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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참사-단독] 우울한 대한민국… ‘심리적 재난’ 현실화

[기타] | 발행시간: 2014.04.29일 03:47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들의 ‘심리적 재난’이 현실화되고 있다. 사망·실종자 가족들의 절망에 공감하는 ‘대리 외상 증후군(Vicarious Trauma)’이 확산되면서 자살 시도자가 증가하고 병원 정신의학과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11시40분쯤 1급 시각장애인 A씨(51)가 112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세월호에서 숨진 단원고 학생들 때문에 너무 슬프다. 세월호 희생자를 따라 죽고 싶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한강 쪽으로 가려고 계단을 내려가는 중”이라는 A씨의 말에 한강시민공원 일대를 수색한 끝에 서울 여의도고등학교 인근에서 A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소주병을 들고 지팡이를 짚으며 한강 쪽으로 계단을 내려가고 있던 그를 수차례 설득한 끝에 여의도지구대로 호송했다.

지난 23일 밤 12시30분에는 가출한 고등학생 B군(15)이 마포대교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로 상담사에게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 죽고 싶다. 장기는 기증해 달라”고 말했다. B군은 다리 위를 순찰 중인 경찰관에게 발견돼 무사히 부모에게 인계됐다. 27일 밤 12시에도 C씨(21)가 “여자친구와 헤어져 마음을 풀어주고 싶었지만 이미 새 남자친구가 생겨 죽으려 한다”며 마포대교 난간에 매달렸다가 경찰에 구조됐다. 한 경찰관은 “세월호 사고 이후 한강 일대 순찰을 평소보다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마포대교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가 이달 마포대교에서 구조한 자살 시도자는 지난달(6명)의 배에 가까운 11명이다. 그중 7명이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16일 이후 구조됐다. 강원대 정신건강의학과 박종익 교수는 “정신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은 타인의 불행을 보고 자살을 생각하기 쉽다”며 “평소 자살을 생각하는 고위험군의 경우 사고의 영향으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는 등 자살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세월호 관련 언론 보도를 보고 정신적 충격을 받아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 이전에 사고 등으로 가족을 잃어 정신적 외상을 앓는 사람들이다. 지난해 말 교통사고로 동생을 잃은 뒤 정신적 충격을 받았던 중학생 D양은 세월호 사고 직후 증상이 악화됐다. 수업을 들을 수 없을 정도여서 학교 보건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D양은 의사에게 “죽은 아이들 소식을 보면서 동생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세월호 관련 언론 보도나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보기만 해도 어지럼증을 느낀다며 병원을 찾는 환자도 있었다. 일산백병원 소아정신과 박은진 교수는 “기존에 정신적 외상이 있어도 병원을 찾지 않던 사람들이 사고 이후 도움을 받고자 찾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이구상 팀장은 “9·11테러 당시에도 대리 외상 스트레스나 정신적 무력감을 호소하는 상담 건수가 미국 전역에서 20% 이상 급증했다”며 “사고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아직은 이르지만 한 달 정도 지나고 소란이 가라앉으면 본격적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성은 김유나 전수민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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