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속앓이
애완견에 1300만원 애플워치, "몸매 보고 여자 골라" 막말
아들은 온갖 기행 일삼고 마땅한 후계자는 없어 고민
왕젠린(왼쪽), 왕쓰충.
27조원대 재산을 갖고 있는 중국 최고 부자인 왕젠린(王健林·61) 완다그룹 회장의 고민은 무엇일까. 60대에 접어든 그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럭비공처럼 돌출 행동을 일삼는 외아들 왕쓰충(王思聰·27)이라고 싱가포르 최대 일간지 스트레이츠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왕쓰충이 기행(奇行)을 일삼고 있어 자산 95조원에 달하는 완다그룹의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해 중국 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왕쓰충은 지난달 1300만원에 달하는 애플워치 최고급 모델 2개를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의 앞다리에 하나씩 부착시킨 사진을 찍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마치 자신이 애완견인 것처럼 "내 시계가 생겼다. 나는 발이 4개니까 (애플워치가) 2쌍이 필요하지만 투하오(土豪)처럼 보일 것 같아 한 쌍만 샀다"고 설명을 붙였다. 투하오는 물 쓰듯 돈을 흥청망청 쓰는 졸부를 뜻한다.
그는 작년에 "친구를 만날 때 돈이 많든 적든 상관하지 않는다. 어차피 나보다 돈이 적으니까"라고 말해 곤욕을 치렀다. 올 초에는 "여자친구를 고를 때 몸매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했다. 하도 뉴스메이커가 되다 보니 웨이보에 왕쓰충의 팔로어가 1200만명이 넘을 정도다. 자수성가형 부자인 왕 회장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중국 최고 부자 왕젠린의 외아들 왕쓰충이 키우는 애완견이 최고급 애플 워치 2개를 양쪽 앞다리에 하나씩 차고 있는 모습. /웨이보
왕쓰충은 초등학교를 싱가포르에서 다니고 영국에서 중·고·대학을 마친 뒤 2012년에야 중국에 돌아왔다. 왕쓰충이 귀국했을 무렵 왕 회장은 "(아들이) 5~8년 정도 시간을 두고 (완다그룹의) 모든 임직원으로부터 (경영자로서) 인정을 받는다면 후계자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회사를 이어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왕쓰충은 완다그룹의 이사로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지만 엉뚱한 언행으로 화제가 될 뿐 경영자 자질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왕 회장은 66세가 되는 2020년이 은퇴 시점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왕쓰충이 회사를 물려받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데다, 왕쓰충을 대신할 만한 사내 인물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2010년 중국 정부 조사에서 중국 민간 기업의 85.4%는 가족이 경영하는 형태였다.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오너 자녀들이 손쉽게 회사를 물려받는 행태에 대한 중국 대중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며 "중국 기업의 4분의 3 정도는 향후 10년 안에 누구에게 회사를 물려줘야 하느냐를 두고 고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손진석 기자 aura@chosun.com]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