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탈모는 전체 인구의 2% 정도가 살면서 겪는다고 한다. 특히 30대 이하의 젊은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모든 질병의 원인이 한 가지가 아니듯, 원형탈모의 원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과거에는 원형탈모 자체를 단순히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간주했으나 최근 자가면역성은 그 중요성이 크지 않음이 밝혀졌다.
원형탈모가 발생하는 주된 의학적 원인은 생장기에 있는 모낭의 정상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이며 전신적인 면역성과는 무관하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실제로 원형탈모가 생긴 부위의 모낭을 현미경으로 보면, 특히 한참 성장 중인 생장기 모낭에 임파구의 일종인 T세포들이 모여들어 염증반응을 일으킨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염증반응성 세포들은 모낭의 성장주기에 변화를 주어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지는 현상이 나타나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을 유발하는 요인들로는 일상생활 중의 스트레스가 가장 먼저 꼽힌다. 실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험 스트레스가 심한 수험생과 고시생, 취업 스트레스가 심한 대학생들이나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에게 원형탈모증이 많이 나타난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유아나 아동, 영화 개봉을 앞둔 영화배우, 경기 성적에 압박을 받는 운동선수들 역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점에서 원형탈모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원형탈모 증상은 보통 동전만 한 크기로 머리가 뭉텅이로 빠지는 곳이 한두 군데 나타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드물게는 눈썹, 콧수염, 턱수염 등에도 생길 수 있는데 증상이 심해지면 빠지는 부위가 점점 커져 동전 크기에서 손바닥 크기로 탈모반(동그랗게 머리가 빠진 부분)이 확대되기도 한다.
때로는 머리카락 전체가 빠지는 온머리탈모증(전두탈모증)이 나타나거나 전신의 털(다리, 겨드랑이, 음모 등을 포함)이 빠지는 전신탈모증으로 발전한다.
원형탈모는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사라지지 않는 한 증상이 계속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선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을 벗어나거나 마음을 편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또 원형탈모는 정확한 진단과 함께 치료가 중요한 피부질환이다. 병리학적 특성상 동전만 한 크기로 시작되어 더 커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부위 외에 다른 부위에 다발적으로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형탈모 부위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염증을 빨리 가라앉히기 위해서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주기적으로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원형탈모가 번지거나 커지면 치료방법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원형탈모 환자들 중 일부는 제대로 처방을 받지 않고 약을 구입해 쓰는 일이 종종 있는데 아쉽게도 원형탈모 치료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다. 병원에서는 생장기 모낭 주변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부터 먼저 시작한다. 그리고 원형탈모 부위의 모낭 주기를 생장기로 회복시켜 굵은 머리카락으로 자라나게 하기 위한 치료를 병행한다.
연세모벨르피부과의원의 박진모 원장은 “최근에는 생장기 모낭을 유도하고 모근을 강화시켜 줄 수 있는 다양한 치료법을 원형탈모에 적용하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두피 내 모낭치료와 LLLT 레이저 치료”라고 설명했다.
두피 내 모낭치료는 모발 성장을 촉진하는 재생인자와 영양분 등을 원형탈모 부위에 주입하는 시술이며, LLLT 레이저 치료는 빛에너지의 형태로 영양분을 두피와 모발에 공급해 모발을 풍성하게 하는 시술로, 원형탈모 치료에 효과가 크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