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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자신과만의 데이트시간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5.09.21일 10:33
수필

  (목단강) 한경애

  행복한 추억은 반추하는 시간마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나봐. 작년 여름방학 보름동안의 나 자신과만의 데이트시간을 생각하면 저도몰래 미소가 지어진다. 요지음 따라 내 직업에, 내 인생에 1년에 두번의 방학이 있다는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스레 느껴진다.

  반평생 넘게 피와 살이 있는 로보트처럼 같은 일상을 중복하면서 살아온 자신의 끈질김에 감탄하게 된다.

  아침 다섯시 반 기상, 6섯시반까지 부랴부랴 아침밥을 짓고 씻고 닦기를 마치고 아침밥 대충 먹고 간단한 화장을 끝내고 7시 10분쯤으면 집문을 나선다. 나서면서 오늘은 말썽꾸러기 영수가 숙제를 해왔을가 상상해본다. 그리고 아침부터 내 마음을 다스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화 안내기-내 건강을 위해서라도 화는 절대 금물, 금물 하면서 종종걸음을 친다. 습관이 몸에 배여 우아하게 모델처럼 예쁘게 걸을 시간의 여유가 없다. 늘 쫓기는 사람처럼 총총 걸음이다. 학교에 가면 매일과 같이 수업, 숙제검사 보충수업...



  하루 수업을 마치고 교문을 나서면 또 하나의 고민-저녁은 뭘 먹을가? 다시 말해 무슨 반찬을 할가 고민한다. 지금은 위챗으로 수많은 건강상식과 정보를 얻을수 있다.물고기는 일본 바다 오염때문에 먹기가 께름직하고 지금의 가금, 육류는 모두 인공으로 만들어내니 먹고싶은 욕망을 억제못하면 만성 자살이여 웬만하면 안 먹는게 낫고또 건강에 좋다는 남새도 적어서 네가지 화학비료가 검증되고 많으면 8, 9가지가 검출된다고 하니 마음 놓고 먹을수가 없다. 과일도 마찬가지다. 키울 때면 이쁘고 크게 하느라고 팽화지를 쓴다고 하니 마음놓고 먹을수 있는거란 하나도 없다. 어디 그뿐이가? 코딱지만한 작은 도시에 길은 오솔길인데 승용차로 길이 미여지니 공기의 질을 말할 나위도 없다. 또 이름이 참 아름다운 도시지만 대야처럼 생긴 지형때문에 공기순환이 잘 안되여 우리 도시에 페암 발병률이 전국 제1위라고 한다. 직업과 공기문제로 목은 후두염이 가시지가 않는다. 차가 많은 길거리를 지날 때는 매연을 피하느라 한참씩을 호흡을 정지한다. 그게 무슨 큰 소용이 있으랴만...하나가 있으면 열 갖고픈 인간의 본성때문인지 눈에는 풍년이고 욕심은 삼단같이 부풀기만 하고 물가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높이 뛰기를 하니 마음이 고달프다.

  기계도 쉬지 않고 돌리면 고장이 난다. 그래서 방학이 기다려진다. 반찬을 무얼 먹을가 하는 고민을 하지 않고 살아보고싶다. 다문 늦잠을 자고 또 밥을 안짓고 해주는 밥만 먹고싶다. 또 모래알까지 셀수 있는 개울이 흐르고 페부까지 씻어내는 그런 시원한 공기가 있는 곳에 가서 얼마간이라도 살다 오고싶어진다. 하늘이 유리알처럼 맑은 그런 곳에서 파도소리를 듣고싶다. 새소리도 들으면서 록음이 우거진 수림속을 거닐고싶다. 또 까만 밤하늘을 쳐다보며 별을 세고 북두칠성을 찾아보고싶다. 띠띠뽕뽕 시끌벅적한 소음이 없는 조용하고 아늑한 곳에서 내 지친 눈, 코, 입, 몸뚱아리를모두 쉬우고싶다. 지칠대로 지친 내 육신과 령혼에게 휴가를 주고싶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딱 맞는것 같다. 작년 여름방학 나에게 뜻밖에도 재외동포재단에서 조직하는 중국지역 조선어문교원들의 초청연수에 추첨되는 행운이 찾아와 한국행을 하게 되였다.

  서울역에서 외대캠퍼스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소풍가는 아이처럼 마음은 한껏 들떠있었다. 한시간쯤 달려 외대캠퍼스에 도착했다. 외대캠퍼스는 남북과 서쪽이 산으로 둘러쌓인 곳에 위치해 있어서 마치 푸른 병풍에 둘러싸인것 같았다. 외대캠퍼스에 도착하자 젊은 실습선생님이 친절하게 맞아주고 캠퍼스숙사를 배치해주었다. 편리를 위해서 한사람 한칸씩 안배해 주었다. 2인방이였는데 침대가 두개 놓여 있고 화장실과 샤와실이 따로 한칸씩 달린 아담하고 깨끗한 방이였다. 난생처음으로 혼자서 한방을 쓰게 되여 무언가 잃은것 같기도 하고 외로운것 같기도 하였다. 하지만 한편으로 철저히 혼자가 된 이 시각을 마음껏 즐기고싶었다. 아쉬운건 대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마음껏 빌려볼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방학이여서 도서관 개관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다행인건 소설집 한권과 수필집 한권을 준비해간것이였다.

  캠퍼스식당에서 깔끔하고 입맛에 맛는 저녁식사를 하고는 캠퍼스 뒤쪽 산밑으로 산책을 나갔다. 멀리서부터 벌써 꿀냄새 비슷한 수림냄새가 솔솔 풍겨와서 엔돌핀이 퐁퐁 솟아올라 기분이 한결 상쾌해졌다. 귀여운 다람쥐가 나무줄기에서 오르내리며 재롱을 피우고 노루인듯한 처음보는 친구가 200미터쯤 떨어진 수림속에서 처음보는 손님이라고 신기한듯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정말 세외도원에 온듯한 기분이 들었다. 숙사 침대에 누워 뒤산에서 들려오는 이름모를 갖가지 새들의 지저귐소리를 들으면서 책을 읽으니 내가 신선이 된듯 싶었다. 아침이면 나를 깨우는것이 알람이 아니라 귀맛좋은 산새들의 지저귐소리였다. 새들은 부지런하기도 하다. 짝짓기를 하는지 사랑고백을 하는지 아니면 먹이 찾아 떠난 엄마를 찾느라 우는지 이른 새벽부터 벌써 새들의 지저귐소리가 달콤한 꿈나라에서 나를 깨웠다. 내가 분명히 가려낼수 있는것은 까치들의 깍깍 하는 울음소리와 뻐꾹뻐꾹하는 뻐꾸기소리, 부엉부엉 부엉이 소리였다. 외대캠퍼스에 있는동안 밤비가 많았었다. 누워서 책을 읽노라며 뒤산에서 비내리는 소리가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려왔다. 수만 수억의 비방울들이 나무줄기며 나무잎이며나무줄기와 입맞춤하는 그 소리는 쏴아-솨아- 그 어떤 속삭임 같기도 하고 천군만마가 달리는것 같기도하고 천정을 두드리는 토닥토닥 소리와 배수관으로 흘러내리는 돌돌, 졸졸 비물소리에 맞춰 로리로리 새소리까지 어우러져 한곡의 아름다운 선률을 이루었다. 처음으로 비소리도 이렇게 아름답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나는 다시 학생이 되였다. 실컷 늦잠을 자고 7시 반에 일어나서 식당에서 주는 밥을 타먹고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다. 한국에서 유명한 교수며 박사들의 수업을 듣게 되여 정말 행운스러웠다. 어느 선생님이나 다 열심히 ppt며 자료를 준비하여 1분도 앞당기지 않고 알찬 수업을 하셨다. 더우기 일선에서 수업중인 소학교 명교사들이 자신이 갖고있는 새로운 정보며 교수방법을 하나라도 더 전달하고싶어 학급에서 사용중인 학구까지 들고오셔서 보여주면서 수업을 하는 그 마음에, 일상에 작은 불편이라도 있을세라 까근히 배려해주시는 재외동포재단 간사와 외대선생님들이 정말 눈물겹게 고마웠다. 저녁을 먹고는 중국 각지에서 온 선생님들이 함께 산책을 나간다. 외대캠퍼스부터 서쪽 교수청사가 있는 산밑까지 산책을 한다. 길옆이나 교수청사 주변에 세워놓은 바위돌에 새겨놓은 시감상도 하면서 산책을 한다. 삼면이 다 수림이 울창한 산인지라 공기는 청신하고 싱그럽고 습윤하여 온 몸의 세포가 소생하는듯 싶었다. 산책이 끝나면 다시 나 자신만의 공간-기숙사에 들어간다. 씻고 닦기를 끝내고는 간단히 일기를 쓰고 책을 읽는다.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였다. 사범학교에 다니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정말 근심걱정 없는 학창시절로 돌아간것이다. 장을 볼 필요도 없고 무엇을 먹을가 고민을 안해도 되고 눈을 잡아 뜯으며 일찍 일어나 아침을 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홀가분할수가 없다. 신기하게 마음도 다시 20대 청춘으로 돌아간것처럼 희망으로 부풀고 옹달샘처럼 맑아진듯싶었다.

  록음이 무성한 이 나무숲도 가을이면 단풍이 들고 락엽이 져 잎을 비운다. 그리고 새봄이 오면 다시 신록으로 물들이고...채웠다 비웠다를 반복하면서 키가 크고 년륜을 새긴다. 물도 고이면 썩기 마련이고 건강도 지키지 않으면 잃게 되고 마음도 갱신하지 않으면 케케묵어 생기와 활기 잃게 된다. 외대에서의 보름동안은 잠시 멈춰서서 내가 걸어온 수십년을 되돌아보는 의미깊은 시간이 되였다. 흐르는 물같이 멈출줄 모르고 줄창 달리던 내 삶에 잠시나마 브레이크를 주고 쉬였다 갈수 있어 좋았다. 아파도 시간이 없어 아플수 없었던 내 몸뚱아리를 쉬여주며 충전을 해줄수 있어 좋았다. 자신과만의 데이트시간을 갖고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세속에 그을고 혼탁해진 마음도 머리도 새소리, 물소리, 비소리, 바람소리로 씻어내고 산림욕으로 매연에 그을은 오장육부를 깨끗이 씻어내고 비울수 있어 참 좋았다. 다시 태여난것처럼 맑은 마음으로 가벼운 몸으로 다시 즐겁게 일상을 시작할수 있게 되여 더할나위없이 좋았다. '크게 비우면 크게 얻는다'는 법정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외대캠퍼스에서의 보름동안은 참으로 소득이 많고 즐겁고 행복했던 나자신과만의 데이트시간이였다. 너무나 행복한 추억 한조각을 쌓게 되였고 그 추억을 떠올리노라면 내 입귀가 스스로 우로 올라간다. 언제면 또 나한테 자신과만의 데이트시간이 또 찾아올가? 아니, 찾아오기를기다리지 않고 가끔 자신과만의 데이트시간도 만들어가며 살아가야지! 내가 행복해야 내 가족도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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