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교세라돔(오사카), 손찬익 기자] '빅보이' 이대호(31, 오릭스)는 올 시즌이 끝난 뒤 '자유의 몸'이 된다.
오릭스 잔류 뿐만 아니라 일본내 타 구단 이적, 메이저리그 진출 등 향후 진로는 다양하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31, 신시내티)와 '괴물' 류현진(26, LA 다저스)의 선전 속에 이대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대호 또한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메이저리그 무대를 꿈꾼다"고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
일각에서는 '이대호가 한국과 일본 무대에서 실력을 검증받았지만 스피드가 떨어져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에 이대호는 "느린 건 사실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비슷한 유형의 선수들이 많다. 나는 야구하면서 외부 평가에 대해 의식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최선을 다해 내가 가진 실력을 보여주면 된다. 내가 누군가에게 평가받으려고 야구하는 건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야구를 잘 하고 싶고 프로 선수로서 잘 하는 게 의무이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내가 수비 능력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껏 빠른 발을 앞세워 돈을 번 것도 아니다. 방망이 하나로 일본까지 왔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리고 이대호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김무관 LG 타격 코치님께서 '넌 150km 이상의 빠른 공은 세상에서 제일 잘 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에이스와의 대결이 즐겁다. 상대 투수들도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내게 정면 승부를 선택한다. 내 입장에서는 그저 고마울 뿐이다. 내가 삼진을 당할 수도 있지만 홈런을 때릴 수 있는 것도 승부를 하기 때문"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힘으로만 승부하는 건 아니다. 이대호는 "과거 전병호 선배님(삼성 코치)과 대결할때 아무리 세게 쳐도 안 넘어갔다. 그래서 작전을 바꿨다. 세게 치려고 하면 더 못치기 때문에 가볍게 툭 쳐서 안타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한국, 일본, 미국 등 야구는 다 똑같다. 다만 스타일만 다를 뿐이다. 일부에서 나에 대해 평가하는데 평가하는 건 좋지만 예측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야구에 만약이란 없으니까. 붙어봐야 알 수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할 것이라 누가 알았겠나. 그러나 우리는 해냈다. 그리고 (추)신수와 (류)현진이가 한국 야구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놓았다. 야구 잘 하는 사람은 어딜 가도 잘 한다. 내가 미국 무대에 진출해 잘 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 적응 여부가 관건이다.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이 한국 무대에서 홈런 30,40개씩 치고 10승 이상 거둔다는 보장이 없듯이".
메이저리그 사령탑 출신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또한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칭찬했다.
"한국에도 이렇게 덩치가 큰 선수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한 로이스터 전 감독은 "이대호는 배트 스피드가 뛰어나고 몸쪽 바깥쪽에 상관없이 공을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서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제안을 할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내 관점에서는 이대호는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도 잘 할 것이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무엇보다 로이스터 전 감독은 "이대호는 파워가 정말 뛰어나다. 내 야구 인생 40여 년 가운데 이런 선수는 처음 봤다"고 엄지를 세웠다.
빠른 야구가 대세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와 발빠른 타자가 유리한 건 분명한 사실. 그렇지만 '느림의 미학'이라는 표현처럼 빠른 게 전부는 아니다. 이대호 또한 마찬가지.
3년 전 프로야구 미디어 데이 때 일이다.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한 어린이팬이 이대호(당시 롯데)에게 "전 발이 느려서 출루하기 힘들어요. 이대호 아저씨는 달리기를 잘하나요? 그런데 왜 도루를 안 하나요?"라고 돌직구(?)를 던졌다.
이에 이대호는 "발이 느리면 홈런을 치세요. 홈런을 많이 치면 출루도 저절로 할 수 있어요"라고 재치있게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느려도 괜찮다. 어떤 구종, 어떤 코스든 정확히 맞춰 담장 밖으로 넘기면 된다. 이대호처럼.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