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헌법재판소가 총리를 해임한 태국이 내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총리 해임에 만족하지 않고 총리 청사를 점거한 채 아예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서 농민 중심의 친정부 시위대는 내전을 경고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옐로셔츠) 지도자인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는 10일(현지시간) 상원, 대법원, 헌법재판소, 최고행정법원에 12일까지 새 총리가 임명될 수 있도록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권력남용으로 해임된 뒤 내각이 지명한 니왓탐롱 분송파이산 과도정부 총리 대행은 정부를 이끌 권한과 지위가 없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에 대해 친정부 시위대(레드셔츠)의 지도자 짜뚜폰 쁘롬판은 “비민주적이고 헌법에 위배되는 새 총리 임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는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국가 위기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총리 청사, 5개 공중파 방송국 등을 점거하거나 봉쇄하고 니왓탐롱 총리 대행이 이끄는 현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했다. 레드셔츠 시위대 수천명은 같은 날 반정부 시위대와 충돌하지 않기 위해 이들의 시위 장소와 멀리 떨어진 방콕 서쪽 외곽에서 잉락 전 총리의 해임 결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11일에는 총리 청사 밖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시위대 2명이 다쳤다.
양 진영의 충돌 우려가 커지자 군 쿠데타 설도 나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군이 나서 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부 실권자인 프라윳 찬 오차 육군참모총장은 “쿠데타는 정치 갈등을 끝낼 수 없고 많은 비난을 초래할 것”이라며 “갈등은 합법적인 틀 안에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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