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카드보험업계 블랙컨슈머 천태만상, 민원 감축도 중요하지만 상담원은 고달퍼]
# A카드사 콜센터에 한 상담원은 며칠전 '주거침입'을 운운하는 고객 때문에 진땀을 뺐다. 50대 한 남성 고객이 신용카드 배달을 위해 아파트 단지 입구에 들어온 것에 대해 불법 침입이라고 항의한 것이다. 그는 배송사원이 '건방지게' 신분증을 요구했다는 불만도 더해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상담원은 3시간이 넘도록 "신용카드를 전달할 때 본인 확인을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설명으로 응대해야했다.
# B손보사에는 단골 악성 민원 '가족'도 있다. 이들 가족이 2009년부터 매년 터무니 없는 민원으로 받아낸 각종 상품권만 수십여장이다.
일례로 아들 이모씨(34)는 '사고 접수시 상담원 연결이 지연되면서 어머니께 욕을 먹었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어머니 조모씨(61)는 심지어 상담원에게 할인 가능한 직원카드로 보험료를 결제하라며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25일 카드·보험업계에 따르면 각사의 고객상담센터들은 지속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고객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민원 감축에 힘쓰고 있지만 현장에는 진상고객으로 인한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는 반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보호처에 올해 상반기 접수된 민원 현황에서 신용카드를 포함한 비은행 민원이 1만2955건, 보험은 2만1331건에 이른다. 은행 민원이 6319건인데 반해 많은 건수다. 신용카드 경우 2010년에서 2013년5월까지 총 2만9406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이처럼 카드·보험업계는 민원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아 적극적인 민원 감축 지도가 이뤄지고 있다. 전업카드사들은 이틀 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민원감축안을 구체적으로 제출하라는 공문을 받기도 했다.
고객상담 현장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라는 화두가 중요해지면서 악성 민원 '블랙컨슈머' 대응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실제 A카드사, B손보사 사례처럼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더라도 단호하게 대처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악성 민원 유형도 다양하다. 보상을 받기 위해 억지 주장을 하거나 폭언을 일삼는 행위 등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상담원이 신용카드 결제 금액에 대해 "30만원, 아 고객님 35만원입니다"라고 안내했을때, "니가 말 잘못한거 때문에 연체하면 어떡할거냐" "똑바로 말 못하냐" 등 불만을 제기하며 결국 상품권 등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그밖에 여성 상담사에 비인격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C카드사 콜센터에는 한 남성 고객이 상습적으로 전화해 간단한 카드상담 후 '서울 지하철은 위험하다' '밤에 일찍일찍 다녀라' 등 성적 농담을 하는 사례도 있다.
다만 최근 일부 카드·보험사들은 악성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이 욕설, 인격모독 발언을 했을 때는 '상담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도록 상담원에게 교육하고 있다"며 "상담원을 보호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