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과 콘텐츠 면에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밀려
국내에서도 애플과 삼성 벽 넘는 데 실패해
한때 '오바마폰'으로 유명세를 탔던 블랙베리 제조사 RIM(리서치 인 모션)이 작년 4분기에만 1억2천500만 달러를 손해본 것으로 알려졌다.
RIM이 29일(현지시각) 발표한 2011년 4분기 실적 보도자료에 따르면, RIM은 작년 4분기에 1억2천500만 달러(주당 24센트)의 순손실을 기록, 전년 동기의 9억3천400만 달러 순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일회성 아이템을 제외한 순이익은 주당 80센트로 전문가 예상치인 주당 81센트 순익을 밑돌았다. 같은 기간 매출도 전년보다 25% 줄어든 41억9천만 달러를 기록, 시장 전망치인 45억1천만 달러에 못 미쳤다.
블랙베리는 PC의 키보드를 축소한 형태의 쿼티 자판과 강력한 이메일 관리 기능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오랫동안 기업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해 왔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용했던 휴대폰으로 일반 소비자에게 알려지면서 '오바마폰'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또한 2010년 초 국내에 SK텔레콤과 손잡고 스마트폰을 선보이면서 윤종신, 카라, 이시영 등 연예인들이 사용하는 휴대폰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매니아를 제외하면 판매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일반 소비자 중 다수가 쿼티 자판의 편리함보다 큰 화면을 통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더 선호했다. 또한 성능과 콘텐츠 면에서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 진영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부진한 실적을 드러냈다. RIM은 블랙베리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풀터치스크린 방식의 블랙베리 토치와 플레이북 등을 선보였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국내에서도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 시리즈의 인기에 밀려 소비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보이지 못했다.
RIM은 향후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지난 1월 RIM을 인수한 소스턴 헤인스 최고경영자는 "우리가 모든 것을 다 할 순 없고, 우리가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려 한다"면서 '실질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또한 "우리가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추고 모든 것을 다하려 든다면 블랙베리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우리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강조했다.
RIM의 공동 설립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였던 짐 발실리는 이날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기술담당 이사인 데이브 야크와 글로벌 수석 영업이사인 짐 로완도 물러날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한편 RIM은 세간에 돌고 있는 RIM의 소비자 시장 포기에 대한 소식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RIM의 관계자는 "RIM이 기업 비즈니스에 집중하면서도 BYOD(개인 소유의 단말기를 업무에 활용하는 것) 분야에서 고객들의 관심을 끌 만한 요소를 찾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택민PD xa112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