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일레븐)
스페인의 과거와 미래가 유로파리그에서 맞붙었다. 스페인 대표팀의 간판이었던 라울이 독일의 샬케04로 건너가 미드필더로 변신했고, 떠오르는 공격수 요렌테는 바스크 민족의 팀 아틀레틱 빌바오 소속으로 라울과 맞붙었다. 경기 결과는 빌바오의 승리였지만 둘의 맞대결은 무승부라 할 만했다.
30일 오전(한국시각) 독일 겔젠키르헨의 벨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1-12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8강 1차전에서 원정팀 아틀레틱 빌바오가 샬케04를 상대로 4-2 승리를 따내며 준결승행에 한 발 다가섰다.
Match Point : 라울과 요렌테, 경기의 두 주인공
레알 마드리드의 간판 스타였던 라울은 지난 시즌 샬케04에 합류하자마자 팀 공격을 이끌며 팬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올 시즌에도 왕성한 활동량으로 전성기 못잖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득점이 다소 줄었지만 이는 미드필더로 뛰기 때문이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에도 팀 밸런스가 붕괴될 때마다 기꺼이 희생하며 다른 동료들이 공격할 수 있도록 뒤를 받치곤 했는데, 샬케04에서도 비슷한 임무를 맡았다.
게다가 빌바오와의 경기에서는 골까지 두 골 터뜨리며 간만에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라울은 한 골차로 뒤지던 전반 22분 우치다의 크로스로부터 비롯된 골 찬스를 놓치지 않고 문전에서 왼발슛을 날려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이어 후반 14분에는 페널티 지역 바깥쪽에서 다시 한 번 왼발슛을 작렬시켜 경기를 뒤집었다. 유로파리그 득점 1위인 훈텔라르(9골)가 침묵하자 이번에는 라울이 빛났다.
반면 빌바오에는 스페인 공격의 미래로 꼽히는 요렌테가 있었다. 거구에서 비롯되는 강한 힘에 체력과 기술까지 겸비한 ‘사자왕’ 요렌테 역시 두 골을 기록하며 대선배 라울과의 대결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요렌테는 라울과 달리 자신의 장점인 오른발과 머리로 두 골을 몰아쳤다. 전반 20분에는 오른발로 선제골을 뽑아냈고, 라울의 연속골로 승부가 뒤집히자 후반 28분 코너킥 상황에서의 헤딩골로 '멍군'을 불렀다. 이후 데 마르코스와 무니아인이 2골을 추가한 덕분에 승자는 빌바오가 됐다.
스페인 대표팀은 최근 공격수로 누굴 기용할지 큰 고민에 빠져 있다. 주포였던 비야가 큰 부상을 당해 유로2012 출전이 불투명하고 토레스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 역대 최다득점 2위(44골)의 베테랑 라울이 일찍 은퇴한 빈자리가 새삼 커 보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요렌테를 비롯한 신진 세력들이 있기에 라울의 복귀를 열망하는 목소리는 그리 높지 않다. 샬케04와 빌바오의 경기는 스페인 공격의 과거와 미래가 만난 자리였다.
글=김정용 기자(redmir@soccerbest1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