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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길목에서 맛본 신비한 자연의 진수

[온바오] | 발행시간: 2014.06.22일 18:11
벌써 한 해의 중간 지점인 6월의 길목이다. 세월에 대해 누군가 언급한 속도의 문제가 새삼 회자된다. 10대에는 시속 10킬로, 20대에는 20킬로, 나이의 숫자만큼 속도는 빠르게 가고 50대가 넘고 나니 시속 50킬로가 현란하고 눈부시다.

누군가 세월에 대해 "젊은 사람에게는 숫자가 더해 지고, 나이든 사람에게는 숫자만큼 덜어진다" 혹은 "세월의 빠르기가 문풍지 사이로 휙 지나가는 흰 백마를 보는 듯 하다."라고 표현하듯이 예나 지금이나 세월의 흐름에 대해 아쉬워하는 것은 각개인의 마음속 깊이 무엇인가를 못 다 이룬 아쉬움에 대한 회한의 표현일 것이다.

그렇다. 살아가면서 마음속에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전까지는 극기의 노력으로 자제하고 살아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채근담에 설파되어 있듯이 " 목표하는 일 다 이뤄 놓고 하고 싶은 일 하겠다면, 죽을 때까지 기회는 없을 것이다" 라는 말에 공감이 가는 나이다. 이제 우선적으로 본인의 마음속에 담아 뒀던 막연한 만화 같은 얘기도 한번쯤 시도해 볼만한 나이가 되었지 않은가?

6월 10일부터 6월 14일까지 여행을 떠났다. 혼자 배낭 짊어지고 떠나는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실크로드의 향기가 가득한 간쑤성(甘肃省)의 란저우(兰州), 장예(张液)이다. 최근 누군가 불쑥 란저우의 실크로드의 흔적과 허허 벌판 사막산에 칠색으로 아롱진 오색찬란한 여행 사진을 보고서, 바로 이곳이다 라고 떠났다.

우선 베이징역에서 란저우 장예역까지 가는 기차는 베이징에서 신장의 우루무치까지 가는 장기열차 편의 한 과정이다. 베이징에서 오후 3시 40분에 탑승한 T177 열차는 밤을 새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점심까지 기차 안에서 마무리한 오후 4시경에 간쑤성 장예역에 도착한다. 탑승 시간은 24시간 30분 정도, 이동거리는 2800킬로미터 정도다. 사실 기차 안에서 만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기차 여행 초기에는 지루하고 마치 상자 속에 갇힌 듯한 느낌으로 부자연스럽고 답답했지만, 이제 하루가 지나고 도착 1시간 전에 열차 복무원의 기차표 교환이 다가오면 왠지 고향을 떠나는 듯한 서운함이 남는다. 왜냐하면 기차 안에서 제법 즐겁고 놀만한 소일거리를 자체 개발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느냐고? 별것 없다. 사소한 즐거움에 맛들여져야 가능하다. 이를테면, 4개짜리 침대 칸 상부에서 괜찮은 소설 한 권 준비해, 적당히 한잔 마시고 책 읽는 재미에 흠뻑 빠져들어도 되고, 시간이 오후 5시 정도 되면 준비해 둔 바이주 한 병들고 식당칸에 먼저 가서 주문한 한가지 요리와 백주 한잔 곁들여가며, 해저무는 석양을 바라보면 자음자작 하거나, 깊어 가는 밤에 정신없이 달려가는 기차의 기적 소리에 매력을 느껴도 좋고, 거기에다 차창을 통해 스며드는 달빛 소나타를 즐긴다면 말 할 나위 없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이곳의 즐거움의 핵심은 자유다. 눕고 싶을 때 언제든지 침대칸에 얼굴을 묻을 수 있고, 소설의 남은 줄거리가 궁금하다면 조그마한 개인용 조명등 아래 밤을 세워도 아무도 간섭하지 않은 자유 그 자체다. 사실 기차 안에서의 1박2일은 옛날 군대 졸병 시절에 모처럼 맞이한 2박3일의 휴양소 파견만큼이나 자유롭다. 물론 중요한 것은 좁고 불편한 기차 안이라는 마음보다는 자유로움을 우선 느끼는 순위의 문제지만..



▲ 장예 시내

황량한 사막 가운데에 신의 섭리가..

6월 11일 오후 4시에 간쑤성 장예시에 도착했다. 장예시 외부 온도는 영상 22도 정도, 희끄무레한 비 올 듯한 날씨에 짧은 셔츠가 부담스러운 기온이다. 기차역에서 시내까지는 약 15킬로미터, 시내 버스를 타고 움직였다.

장예시는 간쑤성에서 3번째 규모의 도시이며, 한나라 무제 때의 서역 4군 중의 하나로서 13세기 이탈리아 베니스 출신인 마르코폴로가 지은 동방견문록에서 실크로드의 중심도시 중의 1개 도시로 소개한 지역이며, 이곳은 황량한 사막 산에 위치한 신비로운 칠색산의 '칠색단하' '마제사' 등 관광 유적지와 '야광배'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시내에서 기웃기웃 물어 물어, 여관 방 한 개를 잡았다. 이곳은 조금 보수적으로 일반 초대소나 여관급에서는 여권을 소지한 외국인에 대해서는 사절이며, 최소 3성급 호텔 정도에서 외국 손님을 맞이 했다. 하룻밤 숙박비는 인민폐로 128위안, 뜨거운 물 펑펑 쏟아지고 갖출 것 다 갖춘 훌륭한 룸이다. 장예 시내는 역사적으로 한나라 이전 시대부터 변방 및 서역으로 가는 정치 경제적인 거점 도시로서 역할을 하여, 비교적 물산이 풍부하고 현대적 문명 시설과 과거의 문화 유적이 함께 어우러진 감칠 맛 나는 도시다. 그리고 싸고 맛있는 음식도 그런대로 많고 많다.

6월 12일, 아침 일찍 기상해 움직였다. 오늘의 관건은 날씨다. 왜냐하면 이곳 장예를 찾은 이유 중의 핵심이 '국가지질공원, 단하지모, 칠색산'이라고 불리는 그곳이 햇살이 환하게 비쳐야만 오색 빛나는 신비로운 형상을 보여 준다는 것 때문이다. 그런데 일기예보는 오늘도 간간이 비라고 한다. 그렇지만 뭐 하루 종일 비가 오기야 하겠는가?



▲ 마제사

우선 날씨와는 큰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마제사로 향했다. 마제사는 장예시에서 약 60km지점에 위치한 절로서, 산정상에 전설의 '천마'가 말굽 흔적을 남겼다고 하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마제사가 위치한 지역은 해발 2800미터 고지로서 산보를 하다 보면 약간의 고산증 증세를 유발하며, 이곳은 7월 중순부터 8월초에 유채 꽃등 온갖 꽃이 만발하는 최적의 관광 시기가 될 듯하다.

마제사는 1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석굴 군집 형 사찰로서 최초로 서기 300년 후기 북조시대에 처음 시작하여 원, 명 시대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와 500여 개의 마애불상이 있는 중국 불교와 티벳 불교가 공존하는 석굴 형태의 사찰이다.

마제사의 석굴은 멀리서 보면 마치 제비 집을 연상시키며, 이곳도 지난 문화 혁명 시기에 철없는 홍위병들에 의해 불상이 파손당하거나 훼손 당하는 역사의 아픔의 흔적이 있다.

마제사를 돌고 돌아보니 오전 12시다. 이제 장예시로 돌아와서 국가급 지질공원 단하지모로 향해야 한다. 시외버스를 타고 장예시로 향했다. 그런데 버스가 중간 지점의 소도시에 정차하더니 기사가 움직이질 않는다. 이유를 고 물었더니 손님이 적어서 적자 예상이라 무작정 손님을 기다리겠다는 포부다. 이런 참, 설득하고 적당히 구슬려서 결국 기사를 움직였고 장예시에 무사히 도착했다. 장예시에서 단하지모까지는 60킬로미터, 택시로는 왕복 20위안을 달라고 한다. 시외버스로는 왕복 25위안, 다행히 오후 2시에 출발하는 시외버스가 있고 3시경에 단하지모에 도착했다.

국가 지질 공원인 단하지모의 입장료는 60위안이며, 해당 금액에는 공원 내에서 자체 움직이는 관내 버스 비용이 포함되었다.

'단하지모'란 오랜 시간 동안 지질 운동을 거친 붉은색 사암이 풍화 퇴적 작용으로 인해 단층화된 지형을 가리키며, 특히 이렇게 형성된 퇴적암 층 사암 산에 7가지 색깔을 보여 준다 하여 칠색산으로 불려 지고 있다. 이곳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6대 불가사의 지형으로, 내셔널지오그래픽 '세계 10대 불가사의 경관'으로도 지정되었으며, 각각의 산은 해발 1800미터에서 2200미터까지 위치하며, 해당 면적은 510 평방킬로미터 이며, 일출, 일몰, 비 온 후의 모습이 가장 절경으로 표현된다.



▲ 단하지모 공원 내부

그렇다. 오늘은 아침에는 비가 조금씩 흩뿌렸지만, 오후 4시가 넘고 나니 비는 그치고 화려한 햇살은 없지만 비 온 후의 깨끗한 칠색산의 모습이 수줍은 아가씨가 막 화장을 마치고 신랑을 맞이하는 느낌이다.

단하지모의 모습도 마음에 담았고, 오후 7시30분에 장예행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장예시에서 새롭게 찾은 여관, 갓 오픈하여 시용 기간 서비스 가격으로 108원에 훌륭한 시설이다. "팅하오!!" 주린 배를 해결하고, 장예시에서의 마지막 하룻밤을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즐겨 보다 호텔에 돌아오니 11시다.



▲ 란저우 시내

란저우시 중심지에 자리잡고 있는 중국 문명의 젖줄 황화의 흐름..

6월 13일 아침 9시 50분에 장예시 열차역에서 란저우행 기차다. 거리는 약 500킬로미터 정도인데, 기차 승차 시간은 약 6시간 소요된다. 승차해 어영부영 하다 보니 오후 4시, 벌써 하차하라는 통보다.

란저우시는 간쑤성의 성도로서 실질적인 실크로드 출발 지역이며 황하가 시작되는 중심 도시로서 중국인과 서역인이 만나고 왕래했던 동서양 가교 역할의 거점 도시였다. 중국 란저우는 오랜 역사를 지닌 고도라지만 도심에는 개혁 개방의 산물로서 현대식 건물과 문명의 증표가 어느 도시 못지않은 발전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란저우시에서 오후를 보내고, 베이징행 비행기가 밤 11시 40분에 있다. 원래 계획하기로는 장예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직통 기차를 희망하였으나, 열차표가 없어서 기차와 비행기표 중 가장 경제적인 코스를 고르다 보니 밤 늦은 시간 행 비행기다.

그런데 11시 40분에 출발해도 베이징에 새벽 2시에 도착하는데, 웬걸 날씨 사정으로 2시간 연착해 새벽 1시 반에 출발이다. 좀 늦었지만 어쩔 것인가? 공항에서 못다 읽은 탐정소설에 시간가는 줄 몰라서 관계없고, 마침 저녁 12시30분에 란저우에서 서울로 가는 국제선을 기다리는 여행객들의 들뜬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 뿌듯했다.

6월 14일 토요일 새벽 4시에 베이징공항에 도착하여 집에 들어오니 4시 30분, 날이 훤하다.

그 먼 옛날, 당 고승 현장, 신라의 혜초 스님은 불심을 키우기 위해 일부는 걷고, 말에 의지해 수개월 혹은 수년에 걸쳐 이곳 실크로드를 통과했다고 하는데, 필자는 왕복 6천 킬로미터의 장거리를 불과 4일만에 볼 것 다보고 느끼고 이렇게 편하게 다녀왔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 문명의 발달이 고맙기도 하지만, 과연 오늘의 편리함이 인간을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로 남는다.

자, 조금 늦은 새벽 잠이지만 꿈속에서라도 황망 중에 다녀온 그곳 붉은 사막의 신령과 마제사의 깨어진 불상의 영혼과 함께 조우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jgkim12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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