만, 플랑레우아트는 쟁쟁한 브랜드의 제조 공장과 함께 연구소·사무소가 함께 있는 지역이다. 피아제·롤렉스·바셰론콘스탄틴 등과 이웃하는 골드문트 본사에서 르베숑 회장을 만났다. 그는 “2주 전엔 '휸다이'에서 임직원 20여 명이 견학을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휸다이'는 대개 서구 언어 사용자들이 한국의 현대자동차를 발음하는 방법이다.

“다들 좋은 소리에 관심이 높아요. 전엔 삼성전자에서도 견학을 왔었죠.” 내로라하는 한국 기업들의 방문을 자랑하듯 얘기하는 그의 속내는 이런 것이었다. 굴지의 전자회사는 자사의 오디오 시스템 수준을 높여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하고, 거대 자동차 업체는 '수퍼카'에 걸맞은 '수퍼 카오디오'를 개발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 하나 덧붙인다면 부자들의 고급 취향을 만족시키는, '진짜 럭셔리를 만들고 싶은 한국 기업들'이 자주 찾아온다”고 했다. 부가가치 높은 제품을 만들려는 회사일수록 고급 소비자의 고급 취향, 까다로운 고객들의 귀를 만족시킬 최상의 소리를 찾는 데 점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였다.

하이엔드 오디오 제작사 '골드문트'의 미셸 르베숑 회장.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대체 하이엔드 오디오가 보통 오디오와 다른 게 뭐냐'고 물었다. 겉만 그럴싸한 마케팅의 산물 아닐까 하는 의구심 깔린 질문이기도 했다.

“인간은 소리에 둘러싸여 삽니다. 현대인들은 기계가 재생한 소리를 들으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자연의 소린 그렇다 쳐도, TV나 오디오 같은 기계에서 재생된 좋지 않은 소리가 이런 스트레스의 원인입니다.” 무슨 뜻일까. 오디오란 본래 좋은 음악, 좋은 소리를 감상하기 위한 장치 아닌가. 'TV나 오디오는 전자 기술 발달 덕에 엄청난 발전을 이뤘고 요즘 사람들은 전보다 훨씬 훌륭한 소리를 듣고 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소리는 과학이죠.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지 이제 150년쯤 됩니다. 그 이전엔 어떤 소리도 현장에서 듣지 않으면 사라져 버렸어요. 소리를 녹음하고 재생하기 시작한 이후 150년 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 완벽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요즘 듣고 사는 오디오 소리는 알고 보면 인간의 두뇌를 매우 피곤하게 한답니다.”

과학적 근거는 있는 얘기일까. “좋은 소리와 그렇지 않은 소리를 들었을 때, 인간의 반응에 대한 네 가지 실험을 예로 들어 드리죠. 좋은 소리는 자연의 소리를 가장 원음에 가깝게 재현한 것이고, 이를테면 요즘의 하이엔드 오디오를 통해 재생한 소리죠. 이걸 일반적인 오디오를 들었을 때와 비교한 실험입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오디오 갤러리'에 마련된 청음실. 가운데는 '풀 에필로그 시스템'으로 스피커 한 쌍은 5억5000만원, 앰프 등 전체 구성품을 더하면 총 8억2000만원이다. 왼쪽은 2억원짜리 '에이도스 레퍼런스 블루MkII 블루레이 플레이어'로 세계 최고가로 알려져 있다.

네 가지 실험은 최근 10년 내에 이뤄졌고, 골드문트와 대학·연구소·병원 등이 함께 진행한 연구라고 했다.

첫 번째는 볼륨을 한껏 높인 채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실험이다. 하이엔드 오디오를 듣는 사람은 음악 소리와 관계 없이 옆 사람의 말을 대부분 이해했다. 하지만 같은 볼륨으로 일반 오디오를 듣던 사람은 옆 사람의 말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단다.

두 번째는 '점프 테스트'다. 이번엔 차에 타서 오디오 볼륨을 들릴 듯 말듯 한 정도로 맞춰 놓는다. 아주 평화롭고 고즈넉한 길을 달리다 차량 전방에서 엄청난 굉음을 내는 사고가 난 상황을 연출한다. 이때 하이엔드 오디오를 듣던 사람이 놀라 자리에서 몸을 들썩이는 정도, 즉 얼마나 점프했느냐를 잰 실험이다. 일반 오디오를 듣던 사람보다 하이엔드 오디오를 듣던 사람이 훨씬 더 심신이 이완된 상태였기 때문에 놀랐을 때 반응이 훨씬 컸다. 당연히 점프 높이도 2~3배 높았다.

세 번째는 미국의 줄리아드 음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음 실험을 했단다. 음악 전공자들에게 음높이를 맞히는 것은 쉬운 일. 이들이 음높이를 맞힐 때까지 걸린 시간을 재 봤더니 하이엔드 오디오로 들었을 때 반응 속도가 3~4배나 빨랐다고 한다.

네 번째 실험은 미국 MIT 대학 학생들의 노트 필기 채점 실험이었다. 유명 강의를 녹화해 재생했을 때, 하이엔드 오디오로 소리를 들은 학생들의 노트 필기가 훨씬 더 정확하고 이해도가 높았다고 한다.

“우리 뇌가 자연의 소리를 들을 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편안한 상태에서 듣는 거죠. 하지만 대개 오디오로 소리를 재생할 땐 자연음의 구성요소가 다 전달되지 않기도 하고, 각기 다른 음파가 시간 차를 두고 전달되기도 합니다. 앞선 문제는 하이엔드 오디오가 본격 개발된 1970년대 이후 많이 해결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시간 왜곡(time distortion)'이라 부르는 후자의 문제는 최근 하이엔드 오디오에서나 해결되고 있습니다.” 소리를 구성하는 음파는 고음·중음·저음 등 주파수에 따라 속도가 다르다. 보통 오디오는 주파수가 다른 소리를 합쳐서 재생해 주긴 하지만,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미세한 시간 왜곡 현상을 동반한다. 그냥 들을 땐 모르지만, 뇌를 연구하는 인지과학에선 미묘한 시간 왜곡을 두뇌가 직접 해결한다는 걸 알아냈다고 한다. 0.001초라도 먼저 도착한 음파와 이후에 도착한 음파를 합쳐서 자연에서 발생한 소리처럼 하나로 인식할 수 있는 건 두뇌 작용 덕분이란 주장이다. 그래서 각각의 실험에서 두뇌가 얼마나 편하게 쉬고 있는지에 따라 반응 차이가 생긴 것이라 했다. 르베숑 회장은 “하이엔드 오디오는 이 같은 시간 왜곡을 일일이 계산해 보정하는 게 기술적 특징”이라고 했다. 골드문트에선 '프로테우스'란 특허기술로 시간 왜곡을 없애 99% 이상의 원음 재생률을 기록한다고 한다. 원음 재생률은 오실로스코프란 음파 측정기로 실제 음과 재생된 음의 그래프를 비교해 그 일치 정도를 잰 결과다.

르베숑 회장은 “골드문트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가 공동으로 두뇌 자극을 최소화하는, 즉 궁극적으로 자연의 소리를 완벽하게 재생하는 메커니즘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술면에서나 감성면에서 완벽한 소리를 재생하는 중”이라며 “필생의 작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상의 소리를 향한 하이엔드 오디오 연구가 간단치만은 않다는 얘기다.

◆ 천차만별 오디오, 어떻게 고를까

'FM어쿠스틱 XSII' 스피커.'하이엔드 오디오(high end audio)'란 단어는 대중적으론 아직 낯설다. 하이엔드는 '고급품'이란 뜻. 일반적으로 고급품은 비싸다. 하이엔드 오디오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게 수천만원이 기본이고 수억원, 십수억원에 달하기도 해 일부에선 '하이엔드 오디오=굉장히 비싼 오디오'란 정도로 통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골드문트·FM어쿠스틱 등 하이엔드 오디오를 수입·판매하는 나상준 오디오갤러리 대표는 “얼마짜리냐가 아니다. 원음을 얼마나 정확하게 재생하느냐가 하이엔드 오디오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체육학 박사 출신이지만, 음향의 매력에 빠져 2002년 이 회사를 설립했다.

나 대표는 “흔히 가격대가 비싼 오디오라고 하면 '디터 람스' 같은 '빈티지 오디오' '앤티크 오디오'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런데 이런 오디오는 1930~40년대, 50~60년대 제작 당시엔 매우 훌륭했지만 요즘 기술 수준으로 보면 소리가 그렇게 훌륭하다고 할 순 없다”고 했다. 그는 “빈티지 오디오는 듣는 사람에게 향수를 느끼게 하는 감성적 측면의 장치”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고가 오디오 시장은 '뱅앤올룹슨' 같은 '예쁜 오디오'가 차지한다. 나 대표는 “디자인을 최우선시하는 오디오 브랜드”를 뜻한단다. 귀를 만족시킬 것인가, 눈을 만족시킬 것인가 둘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후자에 훨씬 비중을 두는 사람들을 위한 오디오라는 것이다.

그는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이 형성된 건 70년대부터”라고 했다. “마크 레빈슨이란 전설적인 음향 엔지니어가 거의 시초였죠. 골드문트나 FM어쿠스틱도 이때 시작했고요. 그런데 이 시스템은 출시 당시 아파트 한 채 값을 줘야 할 만큼 비쌌고 고객이 매우 한정돼 있었죠. 기술 개발에 매달리던 회사들 대부분이 오래 버티질 못했어요. 지금까지 남은 회사가 골드문트, FM어쿠스틱 정도입니다.” 그는 70년대 시작한 하이엔드 오디오 회사들 대부분이 망한 이유가 “대중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피커와 앰프를 연결하는 케이블 1m가 1000만원을 호가하고, 스피커·앰프 등의 무게가 수십㎏이나 되는 육중하고 시장성 없는 제품이 주를 이뤘다고 했다. 좋은 소리에만 집중해 모양이 볼썽사나운 것이 대부분이었단다. “이러는 사이 디자인에만 신경 쓴 브랜드가 나타났고, 디자인 오디오의 소리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이 또다시 요즘 소리 좋은 하이엔드 오디오를 찾고 있죠.”

나 대표는 “하이엔드 오디오가 점차 대중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저 1000만~2000만원대의 오디오가 어떻게 대중화될 수 있을까. “골드문트가 곧 800만원대(잠정)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설치도 구매자가 직접 할 수 있어 간편하고 무선이라 거추장스러운 케이블도 필요 없는 시스템이죠. ”

제네바=강승민 기자 사진=오디오갤러리, 중앙포토

중앙일보 강승민 기자 quoiqu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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