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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봄맞이/강판권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2.03.23일 14:19

봄이다. 나는 나무를 통해 봄을 느낀다. 겨울 동안 거친 바람에 까칠한 나무들이 바람을 맞으면서 봄을 맞는다. 나무가 봄을 어떻게 맞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나뭇가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봄을 준비하는 나뭇가지는 겨울과 달리 힘이 넘친다. 힘차게 하늘로 뻗은 나뭇가지는 마치 혹독한 겨울에서 벗어났다고 세상에 자랑하는 듯하다. 나는 요즈음 이러한 나뭇가지를 보는 낙으로 산다.

  잎이 나오기 전, 혹은 꽃이 피기 전나무의 이러한 모습은 한 생명체가 봄을 맞이하는 과정이자 위대한 삶의 과정이다. 인간이 꽃과 잎을 보는 순간은 아주 짧지만, 나무가 잎과 꽃을 만드는 시간은 길고, 고통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내가 주로 생활하고 있는 캠퍼스의 매화 꽃 봉우리가 발길을 멈추게 하지만, 가죽나무나 상수리나무는 아직도 열매와 잎을 달고 있다. 그러나 가죽나무와 상수리나무가 아직 열매와 잎을 달고 있더라도 나무를 안고 귀를 기울이면 잎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집 베란다에 살고 있는 등나무는 줄기 끝부분에 잎을 만들었다. 나무는 물관세포를 통해 가장 먼 곳의 가지부터 잎을 만든다. 이처럼 나무들은 한 순간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성실하게 봄을 준비한다.

  내가 살고 있는 옆 아파트에 살고 있는 매화나무에 꽃봉우리가 맺었지만, 관리자들이 가지를 잘라버렸다. 매화나무는 1년 동안 꽃을 피우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지만, 사람이 한 순간에 꽃봉우리를 잘라버렸다. 나는 아직도 관리자들이 무슨 마음으로 매화 가지를 잘랐는지 이해할 수 없다. 왜 하필 꽃봉우리가 한창 맺혔을 때 가지를 잘라버렸을까. 싱싱한 꽃을 감상하기 위해 잘랐는지, 아니면 가지가 보기 싫어서인지 그 속내를 알 수 없다. 무슨 사연인지 모르지만 자를 것이라면 꽃이 피고 열매가 땅에 떨어진 뒤에 잘랐으면 얼마나 좋을까. 꽃도 피우기도 전에 가지가 잘린 나무의 심정은 엄마가 자식을 낳기도 전에 유산한 심정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나는 나무의 봄맞이를 통해 성실한 자세를 배운다. 모든 생명체의 덕목은 성실이라야 한다. 1960-70년대 시절 대부분의 학교에서 급훈으로 삼았던 성실은 우주의 원리 중 하나이다. 인간이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우주의 성실 때문이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우주가 움직이기 때문에 모든 생명체는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중용에 "성실한 것은 하늘의 도리이고, 성실한 하늘의 이치를 닮으려는 것은 인간의 도리"라고 읊었다. 성실은 아주 식상한 용어지만 인간을 존재케 하는 의미심장한 개념이다.

  얼마 후면 이 땅의 산하가 상춘객들로 북적일 것이다. 이 곳 저 곳에서 봄꽃 소식으로 야단이겠지만, 아직 봄을 감상하는 법을 알려주는 소식을 들어본 적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화, 생강나무꽃, 진달래꽃, 개나리꽃, 벚꽃 등을 눈으로 즐기는 부지런하지만, 꽃이 피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서툴다. 그저 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급급할 뿐 각 나무의 꽃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꽃잎은 몇 장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드물다. 한 존재에 대한 사랑에는 무엇보다도 관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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