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극본 임성한, 연출 김정호 장준호)에 또 한 명의 안타까운 인물이 있다. 바로 배우 정주연이 연기하는 박지영이다.

극 중 기자에서 연기자로 전향한 박지영은 왕여옥(임예진 분)의 딸로 박사공(김정도 분)의 여동생이다. 드라마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집안의 등장인물로 초반 황마마(오창석 분)를 사이에 두고 오로라(전소민 분)와 팽팽한 연적관계를 형성했다. 사랑 뿐 아니라 일에서도 오로라와 대립 구도를 형성하며 오로라가 여배우가 되는 데 가장 큰 장해물이자 근성을 키우는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박지영이 극 중 극 '알타이르'를 찍는 동안 펼친 오로라에 대한 악행은 시청자들의 울분을 토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오빠의 옛 동성애인인 나타샤(송원근 분)와 벌이는 투닥거리는 싸움들은 쫄깃한 재미를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 극 중 박지영이 차지하는 모습은 크지 않다. 삼각관계는 이미 오로라를 두고 설설희(서하준 분)와 황마마 두 남자의 차지다. 여기에 주변 인물인 줄 알았던 노다지(백옥담 분)가 왕여옥의 집에 입성, 주인공으로 급부상하면서 박지영은 주변으로 밀려난 상태다.

박지영은 이제 악녀가 아닌 다소 불쌍한 캐릭터가 됐다. 10일 방송에서는 만취한 박지영이 노다지에게 팔 꺾기 복수를 당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공주대접 받던 그가 이제는 아무도 주사조차 받아주지 않는 천덕꾸러기 같은 모습이 된 것이다.

그래도 이날 방송에서 박지영은 자막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극 중 윤해기(김세민 분) 감독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장푸르메(임예령 분)가 노래방에서 윤해기에게 과하게 들이대며 섹시댄스를 추자 박지영의 짜증스런 표정 옆으로 ‘하이구 ㅈㄹ이 풍년예요’라는 자막이 표시된 것이다.

한편 임성한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캐릭터 분량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한 바 있다.

과거 '알타이르' 남자 주인공은 자신의 분량이 줄어든 것에 분노, 감독에게 "이럴 거면 왜 날 캐스팅 했느냐"라고 토로하자 감독은 "양다리 걸쳐도 재미만 있고 말 되는 상황이면 된다. '알타이르'에서 주인공은 '알타이르'라는 주인공 전체다. 너 분량 줄었다고 드라마 재미 없어졌느냐. 그래도 더 재밌어졌다"고 오히려 큰소리쳤다.

이어 감독은 "주인공 분량 줄어도 시청자가 즐거워하면 받아들여야 한다. 주인공 팬클럽만 시청자 아니다. 자기 욕심을 버려야 드라마가 산다. 시청률 망하든 말든 자기만 튀고 싶어한다. 그건 배우의 자세가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돈이 목적이면 배우가 아닌 사업을 하라며 "드라마가 살아야 출연 배우도 빛나보이는 거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이 드라마는 주인공인 줄 알았던 등장인물들이 줄줄이 하차하며 논란을 낳았던 바다. 앞으로 박지영의 이야기는 어떻게 그려질 지 지켜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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