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식당‘단지’주인 겸 요리사인 후니 김(한국명 김훈)씨가 18일 경북 포항 장류업체‘죽장연’장독대에서 간장을 맛보고 있다.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ho@chosun.com
[뉴욕에 한식 알리는 후니 김, 전통 醬 맛보고 고르다]
미국인은 된장 싫어한다? 옆 테이블 찌개 냄새 맡고 같은 걸로 달라는 주문 많아
이번에 찾은 醬 가져가 소개… 세계에 '한국의 맛' 알리겠다
"음, 구수한 콩 감칠맛이 입 안에 오래 여운으로 남네요. 훌륭한 보르도 와인이나 샤도네 와인 같아요. 장(醬)은 오래 숙성시켜야 제맛이 난다는 점에서 와인과 비슷하네요."
봄볕이 따뜻했던 18일, 경북 포항에 있는 장류업체 '죽장연' 장독대에서 후니 김(한국명 김훈·40)씨가 지난해 담근 간장을 장독에서 찍어 맛보며 말했다. 김씨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국음식점 '단지'의 주인 겸 셰프이다. '단지'는 지난해 권위 있는 레스토랑평가서 '미슐랭 가이드'에서 한식당으로는 최초로 별(스타) 등급을 받으며 화제가 됐고, 김씨는 일약 스타 요리사 반열에 올랐다.
김씨는 세 살 때 한국을 떠나 영국에서 7년, 미국에서 30년을 살았지만 한국어 발음이 또렷하고 문법이 정확했다. 그는 "한국말을 잊지 말라고 부모님이 매년 여름방학마다 한국에 보내셨다"고 했다. "그래서 알게 됐어요. 한국에서 먹는 한국음식이 외국에서 먹는 한국음식보다 훨씬 맛있다는 걸. 그리고 그 차이는 바로 장맛 때문인 것 같아요." 전통 방식대로 담근 간장·된장·고추장은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것과는 맛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제대로(전통 방식대로) 만든 된장이 있으면 손이 많이 가지 않아도 맛이 나고 요리도 쉽다"고 했다.
"된장을 늘 사용하지만 만드는 걸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김씨는 "한국 간장과 된장에는 콩과 천일염, 물만 들어간다"는 설명에 놀라워했다. "미국 사람들은 된장과 간장에는 당연히 밀가루가 들어간다고 알아요. 일본 미소(된장)와 간장에 익숙하기 때문이죠. 밀 알레르기가 있는 손님들이 꽤 많은데, 이런 손님들은 그래서 된장과 간장에 매우 민감해요. 한국 된장·간장에 밀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은 해외에서 판매할 때 반드시 부각시켜야 할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토종 된장을 쓰면 미국 손님들이 냄새 난다고 싫어하지는 않느냐"고 묻자 "우리 손님들은 냄새 나는 한국음식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손님이 싫어할까 봐 음식을 주문할 때 종업원이 미리 냄새가 날 수 있다고 알려드려요. 그런데 냄새 난다고 하면 더 시켜요. 또 옆 테이블 손님이 시킨 된장찌개에서 냄새가 풍겨오면 '무슨 음식이냐'고 묻고 따라서 주문하는 손님들도 많습니다. 냄새 나는 음식, 매운 음식은 요즘 미국 손님들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는 "한식 본래의 맛, 제대로 된 맛을 내는 게 중요하다"면서 "요리사는 손님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이 아니라 손님에게 자기 요리를 가르치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장 담그는 과정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며 질문하던 김씨는 이날 본 된장과 간장에 썩 흡족해했다. 그는 "이곳 된장과 간장을 우리 음식에 사용할 뿐 아니라, 식당에 내놓고 외국 손님들에게 팔고 알리겠다"고 했다. "장 담그는 과정을 보고 나니 어떻게 음식에 활용할지 자신감이 더 커졌습니다. 요리사에게는 식재료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김씨는 24일까지 부산과 전주, 서울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가능한 많은 한국음식을 맛볼 계획이다. 오는 11월 문 여는 50석 규모의 두 번째 식당에서 내놓을 음식을 고르기 위해서다.
그는 "새 식당의 메뉴는 떡볶이, 김밥, 순대 등 한국 길거리나 분식집에서 파는 간식 위주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식은 계속해서 미국에서 인기를 모을 듯합니다. 맛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맛본 된장과 간장처럼 제대로 만든 전통 식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거창한 일회성 홍보행사보다는, 한국 식재료를 해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그것이야말로 한식 세계화에 기여하는 일일 겁니다."
[포항=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