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중국 단둥 176개 대북무역 기업조사 …
2009년 이후 중국기업 대북무역액 급증
"5·24조치, 한국기업에 부메랑으로"
지난 2009년 실시한 5·24 대북제재 이후 중국 단둥지역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중국기업의 명암이 수치로 확인됐다. 2009년 이후 한국계 기업이 하향세를 보이는 동안 중국(한족)기업은 급격한 성장세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주최 통일학·평화학 기초연구 학술심포지움에서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중국 대북한 거래기업 분석: 중국 현지설문조사를 중심으로' 주제발표에서 단둥 소재 기업 176개를 면접조사한 결과 중국기업의 대북사업 진입이 2008년 이후 급증했으며 무역액도 크게 올랐다고 밝혔다.
민족배경별 기업 무역액을 연도별로 비교해보면 한족은 2009년 5000달러대에서 2011년 9500만달러대로 급상승한 반면 기타(한국계) 기업은 2009년 2000만달러대 중반에서 2011년 1000만달러대로 떨어졌다.
진입시기를 살펴보면 중국기업의 대북사업 진입은 2000년을 기점으로 확대됐으며 2008년 이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이후 남북경협이 감소하고 북중경협 확대된 추세와 일치하는 것이다.
기업의 민족적 배경별 분포를 살펴보면 현재 한족이 43%, 조선족 23%, 조선화교 20%, 기타(한국계) 14%로 집계됐다.
대북거래 기업의 진입 증가는 주로 한족과 화교 기업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족 기업과 기타(한국계) 기업은 2000년대 중반 비교적 활발히 진입했으며 이는 남·북·중 연계무역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됐다.
퇴출 현황을 파악한 결과 조선족 기업과 기타(한국계) 기업의 퇴출비율이 높게 조사됐는데 이들 퇴출기업의 공통점은 한국시장과의 연계성이 크다는 것이다.
5·24조치 등 한국정부의 대북제재 조치로 인해 목표 시장이 사라지거나 줄어든 것이 사업포기의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병연 교수는 "5·24조치가 한국계 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며 "이 이득을 중국(한족)기업이 챙겨가는 형태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한편 대북기업의 투자형태를 살펴보면 설비제공형 투자가 56%로 가장 높았다. 설비제공형 투자는 북한에 필요 설비를 제공하고 북한에서 생산된 의류, 광물 등으로 설비투자비를 상계하는 방식이다.
합영/합작 등 투자는 26%에 불과했으며 북한인력을 수입해 운영하는 기업은 19%를 차지했다.
이 조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북한쪽 거래상대가 '군 소속기업'일 경우 거래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매출액과 이윤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장기간 거래관계로 신뢰가 형성되면 매출액 증가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군과 거래한 기업의 매출액 평균은 2만5000달러, 내각은 7000달러, 당은 2000달러 수준이었다. 군의 경우 거래기간이 5~10년으로 조사됐고, 당 3~7년, 내각 3~8년으로 조사됐다. 한족기업이 군 소속 기업들과 거래가 많았으며 군대 소속 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45%가 한족기업과 거래했다.
이 조사는 2012~2013년 단둥 소재 대북거래 기업 176개를 개별 면접식으로 조사한 것이며 표본수는 단둥 대북거래기업의 10~20%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내일신문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