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위관리 부정부패 잇따라 폭로하는 내연녀들
네티즌들 사이서 '반부패 영웅'으로 불리며 칭찬받아
중국 지도자급 간부 60% 이상에 첩… 폭로 계속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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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잉난은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점을 입증하려고 알몸으로 판웨와 함께 껴안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웨이보에 공개했다.
불륜녀들이 중국에서 반부패 운동의 상징이 됐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중앙정부 관료와 불륜 관계였다고 폭로한 경제여행TV 앵커 지잉난(紀英男·25), 충칭(重慶)시 베이베이(北B)구 레이정푸(雷政富) 서기의 섹스 비디오에 등장하는 인물인 자오훙샤(趙紅霞·31)가 그 주인공이다.
지잉난은 2009년부터 4년간 중앙당안국 정책법규사 부국장인 판웨(范悅)와 동거했다고 최근 웨이보에 폭로해 중국 인터넷을 시끌벅적하게 만든 인물이다. 결혼사실을 숨기고 지잉난과 동거를 시작한 판웨는 지잉안에게 한 달에 1만 위안(약 184만원)의 생활비를 주고 70만위안(1억4,000만원)짜리 아우디 A5 승용차, 130만위안(2억4,000만원)짜리 포르쉐 스포츠카를 선물하기도 했다.
판웨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해 말 끝났다. 지잉난은 돈으로 보상을 받았지만 그와의 관계를 청산했다. 지잉난은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판웨와 함께 목욕을 하거나 알몸 상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웨이보에 공개했다. 그는 지잉난과의 불륜 관계를 맺은 사실을 폭로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도덕적으로 문란한 관리는 파면돼야 한다. 너무 고통스러워 목숨을 끊고 싶지만 그 전에 판웨가 처벌받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중급 관리에 불과한 판웨가 지잉난에게 거액을 쓸 수 있었던 건 부정부패로 재산을 축적한 때문으로 보고 있다. 판웨는 지잉난에게 4년간 무려 1,000만위안(18억원)이 넘는 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안국은 판웨에게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잉난의 주장도 전부 사실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오훙샤는 충칭시의 시장급 고위 관리 6명과 국영 기업 책임자 5명의 목을 한꺼번에 날리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자오훙샤는 불륜 관계를 맺고 있던 충칭 사업가인 샤오예(肖燁)의 지시를 받고 고위 관리들에게 접근했다.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그녀는 관료들과 호텔방에서 성관계를 갖고 그 장면을 몰래 카메라로 찍었다. 모든 게 샤오예의 지시였다.
샤오예는 자오훙샤가 관료들과 다시 호텔방에서 성관계를 할 때 호텔방을 급습했다. 그는 약점을 들킨 관료들에게 사업상의 이권을 요구했다. 이런 방법으로 2008년과 2009년에 걸려든 관료가 시장급 고위 관리 6명과 국영 기업 책임자 5명을 합해 모두 11명이다.
충칭시 성추문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뻔했다. 자오훙샤는 사건 이후 결혼해 한 살짜리 아이까지 낳았다. 한 네티즌이 지난해 12월 공안 내부 관계자로부터 구한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고 이를 계기로 사건의 진상이 알려졌다. 자오훙샤가 샤오예의 '도구'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나자 네티즌들 사이에서 자오훙샤 동정론이 급속히 퍼졌다.
지잉난과 자오훙샤는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반부패 영웅' '침대 위의 영웅' 등으로 불린다. 일반적인 중국 관료들의 애첩과는 달리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반부패 영웅'들의 폭로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인민대학 위기관리연구센터는 부정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은 관리의 95%가 내연녀를 두고 있고 지도자급 간부 60% 이상이 첩을 두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