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가석방 문제가 연말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중심으로 ‘가석방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여권 상층부에서 분출되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들의 가석방이 필요하다는 시각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타이밍이 부담스럽다. “왜 하필이면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벌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이 시점에 그런 얘기를 꺼내느냐”는 비판이 따갑다. 기업인 가석방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인데 전략적 고려도 없이 이슈화부터 했다는 지적도 날카롭다.
여권이 기업이 가석방에 공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가장 우선적인 이유는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기업투자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가석방된 대기업 총수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다면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무성 대표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형기를 충분히 채운 기업인들을 사회로 복귀시켜 열심히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평소의 소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둘째, 일반인도 일정 형기가 지나면 가석방 대상이 되는데, 유독 기업인에게만 가석방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역차별, ‘유전중죄(有錢重罪)’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인 가석방을 무턱대고 추진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석방을 주장하는 여권 수뇌부 인사들이 사견을 전제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도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모양새는 꺼리는 상태다.
기업인 가석방에 대해선 ‘재벌 봐주기’란 비난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가석방된 기업인들이 과연 기대만큼 투자를 해줄 것이냐는 의문도 뒤따른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땅콩 회항’ 사건으로 불거진 국민들의 반(反)재벌 정서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기업인 가석방은 매우 필요하지만 시기적으로는 적절치 않다”면서 “당 지도부의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과거와 달리 기업인 가석방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이 더 많은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잘못 밀어붙였다가는 오히려 민심의 역풍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내년 설이나 3·1절에 기업인 가석방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질 않는다. 결국 기업인 가석방 문제의 키는 민심이 쥐고 있다. 정부는 민심의 변화를 면밀히 지켜본 뒤 최종 선택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