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반려동물 100만시대 ④] 품종·건강상태 속이는 '사기 분양' 급증…정 들어 '환불'도 못해]
강아지/ 사진=이미지투데이
#집 근처 애견샵에서 15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2개월 난 화이트 포메라이언 '하양이'를 분양 받은 김현아씨(31·가명). 김씨는 5개월 뒤 친구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하양이가 화이트 포메라이언이 아니라 화이트 포메라이언과 스피츠가 섞인 '폼피츠'라는 것. 일종의 잡종인 폼피츠의 분양가격은 대개 화이트 포메라이언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이를 알게 된 김씨는 애견 분양업체에 따졌지만 "어렸을 땐 구분이 잘 안 된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동네 애견샵에서 80만원을 주고 요크셔테리어 '뽀뽀'를 분양 받은 박정은씨(35·가명).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뽀뽀가 낑낑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뽀뽀를 살펴보던 박씨는 배 부분에 툭 튀어나온 듯한 자국이 보여 동물병원을 찾았다. 수의사는 박씨에게 '탈장'이라며 조금 더 두고 봤다가 수술 여부를 결정하자고 말했다. 충격을 받은 박씨는 분양 받은 애견샵에 '사기 분양'이 아니냐며 따졌지만 "환불해 가라"는 업체의 황당한 대답에 아무 말을 하지 못한 채 나와야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초보 부모'들을 노린 사기 분양 피해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전문 분양 업체 뿐 아니라 개인 분양에도 이 같은 사기 분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반려동물 분양 시 주의가 요구된다.
사기 분양에는 크게 2가지 종류가 있다. 애견 품종을 속여 판매하는 경우와 건강 상태를 속여 판매하는 경우다.
애견 품종 사기 분양의 경우 화이트 포메라이언과 스피츠, 말티즈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화이트 포메라이언과 스피츠는 새끼 때 생김이 비슷하지만 가격은 최대 5배까지 차이난다.
또 인기가 높은 '국민 품종' 말티즈의 경우도 '순백색 순종'으로 알고 분양 받았지만 자라며 털 색이 변하거나 귀와 등의 모양이 순종과 다르게 변하는 경우도 있다. '미니', '티컵' 품종이라고 분양을 받았지만 일반 종인 경우도 허다하다.
스탠다드 푸들을 미니 푸들로 속아 분양 받은 박수정씨(28·가명)는 "분양 당시 미니 품종이라 4kg이 채 나가지 않을 것이라 했지만 5개월이 넘어가면서 다리가 길어지고 주둥이가 튀어나오는 등 남다른 성장세를 보였다"며 "지금은 10kg에 육박하는 롱다리가 됐지만 집안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에 물릴 수도 없다"고 털어놨다.
건강상태를 속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부병부터 파보 바이러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피부병의 경우 사료부터 샴푸까지 알레르기 전용을 써야 해 지속적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최대 수백만원에 달하는 동물병원 치료비만 남긴 채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 이 같은 사기 분양은 전문 업자들의 영역이었지만 이제는 개인 분양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개인의 경우 전화번호를 바꿔버리는 등 이른바 '잠수'를 타버리면 손해배상도 어려워 세심한 주의가 당부 된다.
개인에게 치와와를 분양 받은 이경진씨(30·가명)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분양글을 보고 120만원에 치와와를 분양 받았다"며 "하지만 강아지를 데려온 후 자꾸 설사와 구토를 하기에 주인에게 연락을 했더니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받아 그럴 수도 있다'고 했지만 그 후 다시 전화를 해보니 없는 전화번호라는 안내가 나왔다"고 털어놨다.
신준호 서울시 수의사회 사무국장은 "개인의 경우 강아지 분양 자체가 불법인데다 분양 사기 시에도 보상 받을 수 있는 길이 적다"며 "만약을 대비해 동물판매업자로 신고됐는지 확인하고 분양시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권장하는 양식의 분양 계약서를 작성해야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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