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국립대 교수가 자신의 과목을 수강 신청한 학생 10여명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이 교수는 4년 전에도 대학원생들에게 돈을 요구하다 처벌을 받은 일이 있어 중징계가 불가피해 보인다.
25일 광주 전남대에 따르면, 이 대학 인문대학 철학과 B교수는 지난달 중순께 수강신청을 한 학생들에게 전화를 해 “내가 지금 미국에 있는데 한국에 있는 딸이 아프다”며 “딸에게 3만원을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전남대 학생 10여명은 B교수가 알려준 계좌로 돈을 보냈다. 한 학생은 “앞으로 학교에서 계속 보게 될 교수이기 때문에 믿고 돈을 보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나처럼 돈을 보낸 학생이 여러 명인 점에 놀랐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B교수의 강의를 들은 학생 A씨는 총 24차례에 걸쳐 600만원을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이 입은 피해액은 모두 740만원 정도다.
강태구 전남대 교무처장은 “대학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해 우리도 놀랐다”며 “현재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 중이며, 조만간 최종보고서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전남대는 이달 초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교수 6명으로 이뤄진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B교수는 학교 측의 진상조사가 시작되자 학생 10여명에게 빌린 돈의 일부를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진상조사에 착수한 뒤 B교수가 일부 학생에게 빌린 돈을 갚았지만, 아직 한 학생에게 빌린 600만원은 갚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B교수는 학생들에게 전화와 문자 등 여러 방식으로 돈을 요구했다. B교수에게 600만원을 빌려준 A씨에게는 △병원 치료비 △교통비 △식비 △친인척 부조금 등 다양한 이유로 돈을 받았다.
특히 B교수는 2010년에도 대학원생들에게 돈을 요구한 사실이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당시에는 학교 측으로부터 경징계(견책, 감봉)를 받았지만, 이번의 경우 중징계(정직 이상)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남대 관계자는 “진상조사위가 조사를 모두 마치면 징계위원회가 꾸려질 것”이라며 “학교 측은 B교수가 같은 사안으로 두 번째 받는 징계이기 때문에 엄중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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