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 강효삼
고개 수굿 갈길 바쁜 강물도 마을을 에돌 때는 한참씩 걸음을 멈추군 했답니다, 오구작작 강물에 뛰여들어 자맥질하는 고것들 꼬투리를 만져보고싶어서… 그러면 멀찌감치 비켜있던 산도 어느세 쑤욱 비위좋게 물속에 들어와 아이들의 물헤염에 함께 흔들리며 즐거이 부서지고…
허지만 지금은 은물결 비단처럼 기슭을 어루만져주어도 버드나무 긴 그림자 깊은 한숨인양 물우에 누워있고 모래알들만 외로움에 마른 입술 적실뿐 노을 비낀 강심에서 물새도 혼자 울다 떠나갑니다.산은 언녕 고개 떨구고 돌아앉아 미른 기침만 헉ㅡ헉 무심한 세월만 씹고있네요 아,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사람의 얼굴에 반하고 사람의 소리에 귀먹고 사람의 냄새에 취하면서 사람의 산, 사람의 강으로 즐거웁던 고향의 산, 고향의 강은 이제 사람도 잃고 사랑도 잃어 산은 그저 산이고 물은 그저 물일뿐입니다그려.
봄비
하루 종일 지꿎게 문을 두드리며 주절주절 부르고 부릅니다. 이제 곧 봄학교에 입학할 풀들과 꽃들과 나무들의 이름을ㅡ 일력장에 봄은 언녕 왔는데도 봄이 봄같지 않다며 아직 겨울잠에서 깨여나지 못한것들 정신들게 랭수 마찰시키고 간혹 배시시 눈뜨고도 일어서지 않는 게으른것들은 사타구니 꼬집고 볼기짝도 두드리며 봄비는 개학하는 날 지각생 생길가봐 미리부터 출석부 들고 집집을 찾아다니는 유치원선생처럼 당부하고 또 당부합니다. ㅡ래일은 쾌청하니 해뜨거든 제시간에 나오거라!
깊은 뿌리
미국 뉴헤이본의 예일대학 부근에 가면 마치 중국땅인양 수많은 한족들이 엉켜 사는데 이곳 아이들은 학교에 가면 미국인 못지 않게 영어를 잘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꼭 제민족어롤 사용한다, 학교에서는 물론 집에 와서도 거리낌없이 남의 말로 대화를 하는 우리의 어떤 아이들과 비기면 얼마나 다른가? 다 같은 이방인의 후손이지만 저들 먼먼 이국땅에서도 어린것들조차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그 못말리는 깊은 뿌리의 악착스런 고집이 그토록 오랜세월 외세의 억압과 기시를 받으면서도 세상에 가장 많은 사람이 나누고 있는 언어를 가지게 한것은 아닐가.곧잘 남의 흉내 내며 자신을 잃는 얄팍한 우리의 어떤 코레안들과 달리…미국 뉴헤이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