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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표재민 기자] 착한 주인공이 세상의 정의를 구현하는 드라마는 많다. 드라마 ‘개과천선’은 성공을 위해 달려나가던 착한 성품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 그야말로 개과천선하는 과정을 담는다. 기억 상실 후 정의보다는 돈과 권력에 움직이는 일부 법조인들의 삶의 방식에 환멸을 느끼는 김명민을 통해 이 사회의 정의는 무엇인지, ‘개과천선’이 묻고 있다.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은 지난 8일 방송된 4회에서 변호사 김석주(김명민 분)가 기억을 잃었지만 변호사적인 법률 지식 등 기능은 살아 있어 자신이 기억을 잃기 전 벌여놓았던 업무를 수습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석주가 기억을 잃으면서 차영우 로펌에서 맡았던 대기업 인수가 난관에 빠졌던 것이 사실.
석주는 특유의 명석한 두뇌 회전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차영우 대표(김상중 분)의 신뢰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석주의 눈빛에서 알 수 있었다. 석주는 자신도 모르게 법의 빈구석을 찾아내고 대기업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에서 환멸을 느끼게 됐다.
인턴 이지윤(박민영 분)에게 “적응 돼? 이 회사의 분위기가?”라면서 되묻는 석주의 씁쓸한 표정은 이성이 지배하던 기억을 잃고나서 비로소 직업 윤리와 도덕적인 양심을 되찾게 된 석주의 혼란을 대변했다.
인권 변호사였던 아버지로 인해 성공에 대한 갈망이 컸기에 앞만 보고 달려왔던 석주였기에 이 같은 가치관의 충돌에서 나오는 혼란은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뇌기능은 멀쩡한 까닭에 에이스 변호사 석주는 여전히 존재했지만 어떻게 보면 사회 정의 구현에 암적인 존재일 수 있는 자신의 실체에 실망하고 고통스러워할 수밖에 없는 것. 흔들리는 김명민의 눈빛은 이 같은 석주의 고민과 실망, 혼란을 모두 담으며 앞으로 석주의 확 변화된 삶을 예측하게 했다.
여기서 이 드라마가 안방극장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드러난다. 법정 휴먼 드라마를 표방하는 ‘개과천선’은 법정을 배경으로 다양한 사건 사고들을 해결하는 석주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에는 한 인간의 성장을 담는다.
개과천선해서 사회 거악들과 맞붙게 되는 석주라는 한 개인의 고난기는 당연히 소시민들이 국가에 기대하는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을 투영시킬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세월호 침몰 사고는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를 되묻는 슬프디슬픈 참사였다. 시기마저 절묘한 지금 '개과천선' 속 김명민의 꿈틀거리는 정의감이 안방극장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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