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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노래》14. 또다시 퇴학당하다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1.02.04일 16:29
시간은 류수와 같이 빨리도 흘렀다. 내가 복학한지 벌써 4개월이 되여갔다. 기말시험준비에 눈코뜰 새 없이 보내는데 어머니는 내가 끼니를 제대로 먹지 못하니 돈을 주며 점심을 꼭 사먹으라고 당부하였다. 역시 아버지 몰래 주는 돈이니까 발각되지 않게 잘 간수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크게 혼날판이다.

그런데 돈을 감출 곳이 마땅치 않았다. 옷호주머니나 책가방에 넣는것은 안전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늘 예고없이 수색을 하기때문이다. 나는 고민끝에 필통안에 종이를 접어서 딱 맞게 받치고 그속에 종이돈을 감추었다. 종이돈은 얇기때문에 웬만이 만져서는 찾아내지 못한다.

그날도 나는 어머니가 주는 돈을 아까워 다 쓰지 않고 필통속에 집어넣었다.저녁밥을 먹고 설걷이를 하는데 아버지가 웃방에서 나오더니 미닫이문턱에 앉아 나의 책가방을 검사한는것이였다. 나는 너무 긴장하여서 가슴이 두근거리는것을 억제할수 없었다. 나의 눈길은 아버지의 손을 떠나지 않았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필통만을 검사하지 않기를 바라고 바랄뿐이였다.

가방속의 책을 다 꺼내고 책을 한권한권 다 검사한 뒤 아버지는 필통을 열어제끼는것이였다. 순간 나는 눈을 딱 감아버렸다. 제발 종이바치개를 끄집어내지 말았으면 하는데 아버지는 무슨 느낌이 들었는지 돈을 감춘 곳을 자꾸 만지작거리는것이였다.아버지가 막 종이를 끄집어내려는 순간《최원아-.》하는 부름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나는 얼른 설걷이하던 손그대로 문을 열었다.


영란이였다. 그애는 나와 한반급에서 공부를 하는데 공부에 열중하지 않아 늘 아버지한테 욕먹고 매맞고 하면서 어려운 나날을 보내는중이였다.처지가 비슷한 우리 둘은 인차 친한 친구로 되였다. 우리들은 학교에서 시간만 있으면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는데 서로 못하는 말이 없었다. 사실 그도 공부를 잘하려고 무등 애를 쓰고있지만 기초가 바약하다보니 아무리 애써도 소용이 없었다. 이럴 때에는 곁사람들이 지지해주고 많이 도와줘야 하지만 아버지란분은 꾸중밖에 할줄 모른단다.

심리압력이 큰 영란이는 시간에도 집중을 못하고 딴 생각만 하다보니 성적은 점점 내리막질을 한다. 이제 며칠이 지나지 않으면 기말시험을 치게 되나 그는 혼자서 공부를 할수가 없어서 나를 찾아왔던것이다. 모르는것이 있으면 서로 토론하여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아버지는 영란이의 인사를 듣는둥마는둥 하더니 나의 필통을 철저히 검사하려다말고 웃방으로 들어가 미닫이문을 닫아버리는것이였다. 나는 영란이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걔가 아니였더라면 오늘 저녁 또 무슨 봉변을 당할줄 모른다.

영란이와 나는 밥상을 놓고 앉았다. 하지만 누구나 책에 집중할수가 없었다. 영란이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영문을 알고싶었지만 감히 묻지도 못한다. 답답했던 영란이는 공부도 되지 않고 하니 인차 집으로 돌아가고말았다.

이튿날 학교에 가자 영란이는 지체없이 어제 저녁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집안 분위기가 그렇게 긴장하였는가고 묻는것이였다. 《우리 아버지가 언녕부터 어머니가 나한테 돈을 주지 않나 하고 의심하면서 나의 소지품까지 일일이 검사한단다. 언제 검사당할지 몰라 항상 긴장해서 죽을지경이다. 어제 저녁에 니가 왔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면 나뿐만 아니라 우리 어머니까지 혼날번했단다.》 영란이는 나의 말에 《너네 아버지는 정말 웃긴다. 응?》하는것이였다.

자기네 아버지는 공부만 잘하면 됐지 우리 아버지처럼 무섭게 간섭하지 않는다는것이였다. 정말 사는게 무슨 의미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언제면 아버지의 굴레를 빗어나 자유롭게 살수 있을지 점이라도 쳐봤으면 좋을것 같았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출로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다가도 이렇게 김이 빠져 소침해질 때가 종종 있었다.

이럴 때면 나는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리며 힘을 얻군 한다. 《공부할 때는 원래 좀 힘들기 마련이다. 곤난이 있는건 응당한 일이기에 자꾸 쓸데 없는 생각을 하지 말고 끝까지 견지해야 그 보람을 얻을수 있다. 자그마한 고민거리가 있다고 그만두어봐라. 무슨 결과가 있겠는가. 때문에 나는 네가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기 바란다. 어머니가 든든한 버팀목으로 되여주는데 겁날것이 뭐가 있냐!》

어머니는 참 훌륭한분이시다. 나한테 이렇게 지혜롭고 참을성이 있으며 사리가 밝고 원칙성이 있는 어머니가 계시기에 얼마나 행운스러운지 모른다. 내가 간고한 자습의 길을 걸어 약간한 성공을 이룬데는 어머니의 공로와 절대로 갈라놓을수 없다.

기말시험 이틀을 앞두고 큰 눈이 내렸다. 아침에 학교에 갈때까지만 해도 날씨가 몹시 흐리기는 했어도 눈이 내릴 기미는 없었는데 온하루 수업을 마치고 나와보니 눈이 벌써 한뼘 깊이는 내린것 같았다.

겨울이라 날이 제법 어두워서 눈 내리는것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가로등이나 자동차 불빛이 비추는 곳에서는 눈이 아주 주먹만한것이 한창 소리없이 내리는것을 똑똑히 볼수 있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근심이 태산같았다. 눈이 한창 내리는중이라 해면같은 눈길을 걸어가기란 여간 힘들지 않았다. 저녁 8시가 되여도 집에 도착할것 같지 않았다. 나는 마음이 조급하여 발걸음을 재우쳤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넘어지면 또 일어나면서 두시간을 걸어서야 겨우 시공안국 문앞까지 왔다.

아직도 약 500메터 가야 집에 도착하겠는데 맥이 딱 떨어지면서 걸을수가 없는것이였다. 나는 제자리에 서서 휴식을 취했다. 땀에 젖은 속옷은 찬바람을 맞아 살에 대일 때마다 온몸이 선뜩선뜩해났다. 나는 까딱하기 싫어서 눈을 감고 제자리에 서있었다.

이때 뒤에서 눈을 밟는 소리가 «빠드득 빠드득» 나더니 나의 곁으로 사람들이 지나가는것이였다. 나는 싫은대로 눈을 떠보았다. 두 해방군전사가 총을 메고 한 죄범을 압송해서 공안국으로 걸어가는것이였다.

무슨 죄를 범했길래 저렇게 결박을 당해 압송되여가는지 좀 궁금하면서도 측은해보였다.(죄를 범했다고 해서 다 악한 사람은 아닐텐데.) 그러면서 나는 내가 저 죄범과 별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비록 결박은 당하지 않았지만 집에서는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는 구속을 받고있지 않는가!

죄범은 그래도 유기도형 몇해라는 기한이 있는데 나의 구속생활은 기한을 모르니 무기도행과 다를바 없다. 조롱속에 갇힌 새처럼 말하고 웃을수 있는 권리마저 없는 내신세 참으로 비참하고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자유를 갈망하는 내마음 억누를길 없었다. 하지만 먼 장래를 위하여 또 집안의 평화를 위하여 지금 나는 참고 참고 또 참아야 한다.

제 생각에 잠겨 한참 서있었더니 지팽이를 짚은 두팔이 저려났다. 나는 한팔 한팔씩 움직여 피가 통하게 한 다음 계속 집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몇발자국 가지 않았는데 아까 지나갔던 두 전사가 줄을 서서 름름하게 걸어나오는것이였다.

그들은 내가 아직도 선자리걸음을 하는것을 보고 걷기 무지 힘들겠다고 여겼던지 집이 어디에 있는가고 물으면서 기어이 집까지 업어다주겠다는것이였다.

나는 한창 맥이 없어 죽을지경이던차에 그들에게 업혀서 집으로 가고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퇴학당할가봐 한사코 거절하였다.

영문을 모르는 두 전사는 내가 단순히 미안해서 거절하는가 생각하고 더욱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그들중 한사람은 뒤에서 나의 지팽이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고 한사람은 등을 대고 나를 업고 일어서니 내 힘으로는 그들을 어쩌는수 없었다.

그들의 등에 업혀 집근처에 도착하자 더는 업힐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내리겠다고 발버둥을 쳤다. 업혀서 집으로 들어갔다간 아버지가 난리를 치기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속사정을 모르는 두 전사는 기어코 집에 들어가는것을 보고서야 돌아가겠다는것이다.하지만 내 입장에서 집안사정을 그들한테 다 이야기 할수는 없었다.

두전사는 나의 책가방을 메고 내 앞서 걸으면서 자꾸 어느 집인가고 묻는다. 내키지 않는대로 마지막 줄 두번째 집이라고 알려주었더니 그들은 조용히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는것이였다.

《이젠 끝장났구나.》 나는 두전사를 고맙게 생각할 대신 도리여 원망까지 하였다. 뢰봉아저씨처럼 좋은 일을 하고 남들이 모르게 이름도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기어이 아버지한테 알릴건 뭐람?

남들앞에서는 인상이 100점인 아버지는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띄우고 연신 고맙다고 수고했다고 인사말을 하는것이였다. 두전사는 그제야 사명을 다 완수했다고 여겼던지 아버지와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뒤이어 집에 들어간 나는 아버지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어떤 불호령이 떨어질지 몰라 저녁밥도 먹지 못하고 초조히 앉아있었다. 이윽하여 아버지는 내앞에 다가앉았다. 《어찌된 일이냐? 업혀다니지 않기로 약속을 하지 않았냐? 왜 자꾸 업혀다니는거냐? 네가 아버지를 골려죽이고싶은거야 아니겠지? 왜 그렇게 걸으라고 하는데 이렇게 말을 듣지 않느냐? 너 좀 속심의 말을 해봐라!》 아버지는 성이 나서 온몸을 벌벌 떠는것이였다.

《업히고싶어서 업힌것이 아닙니다.》


《그럼 왜 업혔는데? 네가 전사들의 등에 업혀서 발버둥을 치면 그들이 아무리 힘이 세도 내려놓을수 있지 않느냐. 네탓이지. 그 사람들탓이냐? 내가 그렇게 제발로 걸어다니라고 말하는데 전혀 듣지 않으니 어떻게 한다냐? 네 귀에는 사람 말이 들어가지 않고 귀신 말만 들리는 모양인데 너 안되겠다. 래일부터 학교를 그만두어라. 그리고 오늘 이렇게 된것은 전적으로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니까 나를 원망하지 말아라. 그렇게 걷게 해보려구 애를 쓰건만 들어줘야 말이지! 낳다 낳다 정말 너같은년을 낳아서 내원……》

나는 대꾸 한마디도 할수 없었다. 사실 약속을 지키지 않은건 내 잘못이 아닌가? 한편 나는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한번 남한테 업혀왔다고 퇴학까지 시키다니. 정말 어처구니 없었다. 하지만 무슨 수로 아버지를 설복시킬수 있겠는가? 이젠 끝장이다. 나도 아무 맥도 나지 않았다.

보아하니 아버지는 내가 학교에 다니고싶어하니 더 기를 쓰고 트집을 잡는것 같았다. 그까짓것 못 다니게 하면 말라지. 아무리 해봤자 별 전도도 없는 공부를 수많은 미움을 사면서 할 필요가 있겠는가! 포기하자. 그러면 집안도 조용해지고 나도 편해질것이다.

편집/기자: [ 김청수 ] 원고래원: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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