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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노래》91. 막차 타고 떠난 고행길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1.04.11일 09:34

항주의 서호에서.


막차가 돼 그런지 지하철역과 차안에는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우리는 지하철을 두번 갈아타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엘리베이터가 없는것이였다. 남편이 나를 업고 2층으로 올라가 차를 타려니 시간이 촉박하여 막차를 놓칠것만 같았다.


상해에 와서부터 어디라 없이 장애자편의시설이 완비하였는데 그만 마지막역에서 걸리고말았다. 방송에서는 막차가 들어올 시간이 된다고 재촉하는바람에 더욱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남편은 나를 업고 층계를 오르고 딸애는 짐을 메고 휠체어까지 들고 한발한발 우리를 따르느라 진땀을 빼고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빠른 걸음으로 우리 곁을 휙훡 스쳐지나간다. 이럴 때 좀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사업일군들도 다 퇴근하였는지 그림자도 얼씬하지 않는다.


남편은 그래도 이를 악물고 견지하는데 딸애가 문제였다. 짐도 짐이겠지만 휠체어가 너무 무거웠다. 그래도 아무 소리 없으니 따라오겠거니 하였는데 홈에 거의 도착할무렵 딸애는 끝내 견디지 못하고 《엄마-》 하고 울음석인 목소리고 비명을 지르는것이였다.


이제 계단을 열몇개만 내려서면 홈에 도착할판이다. 방송에서는 또 막차가 홈에 들어선다고 알린다. 이 긴급한 시각에 마지막으로 업무를 수행하러 나온 사업일군이 나의 눈에 띄였다. 나는 다급히 빨리 딸애를 도와달라고 고함을 질렀다. 사업일군이 뛰여와 딸애를 도와 계단을 다 내려오기도전에 저쪽에서 지하철이 불빛을 환히 비추며 역으로 들어서고있었다.


남편은 급한 나머지 나를 업은채로 홈에 서서 뒤돌아보았다. 딸애는 다행이 사업일군의 도움으로 마지막 계단을 내려서는것이였다. 이때 렬차는 우리앞에 다달았다. 문이 열리는 동시에 차안으로 들어가는데 딸애가 멘 가방에서 잡동사니들이 와르르 땅에 쏟아져내렸다. 나는 다른것을 생각할사이 없이 딸애에게 싹 버리고 사람만 차에 오르라고 소리질렀다.


지하철은 정차시간이 거퍼 일분도 안되였다. 잡동사니들을 주어담을 시간이 근본 없었다. 이때 마침 약삭빠른 사업일군이 두손으로 잡동사니들을 싹 쓸어서 차안에 뿌려넣는것이였다. 남편이 나를 업고 차안에 들어서기 바쁘게 차문이 닫기고 차는 벌써 떠나버리는것이였다. 그 사업일군과 감사하다는 인사를 할사이도 없었다.


남편이 나를 휠체어에 앉히자 내 가슴이 마구 높뛰고있었다. 남편은 불편한 자기 몸을 알고잡치지 않고 시간여유도 없이 무모하게 모험했다고 나를 되게 나무람하는것이였다.


보고싶은건 많고 시간은 하루밖에 없는데 그럼 어떻게 하겠는가? 세계박람회를 기본적으로 보자 해도 최저한도로 일주일은 걸려야 되는판에 우리 같이 한가하지 못한 사람은 눈요기밖에 할수 없으니 말이다.

상해역에 이르니 정각 밤 12시였다. 우리는 대합실에서 휴식을 좀 취하고 아침 여섯시에 렬차를 타고 항주로 향하였다. 항주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유람도시이다. 또 옛도시인만큼 볼거리도 많겠지만 시간이 딸리는지라 우리는 서호만 보고 곤명으로 가기로 하였다.


하도 유명하길래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 항주역은 한창 새로 건설하는중이여서 나같이 휠체어에 앉은 사람은 출구를 빠져나가기조차 불편하였다. 겨우 출구를 빠져나와 서호로 향하는데 공교롭게도 휠체어바퀴가 휘여져 갈수 없게 되였다. 설상가상으로 바퀴달린 가방까지 망가져 우리들을 더욱 난감하게 하였다.

낯선 도시인지라 휠체어를 수리할 곳을 찾기도 힘들었다.이럴 때 그래도 남편이 대처를 잘한다. 그는 인력거를 잡아타고 어디론가 가더니 휠체어를 수리해가지고 왔다.우리는 바삐 택시를 잡아타고 서호로 갔다. 서호에 당도하자 남편과 딸애는 《서호》《서호》해도 경박호와 무슨 다른점이 있는가 하며 차라리 상해엑스포나 더 볼걸 그랬다며 볼 부은 소릴 해댔다.


서호는 서호대로 매력이 있는것이다. 《항주의 아름다움은 서호에 있다.》라는 말이 그저 생겨난 말이겠는가.국무원에서 최초로 국가중점풍경명승지로 , 전국 10개 문명유람지로, 국가 A급 유람지로 선정할 때에야 그만한 리유가 있는것이다.서호는 력사가 오랜 명승지로서 그만큼 문화유물도 많고 전설도 많으며 백거이, 소동파, 양맹진과 같은 유명한 시인들이 서호를 찬미하여 남긴 유명한 시구들도 아주 많다.나는 왔던김에 서호의 풍경구를 찾아 문화유물들을 일일이 돌아보고싶었다.


그런데 남편과 딸애가 기진맥진하여 쓰러질듯하니 유감스러운대로 나는 서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것으로 만족할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곤명으로 가는 차를 타려고 일찌감치 서호를 나와 소형뻐스를 잡아타고 몇십리 떨어져있는 항주남역으로 향하였다. 남역은 너무나 작고 보잘것 없는 간이역 같았다.대합실에는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겨우 빈자리를 찾아 휴식을 취한 뒤 장애인통로를 살펴봐도 도무지 찾을수가 없었다.홈으로 나가는 길은 유독 구름다리뿐이였다.

청소공에게 물어보았더니 돈 100원을 내면 사람을 불러 휠체어채로 들어서 구름다리를 건너 홈에 내다줄수 있단다. 나는 어이가 없어 말이 나가지 않았다 .아무리 장애인이라고 짐짝처럼 들어서 흠에 내간다니. 나와 남편은 《운수처》 라고 쓴 사무실로 찾아들어갔다.거기에서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발차시간 한시간전에 저회들한테 오라고 한다. 밖에서는 그 청소공이 다른 사람과 함께 서서 우리 눈치를 살피며 기다리고있는것이였다. 정말 별스럽게 돈을 버는 사람들도 다 있었다. 그들을 스쳐지나며 한심하여 허구픈 웃음을 남겼다.


시간대에 맞춰 《운수처》로 가니 그들은 나를 다른 통로로 밀고나가 차에까지 앉혀주는것이였다.


문명풍경구는 도시환경에 중시를 돌려야 할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봉사의식에 더 큰 중시를 돌려야 명실공한 풍경구 역할을 할수 있는것이 아닐가.


최원 (다음기에 계속)

편집/기자: [ 김청수 ] 원고래원: [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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