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마가렛 대처 재단
영국병을 치유한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가 8일(현지시간) 오전 향년 87세로 사망했다고 그의 측인을 인용해 영국 TV 스카이뉴스가 보도했다.
대처 전 총리의 오랜 측근인 팀 벨은 성명을 내고 "대처 전 총리는 뇌졸증으로 투병중이었으며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밝힌 뒤 "그는 가장 위대한 총리 중 한명으로 국민들의 삶을 바꿔놓는데 한평생을 바쳤다"고 밝혔다.
영국의 첫 여성 총리인 대처 여사는 2002년 뇌졸중 증세가 나타나 투병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공식석상에는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는 방광이 부풀어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처 전 총리는 1925년 영국 중부 랭커셔주 그랜덤에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그랜덤에서 식료품점을 경영했고, 학력은 짧았으나 성실히 일해 사업을 번창시켰으며 이후 그랜덤의 시장을 지냈다.
대처 전 총리는 부친의 성실함과 책임감, 남다른 정치에 대한 관심은 부친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처 전 총리는 옥스퍼드대학의 서머빌 칼리지를 졸업하고 1953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 1959년 보수당 소속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1961~1964년 연금·국민보험부 정무차관, 교육·과학장관을 거쳐 1975년 E.히스를 물리치고 영국 최초의 여성 당수로 선출됐다. 이어 1979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며 최초의 여성 총리의 자리에 올랐다. 이우 세 차례 총선에서 이기며 1990년까지 재임했다.
대처 전 총리는 11년 재임 기간 중에 전후(戰後) 복지 자본주의 모델인 케인스주의와 결별하고 복지 축소, 규제 완화, 공기업 민영화를 과감하게 밀어붙여 영국병을 치유하고 영국의 경제부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초대 수상 로버트 월폴 경부터 현재 데이배드 캐머런에 이르기까지 영국에서 배출된 57명의 총리 중 이름 다음에 ‘ism(주의)’이 붙는 유일한 총리이다. 마가렛 대처의 통치철학은 '대처리즘(Thatcherism)’이라고 불린다.
대처 전 총리는 포클랜드 전쟁에서 승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르헨티나의 영국령 포클랜드 섬 무력점령에 대해 당시 영국사회에선 전쟁을 해야 한다는 쪽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쪽이 양분됐다.
대처 전 총리는 전쟁의 승패여부에 대해 비관적인 목소리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타국의 무력 침공은 영국의 주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명예와 주권을 위해서라도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타협하지 않는 보수적인 정책 때문에 독단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20세기 인물 100인 중 대처 전 총리는 선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대처는 강한 반대에 부딪히면서도 자유 경제, 자유정신을 견지했다. 21세기,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세계가 좀 더 현명해진 데에는 구멍 가겟집 딸이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그녀는 몇 가지 간결하고 실천적인 아이디어들과 결부된 의지력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음을 증명해보였다."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