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현장에서 자리를 뜨지 못하는 가족들 가운데 실종자들로부터 걸려온 마지막 전화를 놓쳐 가슴을 치는 사연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3일 전남 진도군 진도읍 진도실내체육관 앞. 박영식 씨는 체육관 앞을 서성거렸다. 박 씨는 주위에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멍한 눈빛으로 마냥 걷기만 했다.
그는 안산 단원고 교사 박육근(52) 씨의 형이다. 박 씨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16일부터 이곳에서 교사인 제수씨와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육근 씨의 아내는 지난 16일 당시 마지막이었을지 모르는 남편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동생이 16일 오전 배가 기울기 시작한 이후 제수씨에게 전화를 했다고 해요. 그런데 동생이 그때 자기 전화를 들고 있지 않았나봐요. 그래서 학생 휴대전화를 빌려 제수씨에게 전화를 했던 것 같아요. 제수씨는 그 시간에 수업 중이었고,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니까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제수씨 대신 박 교사의 형이 설명했다.
그는 제수씨가 “‘마지막이었을지 모르는 남편 목소리를 들었다면 좋았을걸. 수업 중이라도, 모르는 번호라도 받았으면 좋았을걸’이라는 말을 자주 되풀이한다”고 전했다.
박 교사의 형은 건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눈은 움푹 파였고, 말할 때마다 입술 양끝에 노르스름한 액체가 조금씩 새어 나왔다. ‘백태’라고 하기에는, 하얗지 않은, 너무 진한 액이 그의 혀에 꽤 두껍게 형성돼 있었다. 채 말로 표현하지 못한 동생에 대한 그리움이 고여 있는 듯했다.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위치한 가족상황실 앞에서 만난 김모(47) 씨는 실종된 아들(18)을 기다리고 있다. 김 씨는 “아들의 마지막 전화를 놓쳤다며 아내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며 “아이들도 충격이 커 친척집에 맡긴 채 혼자 현장에 왔다”고 말했다.
평소 전화를 자주 안 하던 아들은 배에 탑승한 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아내가 전화소리를 못 들었고, 뒤늦게 아들에게 전화를 다시 걸었지만 이미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아내는 매일같이 사고현장에 있는 김 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을 찾았냐고 물으며 “그때 전화만 받았어도, 내 자식이 위험하다는 걸 미리 알았을 텐데… 난 내 자식이 죽어가고 있는지도 몰랐다”며 오열한다고 했다. 김 씨는 “고아인 아빠를 단 한 번도 창피해한 적 없던 착한 아들이었다”며 “사고 소식에 아이 엄마는 입원하고 막내 딸은 친척집에 맡겨져 어렵게 일군 가정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 같다”고 울먹였다.
진도 = 손기은·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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