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를 짓눌러 왔던 세월호의 그림자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크게 위축됐던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이 다시 살아나고 소비자심리지수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경상수지는 27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탄력을 받는 양상이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1.5%), 예술·스포츠·여가(6.9%) 등이 늘어 전월보다 0.6% 증가했다. 세월호 사고로 예술·스포츠·여가업, 음식·숙박 등이 직격탄을 맞아 서비스업 생산이 하락했던 4월과는 다른 모습이다.
소매판매액지수도 전월 대비 1.4% 증가했다. 통신사 영업정지 해제에 따라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3.9%) 판매가 늘고 연휴 효과로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7%)도 많이 팔렸다. 소매업태별로는 백화점(2.8%)과 전문소매점(5.3%), 슈퍼마켓(1.1%) 등이 전달보다 늘었고 무점포소매(-1.1%)는 감소했다.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이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것이 5월 초 연휴에 여가활동이 많았던 결과인지 세월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기조적인 변화인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다만 6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07로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볼 때 소비심리는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2.7% 줄어 2008년 12월(-10.5%) 이후 하락폭이 가장 컸다. 5월 초 긴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든 때문인데 자동차(-7.4%), 수출이 부진했던 반도체·부품(-4.7%) 등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연휴 효과를 배제하면 광공업 생산 하락폭이 1%대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체 산업 생산도 전월 대비 1.0% 줄어 4월(-0.6%)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세월호 사고 여파와 직결된 소매판매와 서비스업은 5월 들어 증가세로 전환됐으나 4월 하락폭을 만회하지는 못한 상황”이라며 “4∼5월 전체적으로 1분기와 비교해도 감소세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경상수지가 93억 달러 흑자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5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전년 동월 대비 4억5000만 달러(4.6%) 줄었으나 전월보다는 21억8000만 달러(30.6%) 늘었다. 경상수지 가운데 상품수지 흑자는 4월보다 93억5000만 달러 줄었고 서비스수지는 적자 규모가 4월의 10억4000만 달러에서 3억4000만 달러로 축소됐다. 정준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영업일수 감소로 5월 수출이 줄었지만 기조적으로는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선진국 경제가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경상수지 흑자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