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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택시 유봉식 신화, 지나친 자식사랑에 빛바래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6.05일 02:02
일본 MK택시의 창업자인 유봉식(일본명 아오키 사다오·85) 전 회장.

 선풍적인 ‘MK 신화’로 각광받던 그가 ‘쿠데타에 의한 퇴출’을 당했다. 이유는 ‘부당한 세습 시도’다. 지나친 자식사랑이 빚은 결과였다. 1928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난 유 전 회장은 16세 때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교포 1세다. 60년 차량 10대로 ‘미나미 택시’를 창업한 뒤 77년에는 규모를 키워 ‘MK택시’를 세웠다. 차별화 전략은 ‘철두철미한 친절 서비스’.

세계 최고 서비스로 1995년 타임지에 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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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K택시의 서비스는 친절이 몸에 배었다는 일본인들도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늦은 밤 여성 고객이 하차하면 걸어가는 골목길을 전조등으로 비춰준다. 소나기가 쏟아지면 공짜로 우산을 준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저 XX가 모시겠습니다. ○○으로 가시는 게 맞는지요? 감사합니다, 잊으신 물건은 없으신지요?”란 네 가지 인사 중 하나만 빼먹어도 그 기사는 현업에서 빼 스파르타식 재교육을 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요금을 타사보다 10% 싸게 받았다. 이런 공격적 경영으로 ‘일본에서 가장 싸고 가장 친절한 택시’가 됐다. 95년에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세계 제일의 서비스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 전 회장의 기발한 아이디어 또한 업계의 화제를 몰고 다녔다. 75년 당시 드물었던 대졸 운전 기사 채용, 92년 최초의 금연차량 도입, 2003년 기모노(일본 전통의상) 착용 승객에 대한 요금할인, 공항 합승택시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서비스로 “한번 MK를 타면 다른 택시를 탈 수 없다”는 단골예약 손님이 줄을 섰다. 현재 MK택시는 도쿄·교토(京都) 등 전국 8개 지역에 약 2000대의 택시와 30곳의 주유소를 보유 중이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대단했다. 주변의 권유에도 귀화하지 않고 한국 국적을 유지했다.

주거래 신용조합 이사장에 3남 임명 시도 기모노 입은 승객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뒷문을 열어주는 MK택시 운전기사. [MK택시 웹사이트]

 유 전 회장은 MK의 오너 겸 회장직을 2005년 장남에게 물려주고 완전 은퇴했다. 도쿄MK 사장을 맡겼던 차남이 술에 취해 택시 기사에게 폭행을 가하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재일교포 계열의 신용조합과 일본계 신용조합이 합쳐져 2001년 세워진 ‘긴키(近畿)산업신용조합’의 회장직에 전념했다. 긴키 조합은 전국 32곳에 지점을 갖고 총예금 1조2054억 엔, 총대출금 6173억 엔, 당기순이익 40억6900만 엔의 일본 최대 규모의 신용조합이다.

 유 전 회장에게 ‘세습 유혹’의 ‘마(魔)’가 낀 것은 지난달 초. 지난해부터 노환으로 줄곧 입원해 있던 유 전 회장이 조합의 오모토 다카히로(大本崇博·한국명 서원길·54) 이사장을 병원에 불러들였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사장에 내 3남 요시아키(義明·48)를 앉히려 해. 오모토 이사장이 좀 물러나야겠어.”

 이에 오모토 이사장을 포함한 간부들이 발끈했다. 가뜩이나 오너도 아닌 유씨가 회장직을 10여 년 맡으면서 동생(유태식·76)을 부회장, 3남을 부이사장에 앉히고 조합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던 참이었다. 조합의 이사 19명 중 7명이 유씨 일가 혹은 MK택시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조합 이사들 쿠데타, 유씨 회장직 쫓겨나

 사임의 궁지에 몰린 오모토 이사장은 지난달 21일 이사회에서 돌연 유씨 일가에 대한 강등인사안을 긴급 상정했다. “기습적 쿠데타”(아사히신문)였다. 출석한 이사 16명 중 이사장파인 9명이 찬성, 1표 차로 강등안은 통과됐다. 졸지에 유 전 회장과 동생은 회장·부회장에서 상근이사로, 3남은 비상근이사로 내몰렸다.

 이어 지난 3일 개최된 임시총회에선 3명 전원을 비상근이사로 하는 인사안을 가결했다. 일 언론에 따르면 “출석한 122명의 대의원 대부분이 (유씨 일가를 쫓아내는 데) 찬성했다”고 한다. 일 언론들은 “긴키신용조합은 2004년부터 긴키재무국(오사카지역 금융감독기관)으로부터 ‘기업 지배구조가 현저하게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판에 독단적으로 세습까지 도모하자 조직 내 자정작용이 발휘된 것”이라며 유씨의 퇴출은 당연한 것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교포사회 일각에선 음모론도 나온다. 최근 들어 부쩍 한국계 기업에 엄격해진 일본 금융당국이 유씨가 키운 것이나 다름없는 오모토 이사장과 물밑에서 손잡았거나 혹은 암묵적 합의를 통해 조합의 ‘한국 색채’를 없애려 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한국계 금융기관의 일본 귀화”(오사카의 한 교민)란 분석도 있다.

 또한 이번 내부 쿠데타로 주거래 금융기관인 긴키신용조합으로부터의 금융 지원을 생명줄로 삼아 온 MK택시의 경영도 위태로워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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