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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온 헌 가방 속의 1000만원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5.10.27일 07:32
국경을 넘어 온 헌 가방속의 1000만원

남태일

부천시원미마루신문 기자

저녁 퇴근 하고 집에 돌아와 식사 중인데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받지 않았다. 또 벨소리가 울렸다. 나는 귀찮은 듯이 “누구시오?” 라며 투박하게 물었다.

“저, 옛날 사장님이 중국에서 ‘카라오케’ 노래방 하실 때 전기 담당 했던 이철이래요”

1995년 중국 따렌에서 ‘카라오케’ 노래방을 경영 할 때 30대의 전기 담당이던 현지 교포 이철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젊은 사람답지 않게 더러운 일, 힘든 일 가리지 않고 자기 일처럼 열심히 잘해주었다. 나는 그가 시골에 집을 지을 때 우리나라 돈으로 백만 원을 지원 해주었다. 그때 그는 너무 고마워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그는 전화에서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내일 점심에 사장님과 사모님을 모시고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한다.

나는 90년대 후반에 중국에서 사업을 하며 돈을 많이 벌었다. 그때는 평생 돈을 많이 벌 줄 알고 많은 돈을 허비하였고, 후에 친구를 잘못 사귀어 도박에 손을 대면서 결국 빈털털이가 되고 말았다. 돈 벌 기회를 한번 놓치니 남는 것은 후회 밖에 없었다. 이제는 작은 아파트에서 경비일을 하면서 쥐꼬리만치 나오는 월급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더 바라는 것은 없고 아내가 음식솜씨가 좋으니 자그마한 음식점이라도 경영하고 싶어서나 모아둔 돈이 없으니 어찌 해볼 수가 없었다.

이튿날, 약속대로 명동의 큰 회집으로 갔다. 아내와 함께 약속 장소에 도착 했을 때 그는 이미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20년 만의 만남이었다. 그는 옛날보다 얼굴색이 많이 좋아졌고 마르고 약간 굽은 등허리에 양복을 입었는데 어딘지 어색해보였지만 눈에는 당당한 빛이 어려 있었다.

“마침 사장님의 옛날 전화번호가 안 바뀌어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그래, 다른 중국 동포들은 모두 한국에 나와서 돈 버는데 자네는 중국에서 뭘하고 있노?”

알고 보니 그는 중국에서 조경 사업을 하고 있는데 지금은 연 수입이 한국 돈으로 1억 정도 벌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한국 와서 충북에 묘목시장을 돌아다보고 많은 정보를 얻었다고 한다.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옛날에 ‘카라오케’ 노래방에서 년 수입이 한화로 150만이던 그가 지금은 년 수입이 1억, 정말 상상 할 수 없는 변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식사를 마친 후 돈 잘 버는 그가 계산 할 줄 알았는데 검은색 헌 가방만 아내에게 넘겨주며 다음에 올 때 꼭 찾아보겠다고 서로 인사를 하고 아쉽게 헤어졌다. 고급식당인지 밥값이 꽤 많이 나왔다. 내가 며칠 동안 벌어야 하는 돈이었다. 저녁 무렵, 경비실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아내의 전화였다.

“여보 큰일 났어요. 이철이가 가방 안에 돈 천 만원을 두고 갔어요. 쪽지 한 장 하고요…”

“뭐? 돈하고 쪽지, 그래 쪽지에 뭐라고 했던가?”

“중국에서 집을 지을 때 당신이 100만원을 도와주었던 것을 오늘 갚는다고 썼어요.”

두 나라의 국경은 있어도 배려와 나눔에는 국경이 없다는 것을 생각 하면서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솟구쳐 오른다. 국경이 없는 가을 하늘은 유난히 푸르고 높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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