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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과학] ‘고철 덩어리’가 된 뉴욕지하철, 물고기 집이 되다

[기타] | 발행시간: 2015.10.30일 11:25
빛과 어둠 속을 쉼 없이 달렸던 까닭일까. 고된 하루를 보내고 온몸이 피곤에 찌든 시민들의 발이 되어 주기엔 난 너무 늙어버렸지. 40여 년 간 미국 뉴욕 도심을 가로지르던 지하철에게도 마지막 순간이 찾아와.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지하철은 18톤에 이르는 차가운 고철 덩어리일 뿐. 뜨거웠던 생애에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순간이 그래, 내게도 온 거지.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새로운 인생이 펼쳐졌어. 미국 교통국이 나를 드넓은 대서양 바다에 던졌거든. 바다의 밑바닥 심연(深淵)에서 해양생물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어 달라는 당부와 함께 말야. 기중기에 매달려 있던 늙어버린 몸뚱아리는 이내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다로 떨어졌고 난 드넓은 바다의 가장 밑으로 한참을 미끄러져 내려갔어.



그러고 보니 바다에 던져지기 전 교통국 사람들이 내 몸에 있던 의자 덮개나 손잡이는 모두 제거했더라. 오롯이 남은 고철만이 푸른 바다에 잠겨 홍합이나 홍합이나 새우, 게 등이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와 쉬는 집이 된 거지. 땅에서 일하는 동안 도시의 소음과 먼지로 숨이 차고 힘들었는데 여긴 굽이치는 물길을 따라 적막한 어둠이 몰려올 뿐 고요해. 어둠에 실려 포식자의 공격을 피해 도망을 친 수백만 마리의 해양생물들이 내게 찾아오기도 하고.

미국과 맞닿은 대서양 연안 해저는 95%가 모래로만 이뤄져 있어. 물고기들이 편히 쉬기에는 척박한 바다지. 그래서 사람들은 델라웨어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을 따라 나와 내 오랜 친구들을 바다에 던졌어. 지난 10년간 2500대가 넘는 늙은 지하철이 대서양 바다 속에 가라앉았다고 하더군. 우린 바다 동식물의 새로운 서식지가 되었고 그 덕분에 모래로만 이뤄진 바다의 생태계가 살아났다고 하더라. 이곳 토박이 홍민어 그 녀석이 나 때문에 이곳이 땅 위의 사람들에게 낚시의 명소가 됐다고, 낚시바늘 피해 도망다니느라 얼마나 정신이 없다고 하는지.

도심 전차로 시작한 뉴욕 지하철의 역사는 150년, 긴 역사만큼 늘어난 늙고 낡은 지하철 처리에 갖가지 아이디어가 나왔어. 나는 미국 교통국이 진행하는 여러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야. 세상 사람들에게는 ‘다음 역은 대서양(Next Stop Atlantic)’ 프로젝트라고 불리고 있지. 내 오랜 친구 중 한 녀석은 교통박물관에 전시돼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고 하더라. 내 부속품이었던 의자와 손잡이는 골동품으로 사람들에게 팔려 어느 집 장식장에 자리를 잡았다고 하고. 나처럼 새롭게 변신한 뉴욕 지하철의 모습들이 조만간 예술가들의 사진 작품으로도 선보일 예정이니까 기대해도 좋아.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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